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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에 갔을 때이다. 

군에서 무슨 상하수도 정비를 한다면서 수로까지 싹 현대화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지역 주민의 이야기를 들었다. 다들 알다시피 수로의 현대화란 콘크리트로 수로를 발라버리는 일을 가리킨다. 

그런데 문제는 이 지역에 예산군 쪽에서 황새 복원사업으로 풀어준 황새들이 머물며 먹이활동을 하는 장소라는 것이다. 그런데 수로가 이렇게 콘크리트로 정비되면, 농사짓는 사람 입장에선 관리가 수월해져 좋을지 몰라도 황새 같은 조류의 입장에선 유용한 공간이 사라지는 셈이니 괴로워질 것이다. 

그런 점들을 고려한 지역 주민(이 분은 황새 복원센터의 모니터링 요원으로 활동 중이었음)은 어설프게 무얼 복원한다면서 동물만 괴롭게 하지 말고 그럴 거면 아예 안 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복원에 쏟아부은 돈이 얼마인데 환경이 받쳐주지 않는 상황에서 이게 무어냐는 말이었다. 


황새의 사례에서도 그렇지만, 기타 여러 동물의 야생 복원 사업이 많이 추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그들과 공존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머릿속의 당위성 말고, 현실적으로 그들에게 서식지와 먹이활동 공간 등을 양보하거나 그를 위해 인간의 영역을 조정할 수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너희를 복원해 줄 테니 인간이 이룩한 문명의 구조에 너희의 생활방식을 맞추라고 일방적으로 강요해서 될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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