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23일, 브라질 노보 프로그레시오 근처에서 불타고 있는 아마존. 사진@Nacho Doce/Reuters
전 세계의 이목이 브라질의 아마존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실 때쯤엔 여러 언론에서 보도된 내용으로 인해 그 이유를 다들 잘 알고 계실 겁니다. 그것은 바로 ‘지구의 허파’라고 부르는 아마존의 열대우림에서 연이어 일어나고 있는 화재 때문입니다. 아마존은 지구의 산소 가운데 약 6-20%를 생산하고 있다고 알려져 지구의 허파라는 별칭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아마존에서는 왜 이와 같은 화재가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이 문제는 농업 및 세계의 정치적 역학과도 복잡하게 얽혀 있어 오늘은 이에 대해 간략하게 언급하려고 합니다.
브라질 국립우주연구소(INPE)에 의하면, 2019년 1월부터 8월까지 브라질에서 발생한 산불의 건수가 7만4000여 건에 이르러 작년 대비 84%가 증가했다고 합니다. 또한 이 기관의 다른 보고서에서는 2019년 7월 현재, 아마존의 파괴 면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8% 급증했다고 한 바 있습니다. 이에 8월 내내 기후위기에 직면해 있는 유럽의 각국에서는 브라질의 보우소나루 대통령에게 여러 경로로 경고를 표하며 경제적 지원과 협력을 중단할 것이라 발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브라질 정부에서는 이번 아마존의 화재가 문제시되기 얼마 전에 아마존을 관통하는 비포장도로를 포장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습니다. 한국의 경제성장 신화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경부고속도로와 같은 역할을 기대하는 것이겠지요. 이래저래 아마존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던 참이었습니다.
눈치 빠른 분은 앞의 보고에서 아마존에서 원래 화재가 자주 있었다는 사실을 짐작하셨을 겁니다. 네, 원래 열대우림에서는 건기에 화재가 자주 발생하곤 한답니다. 마치 캘리포니아에서 한번씩 대규모 산불이 일어나는 것처럼 말이죠. 열대우림이라고 하여 항상 습기로 축축한 상태가 지속되는 건 아닙니다. 건기에는 아래의 동영상처럼 자연적으로 발화가 되어 화재가 발생하곤 합니다. 그를 통해 자연생태계에 교란이 발생하고 다시 균형을 이루는 과정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열대우림 하층에서 자연발생한 화재
그래서 2019년 상반기 아마존에서 유난히 빈번하게, 큰 규모로 발생한 화재도 정확한 원인이 나오기 전까지는 이것이 인위적인 화재인지, 아니면 자연적인 화재인지 속단하기에는 이릅니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여러 정황상 아마존의 파괴가 가속화되리라 예측되기에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2019년 8월 13일 이후 라틴아메리카 대륙에서 발생한 모든 화재를 시각화한 지도. 사진@Global Fire Watch
세계적 환경단체 그린피스에서는 “대규모 목축업이 아마존을 황폐화시키는 주원인”이라며 “아마존에서 열대우림이 사라진 지역의 65%가 방목장으로 쓰이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또 AFP 통신에서는 브라질의 대표적 수출 작물인 대두가 열대우림을 파괴하는 또 다른 주원인이라고도 합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날로 격해지면서 세계 최대의 양돈업 국가인 중국에서는 돼지의 사료로 쓰이는 대두의 주요 수입선을 미국에서 라틴아메리카, 특히 브라질로 바꾸면서 지난해 브라질에서의 수입량이 30% 가까이 증가했다고 합니다. 2018년 4월부터 1년간 중국은 브라질에서 총 7100만 톤의 대두를 수입했는데, 이는 2014년 브라질의 연간 대두 총생산량과 맞먹는 양이라 합니다. 미국과의 무역협상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현재 상황으로 보아, 중국의 브라질에 대한 대두 의존도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에 대두 생산지의 개발과 함께 아마존이 더욱 파괴되리라 우려되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 브라질, 아르헨티나에서 생산된 대두의 가격 추이. 미중 무역분쟁의 영향 때문에 2018년 중반을 기점으로 미국산은 급락하고,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산은 급등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가격 급등이 아마존의 화재와도 직간접적인 관계가 있을 것이다.
날이 갈수록 대기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서 기후위기가 숨통을 조여 오는 이때, 라틴아메리카의 열대우림이 불타 사라지고 있다는 소식은 그리 반가운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린 이런 소식을 듣고 강 건너 불구경이나 하는 게 아니라, 경각심을 느끼고 어떻게든 이를 저지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런데 전 지구적 규모로 일어나고 있는 사건에 우리는 어떤 실천을 통해 이를 저지할 수 있을까요?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습니다. 각자의 일상 속에서 서로 머리를 맞대고 좋은 실천 방안을 찾아 함께 실행하면 좋겠습니다. 일단 아마존의 파괴가 축산업의 사료 생산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다니 일주일에 며칠은 고기나 회를 먹지 않는 날로 정해 실천하는 것부터 시작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농사잡록]은 김석기 선생님의 연재코너입니다. 강희맹 선생의 [금양잡록]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농사와 관련된 잡다한 기록'이란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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