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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농업 전반

한국의 농민단체를 논하자

by 石基 2019. 1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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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단체에 대한 중요한 문제 제기가 나왔다. 공론화되어 잘 토의되면 좋겠다.

 

http://m.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2960



필자는 얼마 전 SNS에 어느 농민단체를 비판한 적이 있다. 다 아시겠지만 비판은 비난과 달라서 개선과 발전을 기대하면서 보완과 개선할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이 농민단체는 농민들의 대중조직으로 「농민대중 속에 뿌리내리고 자발적인 농민의 참여 속에 전체 농민의 이익을 위해 모든 사업을 실천함으로써 농민의 생활을 향상시키는 생동하는 조직」을 지향하겠다고 했는데 지금은 특정 정당을 ‘배타적으로 지지’함으로서 그 정당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은 농민들과 벽을 만들고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 또 특정 정치이념 혹은 편중된 노선을 운동방향으로 설정하여 농민들의 당장의 이해를 대변하는데 소홀히 하고 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북한의 농업을 지원하여 통일의 시간을 앞당기자며 북한에 농기계 보내기 운동을 전개하였는데 그 농기계는 결국 북한에 보내지도 못하고 임진각에 세워져 녹슬고 있다.(지금은 파주의 옛 미군부대 부지로 옮겼다)

이 단체는 최근 농민수당이냐, 농민기본소득이냐라는 농민들의 기본소득을 지원하는 제도를 가지고도 대립과 갈등을 빚고 있다. 농민수당이나 농민기본소득이나 다 현재의 어려운 농업 ·농촌에 최소한의 지원책을 마련해 보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 단체는 자신들이 주장하는 농민수당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자기 역할에 대한 정당한 보상(농민기본권)을 요구하는 반면, 기본소득은 소득감소로 신음하는 농민에게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일부 자금으로 시혜를 베푸는 정책으로 철학적 출발점이 다르다고 주장하며 농민기본소득이란 제도는 사회적 논란과 제도 수립에 장애가 되니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고 한다. 이에 대해 필자는 농민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정부, 제정당, 다른 농민단체들과 연대 협력해야 한다고 조언하였다.

이에 대해 크게 세 가지의 반응이 댓글로 있었다. 하나는 현재 이 단체의 지도부 혹은 노선에 적극 찬동하는 사람들의 ‘비판을 중단하라’는 반응이었다. 또 하나의 반응은 이 단체의 초기 멤버 혹은 현장 활동가들로부터 나왔는데 ‘적절한 시기에 꼭 필요한 지적’이라는 반응이다. 마지막으로 농업계 외곽에 있는 분들이 ‘공론화를 통해서 자정과 변화의 계기를 마련하면 좋겠다’는 것이다.

위 글을 읽어보시면 대략 어떤 단체에 대한 비판인지 짐작이 갈 것이다. 그런데 이 단체만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대부분의 농민단체들이 농민들을 위해 제 역할을 다하고 있을까?

문재인 정부 들어서 농정의 새로운 변화를 다짐하고 ‘농업은 대통령이 직접 챙기겠다’는 공약을 했지만 임기의 절반이 지나도록 변화와 ‘직접’은 체감하기 어렵다. 농정의 수장이 5개월이나 비기도 하고 우리 농업을 경쟁력 구도에서 겨우 지켜온 ‘개도국 지위’마저 포기한다고 하는데 이에 대해 엄중히 대처하고 있는가?

농민단체의 지도부는  대규모 쌀 전업농이나 축산농 혹은 시설농업을 하는 대농들이 주로 참여하고 있으니 중소농들의 문제는 관심에서 멀어지고 대농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인다는 비판도 나온다. 농업소득이 떨어져도, 농민이 급격히 줄어들어도, 국민의 먹을거리를  우리 농업이 제대로 공급하지 못해도 농민단체들은 별 다른 대응을 하지 않는다.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에 우리나라 대표 농민단체가 위원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농업과 농민들의 절박함을 생각한다면 굳이 회장이 아니라도 단체의 위임을 받아 단체와 농민들의 이익을 위해 임원 중의 한명을 보내면 될 터인데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농촌 마을에서 마을의 대소사를 감당하던 청장년들이 점차 줄어들어 마을이 노쇠화하는 것처럼 농민단체도 노쇠화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농업과 농촌을 살리기 위해 농촌 현장에서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지속가능한 농업 농촌을 만들기 위해 장기적이고 구체적인 플랜을 준비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머지않아 회원 없는 단체, 농민 없는 농민단체로 전락할 것이다. 올해 농민의 날에는 대통령도, 국무총리도 참석하지 않고 중앙언론에 제대로 보도도 되지 않아 쇠멸하는 농업의 상황을 얘기해 주는 것 같다.

혹 오해를 피하기 위해 필자는 앞에서 비판한 단체의 지역 간부라는 걸 밝힌다. 우리 연구소는 해가 가기 전에 농민단체들의 성과와 과제를 토론하는 심포지엄을 통해 농민단체들의 문제를 공론화할 예정이다.이 땅에 민간자주 농민단체가 만들어진지 30여 년이 되었다. 초심을 되찾아 우리 농업과 농촌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책임지는 농민들의 대표단체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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