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지난해 9월쯤이었나? 어디서 떠돌이 개가 한 마리 우리집 건물에 자리를 잡았다. 암컷인데 발정이 났는지 연풍이에게 자꾸 엉덩이를 들이밀고, 연풍이도 냄새를 맡고 난리도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암컷은 진돗개 잡종이라 키가 컸기 때문이다. 작은 발바리인 연풍이가 아무리 발돋움해 보아야 서로 닿지를 않고 애만 썼다.

이 암컷은 얼마나 떠돌아다닌 것인지 사람의 손길을 거부했다. 주변만 맴돌 뿐 사람이 불러도 오지 않고 경계했다. 오직 본능에 의해서 수컷만 따라다닐 뿐이었다. 

한편으로는 짠하고, 한편으로는 겁도 나서 곁을 주지 않았다. 가끔 식빵 한 조각을 던져주기만 했을 뿐 더 가까워지고자 노력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3층 아저씨가 그 개에게 물도 주고 사료도 주더라. 3층 진돗개가 산책을 갈 때도 꼭 따라다니더니 그만 일이 터지고 말았다. 둘이 붙어서 임신을 한 것이다.

그 암컷은 이러저러한 일이 생기며 석달을 우리집 건물에서 기거하게 되었다. 3층 아저씨는 9월에 처음 왔다며 '구월이'라는 이름도 붙여주었다. 그 아저씨 곁에서는 꼬리도 치고 애교도 부리고 잘 따르더라. 나에게는 여전히 멀리서 으르렁거렸다. 나도 질세라 소리치며 위협을 가하고 가까이 오지 못하게 했다. 발정도 끝난지라 연풍이와 싸움이라도 나면 골치가 아플 것이기에 경계했다.

하지만 구월이는 이 집에 적을 붙이지 못했다. 지난 11월 초, 한 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3층 아저씨는 자신의 수컷이 배게 한 새끼를 돌볼 수 있도록 쓰지 않는 개집을 마련해 주었지만, 끝내 구월이에게 목줄을 주지는 않았다. 잠자리와 먹을거리만 해결해 주었을 뿐 계속 유기견처럼 돌아다니게 했고, 그래서 택배 배달원과 동네 사람들에게는 무서운 존재로 남아 있었다. 나도 그 건물에 산다는 이유로 몇 번이나 불만 섞인 이야기를 들었는지 모른다.

지난 연말, 여행을 다녀왔다. 그런데 구월이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개집은 그대로 덩그러니 남아 있는데 구월이와 새끼는 보이지 않았다.
안 그래도 지난번에 새끼는 입양을 보내고 구월이는 어디 처리하려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는지라 혹시나 하고 유기견 센터에 접속해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거기에는 구월이가 공고되어 있었다. 2014년 생이며, 암컷이고, 혁신도시에서 발견되었다는 내용과 함께 말이다. 사진은 여전히 사람을 경계하여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리는 모습이었다. 젖은 아직도 불어 있었고, 목에는 빨랫줄을 걸고 있었다. 2018년 1월 8일까지 공고한 뒤 처리한다는 안내가 적혀 있었다. 이상하게 가슴이 아팠다. 

새끼는 어디로 보낸 걸까? 젖이 마르지도 않은 어미와 헤어지게 되었구나. 너도 나중에 이런 일을 기억하려나? 너라도 부디 좋은 사람을 만나 잘 살기를 바란다.






728x90

'농담 > 雜다한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집값으로 대동단결  (0) 2018.01.07
혁신도시-인천공항 리무진  (0) 2018.01.06
2017년 차계부 결산  (0) 2018.01.03
밥의 노래  (0) 2017.12.24
아이폰 5s 배터리 교체  (0) 2017.12.24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