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사를 갈까 하여 눈여겨보고 있는 아파트이다.
아파트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아서 공공기관 이주자 특별분양을 다 무시해 버렸는데,
아이가 학교에 갈 나이가 되니 아내는 학교와 직장에서 가까운 아파트로 이사를 가자고 한다.
그래서 혁신도시 안의 아파트도 살펴보았는데 직장에서 걸어다니기에는 꽤 멀고 가격도 많이 올라 패스!
만성지구에 들어서는 아파트들도 신축이고 괜찮아 보였으나 웃돈이란 것이 붙어서 패스!
그러니 남는 건 공공임대아파트밖에 없었다.
마침 전세 계약이 끝나는 시점과 입주 시점도 엇비슷하여 괜찮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후분양제이고, 에코르에 대한 입주민들의 평가도 괜찮고, 조건도 맞아서 좋을 것 같다.
무엇보다 투기나 투자의 목적으로 접근하는 입주민보다 실거주를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니 분위기도 괜찮을 것 같다.
아파트의 구조가 참 독특하다.
ㄴ 자라고 해야 하나 ㄱ 자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이런 아파트를 복합형이라고 하더라.
한정된 부지에 최대한 많은 세대를 넣으려고 하는 설계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6동밖에 안 되지만 전체 새대는 830여 세대나 된다.
참 독특하지 않은가?
아파트 내부는 어떻게 생겼을지 궁금하여 검색하니, 길건축사사무소에서 설계를 했단다.
해당 홈페이지에 들어가 포트폴리오를 검색하니 설계도가 나왔다.
아파트가 한가운데 남남동향을 중심으로 남남서향과 동동남향이 양옆으로 펼쳐지는 형태이다.
채광을 최대한 확보하면서 많은 세대를 배치하려고 한 설계를 엿볼 수 있다.
사람들이 남향을 선호하는 이유는 일조 문제 때문일 텐데, 가운데 남남동향은 일조에 유리하겠다.
동동남향은 아침에 해가 일찍 들어와 한낮까지 햇빛이 들어오다가 오후 시간에는 그늘이 지겠다.
이런 방향은 아침형 사람들에게 유리할 것 같다. 아침에 학교에 가고 출근하는 사람들은 이런 구조가 적합하겠다.
남남서향은 아침에는 해가 들지 않다가 점심 무렵부터 저녁까지 해가 들어온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사람에게 좋겠는데, 해가 늦게까지 들어오는 탓에 여름에는 좀 더울 수 있겠다.
그런데 잠깐, A형 B형 C형의 내부구조를 살펴보면 일조가 최고인 남남동향에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다.
위에서부터 A-B-C이다.
A형은 현재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판상형 4베이 구조이다.
B형도 판상형 4베이는 맞는데, 작은방 하나의 구조가 참 독특하다.
C형이 남남동향이다. 그런데... 북쪽에, 전혀 창이 없다! 대신 안방과 거실에 창을 하나씩 뚫어 놓았는데...
이런 구조를 인지 판상형이라고 한다. 판상형은 판상형인데 그와 비슷할 뿐 맞창이 없어 통풍이나 환기가 미흡한 구조라고 한다.
한국인이 중요시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환기인데, 이런 구조는 그것이 좀 어려워서 선호하지 않는다고 한다.
해도 잘 들고 좋은데 환기가 어려울 수 있다니... 이를 보완하기 위해 안방과 거실에 양옆으로 창을 내기는 했으나, 부엌의 음식 냄새가 미세먼지는 쉽게 빠지기 어려울 것 같다.
여름에는 동남풍이 불기에 바람이 잘 들어오겠지만, 겨울에는 주로 북서풍이 부니까 특히 겨울에 환기 문제가 생길 수 있을 것 같다.
또 채광은 유리하나, 풍광은 좀 별로이다. 이 구조가 향하고 있는 곳은 아파트 단지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즉, 남의 아파트나 쳐다보는 풍광일 뿐이다.
그냥 A형이 무난할 것 같다. 남남서나 동동남 가운데 괜찮은 위치에 당첨만 된다면 이보다 나은 건 없을 듯.
C형은 남향이나 환기 문제로 꺼림칙하고, B형은 요상한 구조 때문에 별로이겠다.
A형이 주력이라 그런가 가장 많은 430여 세대이고, B와 C형은 각각 120, 118세대인가 그렇다.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잘 분양이 안 될지도 모르겠다.
아, 찾아보니 에코시티에서 태영건설이 분양한 데시앙이 이와 똑같은 구조이다.
구조와 공간 효율성, 통풍에서는 위가 승! 채광만 아래가 승!
그렇다면 답은 나와 있지 않은가?
