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토종씨드림 간담회에서 농진청 관계자의 이야기가 계속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그 발언의 요지는 이런 것이었다.

어느 토종 씨앗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려면 그게 오랫동안 어떤 한 농부가 재배해 왔다는 걸 입증해야 하는데, 실제로 그런 씨앗은 없다는 내용이다.

그 말이 일견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내심 이건 아닌데 라는 생각이 남아 있어 찝찝했다.

오늘 똥싸면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전제 자체가 다른(또는 틀린) 말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그의 이야기는 씨앗을 이용하는 권리가 전적으로 개인에게 있다는 걸 전제로 전개된 것이다. 하지만 토종 씨앗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한 개인이 아니라 농민이란 집단의 역사적, 문화적 배경을 전제로 그를 옹호하는 것 아닌가? 씨앗을 자유로이 이용할 권리는 농민이란 집단의 특성에 기반하여 발생하는 것이다. 한 농민이 농사를 짓는 건 길어야 대략 50-60년이겠지만, 그가 씨앗을 물려받아 농사짓는 건 훨씬 더 오래전으로 거슬러올라가게 된다. 그것이 비록 이전 세대의 옛 농민들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지는 않을지언정, 어떠한 형태로든 씨앗을 물려주고 받으며 농사짓는 행위를 통해 서로가 연결이 되는 것이다. 거기에서 씨앗의 역사성이 발생하고, 농민 집단이 그를 이용할 권리를 갖게 된다. 그런데 농진청 관계자는 씨앗과 농민의 그러한 역사성과 특성을 무시하거나 간과하여 농민이 토종 씨앗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기 어렵다는 견해의 발언을 한 것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논리는 곧 종자와 관련된 기업이나 연구소 등의, 그리고 종자산업을 윧성한다는 측의 논리로 이어지겠지. 그들은 씨앗과 농민의 기본적인 성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아니면 인정하고 싶지 않아 짐짓 모른척하는 것이겠다. 농민의 씨앗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라. 그건 그들의 역사와 문화를 배경으로 발생하는 자연스럽고 당연한 권리이다.


728x9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