728x90

누가 농사를 잘 짓는다는 건, 흔히 생각하듯이 얼마나 많은 양의 농산물을 균질하게 생산하느냐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보다는 자신의 농지에서 얼마나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을, 즉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어 잘 관리하느냐가 관건이다. 그래야 지속가능성이 확보된다. 

헌데 지금의 농사는 후자보다 전자가 더 중시되고 있다. 이윤과 효율성이란 명목으로 지속가능성은 깡그리 무시되거나 그조차 이윤과 효율성의 한 도구로 사용되곤 한다. 

농사는 투기가 되면 안 된다. 농사가 투기가 되는 순간 지속가능성이란 것은 신기루처럼 사라지기 십상이다.

겉흙은 작물만이 아니라 토양생물들이 살아가는 중요한 삶의 터전이다. 이 공간을 마구 뒤집어엎거나 그냥 밖으로 노출시켜 비바람에 쓸려가도록 하면, 본인은 원치 않았어도 세상에 난민을 만드는 셈이 된다. 농부라면 겉흙을 소중히 다루어야 한다. 마치 위정자가 만백성의 삶이 풍요로워지도록 하는 것처럼.

그런데 지금 그런 위정자가 있기는 한 것인가?


728x90
728x90




사람들이 기겁을 하는 지렁이는 사실 식물에게는 가장 좋은 친구이다. 


한 연구진이 고산 지대의 초원에서 지렁이를 잡아먹는 딱정벌레가 있을 때 식물이 더 잘 자라는 것을 발견하고는 지렁이의 생태적 역할에 대해 시험을 했단다. 그리고 그 결과를 딱정벌레의 존재가 속흙의 토질을 향상시킨다고 <동물생태학 저널(Journal of Animal Ecology)>에 발표했다.  


딱정벌레가 존재하면 아마 딱정벌레에게 먹히지 않으려고 지렁이가 더 깊은 흙속으로 파고 들어가는데, 이러한 일 때문에 지렁이가 속흙을 부수어서 영양분과 물이 그곳으로 이동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천적인 딱정벌레가 없어서 지렁이가 겉흙에만 머물러 있을 때 발생하는 토양 개선 효과보다 속흙에 영양분과 물을 가져와 비옥하게 하는 것이 식물에게 더 좋기에 그렇다고 추측한다. 


그래서, 작물이 잘 자라지 않는 것이 지렁이가 부족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지렁이가 도망다닐 천적이 없어서 그럴지도 모른다는 사실.


역시나 균형 잡힌, 다양성이 살아 있는 곳에서 농사도 더 잘 될 수밖에 없는 것인가 보다. 


728x9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