덧붙임 1... 비가 오는 날, 공기가 아래로 깔리고 바람이 많이 불지 않으니 공단의 공장 냄새가 만성지구 전체에 퍼진다. 아무래도 공단이 가까우니 어쩔 수 없는가 보다. 이런 사실을 모두 알고도 갈까 어쩔까 고민이 된다. 혁신도시는 축사의 똥 냄새와 연기 냄새가, 그리고 만성지구는 공단의 공장 냄새가... 어쩔 수 없는 걸까? 여기가 외곽은 외곽인지, 남으로는 쓰레기 소각장, 북으로는 공단의 공장들, 서로는 축산단지가 자리하고 있다. 그나마 동쪽에 황방산이 버티고 있는 게 다행이다.
덧붙임 2... 최근 판교의 10년 공공임대에서도 문제가 터졌듯이, 임대아파트는 '임대'하여 '거주'한다는 측면에서는 매우 매력적인 제도임이 틀림없지만, 10년 뒤 '주변 아파트의 시세'에 따라 '분양'한다는 점에서는 장점이 하나도 없다. 특히 만성지구처럼 주변 시세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신도시 같은 경우에는 임대아파트에 들어가기보다 적당히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구매하는 쪽이 훨씬 경제적이다. 물론 그렇게 하기 버거운 사람은 일단 임대아파트에 들어가 숨을 고르며 돈을 최대한 모은 뒤에 다시 주변 아파트를 구매하는 쪽이낫겠다. 그렇지 않으면 10년 동안 임대료는 임대료대로 납부하고, 10년 뒤에 주변 시세대로 분양을 받는 건 일반 아파트를 대출을 끼고 구매하는 것보다 경제성이 떨어진다. 10년 살고 주변의 다른 구축 아파트로 이사를 가든지, 아니면 시세대로 돈을 납부하고 분양을 받든지, 아니면 조건에 따라서 다른 먼 동네로 이사를 가든지 하는 건 개인의 선택이겠다. 아무튼 그 동네에 계속 살려고 한다면,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대출을 끼고 일반 아파트를 구매하는 것보다 손해라는 건 분명하다.
한줄 요약:
10년 공공임대는....
1. 입주자에게는 주변 월세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10년 동안 주거안정성을 제공한다.
2. 건설업체에게는 10년 동안 저렴한 월세를 받는 대신 그 기간이 지나며 주변지역의 개발로 인해 발생하는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게 보장하는 제도 같다.
5년 공공임대에서는 건설업체가 챙기는 몫이 작았으니 아마 그런 사업은 수익성 때문에 안 하겠다고 했을 테고, 정부 차원에서는 그런 건설업체를 달래면서 서민의 주거안정성도 챙기느라 10년 공공임대 제도를 추진한 게 아닌가 싶다.
그러니, 입주자는 10년 공공임대로 저렴한 월세와 주거안정성만 얻을 것이지 시세차익까지 볼 생각을 하면 안 된다.
그건 만성지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무리 집값 떨어진다 해도 잠시일 뿐, 점진적으로는 계속해서 꾸준히 오를 것이다. 상식적으로 물가도 오르는데 집값이 가만히 있겠는가. 더구나 만성지구 같은 곳이 큰 악재가 없는 이상 어느 정도 오르겠지.
아무튼 시세차익까지 얻을 목적이라면 다른 형태의 주거를 알아보는 게 좋다는 결론이다.
예전 5년 공공임대 아파트의 경우에는 건설원가+감정평가금액의 산술 평균, 그러니까 둘이 합하여 반으로 나눈 금액으로 분양전환이 되어 시세의 70-80% 사이에서 분양을 받아 시세차익이 발생했다.
그런데 10년 공공임대 아파트의 경우에는 2곳의 감정평가금액을 산술 평균하기에, 이번 판교에서도 잘 드러나듯이 시세의 90-95% 정도로 분양전환이 된다. 그동안 납부한 10년의 임대료까지 더하면 시세차익은 분양전화 이후 가격이 더욱더 오르지 않는 이상 발생하기 힘들다.
그리고 10년 공공임대 아파트라도 입주민의 과반수가 찬성하면 5년 이후 분양전환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때 분양전환 가격의 산정은 10년 공공임대와 마찬가지로 2곳의 감정평가를 산술평균한 금액으로 결정된다. 즉, 5년 공공임대처럼 건설원가가 들어가지 않는 계산법으로 책정이 되어, 현 시세대로 가격이 책정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래도 임대료 납부기간이 5년으로 줄고, 향후 가격 상승을 노려볼 수 있으니 어느 정도의 시세차익은 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상 끝.
2018년 12월18일자 소식.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POD&mid=sec&oid=001&aid=0010531400&isYeonhapFlash=Y&rc=N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10년 공공임대의 분양가 산정방식이 확정되었다.
역시나... 10년 공공임대는 거주안정성만 취해야지 시세차익까지 바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