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가와지볍씨, 발굴에서 출토까지 2회 벼농사 기원, 청동기에서 신석기로 3회 3천년 여주 흔암리볍씨와 뭐가 다른가 4회 1만5천년 청원 소로리 볍씨와 뭐가 다른가 5회 5천년 가와지볍씨, 지역문화브랜드를 향해 <기획> 5천년 가와지볍씨, 한반도 벼농사 기원을 밝히다 1991년 일산신도시 문화유적조사(단장 손보기)로 발굴된 가와지볍씨 12톨은 약 5020년 전의 것으로 밝혀진 볍씨로 큰 브랜드 가치를 가지고 있다. 지난 3월에는 ‘고양 가와지볍씨 박물관’을 개관해 시민들에게 가와지볍씨를 알리면서 브랜드화 작업을 시작하고 있다.
고양 가와지볍씨는 1991년 6월 경기도 고양군 일산읍 가와지 유적의 신석기시대 토층에서 발굴된 4340전인 B.C 2300년 경의 자포니카 볍씨 4톨로, 미국 베타연구소의 연도측정 결과 5000년 전의 볍씨임이 확인됐다.
고양시는 이 가와지볍씨가 ‘한반도 최초의 재배볍씨’임을 뒷받침하는 여러 연구논문과 함께 한반도에서 독자적인 벼농사 가능성까지 열어주는 연구결과와 고고학적 성과들을 발표하며 발빠른 콘텐츠 선점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청원 소로리볍씨가 한반도에서 발견된 최고 오래된 볍씨로 학계에 주목을 받아왔다. 이에 고양 가와지볍씨와 청원 소로리볍씨는 어떤 다른 의미를 가지는지 살펴본다. 소로리볍씨, 가장 오래된 볍씨 확인돼 충북 청원군 옥산면 소로리에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진 볍씨가 출토됐다. 바로 청원 소로리 볍씨다. 청원 소로리 볍씨는 1997~1998년 오창과학산업단지 건설 예정지인 옥산면 소로리 문화유적 지표조사 과정에서 발견됐다. 당시 출토된 볍씨는 고대벼 18톨, 유사벼 41톨 등 모두 59톨로 확인됐다. 볍씨뿐만이 아니라 이 유적 일대에는 찍개, 긁개, 홈날, 몸돌, 격지 등의 구석기 유물이 넓은 범위에 걸쳐 수습됐다. | | | ▲ 고대볍씨(자포니카)의 출토 상태 모습 |
특히 출토된 볍씨는 바로 서울대학교 AMS(방사선탄소연대측정) 연구실과 미국의 지오크론(Geochron Lab)연구실로 보내져, 1만3000년 ~ 1만5000년 전의 절대연대값을 얻어 청원 소로리 볍씨가 세계에서 가장 오래 된 볍씨임이 판명됐다.
청원 소로리 볍씨가 발견되기 전까지 세계 고고학계에서 가장 오래된 볍씨로 알려진 것은 중국 호남성 옥첨암 동굴의 순화볍씨였다. 청원 소로리 볍씨는 이보다 3000~4000년 전의 볍씨로 밝혀진 것이다.
소로리 볍씨가 1만 5000년전 것으로 판명되자 일부 학계에서 의문이 제기됐다. 그 의문은 크게 2가지였는데, 하나는 ‘1만 5000년 전은 구석기말 빙기의 끝무렵인데 한반도에서 아열대 식물로 알려진 벼가 추운 기후에서 자랄 수 있었을까’라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또 그 벼가 야생벼인지, 재배벼인지에 대한 의문’이었다.
| | | ▲ 소로리볍씨의 소지경이 잘라진 모습. |
그 고증을 얻기 위해 당시 청주MBC 취재팀이 국립 작물시험장 춘천출장소에서 냉해실험을 통해 벼가 자랄 수 있는 온도를 실험한 결과, 벼가 자연상태에서 최저 발아온도가 섭씨 20도로 알려졌지만, 실험결과 13도에서도 70%이상이 발아되어 생성되는 연구 결과를 얻게되었다. 냉해실험을 통해 따뜻한 기후에서만 자라는 것으로 알려진 벼가 기후적응을 잘하는 식물로 1만5000년전의 학설이 긍정적으로 무게가 실려진 것이다.이융조 교수 “재배벼 단정할 수 없다” 이융조 한국선사문화연구원 이사장은 “청원 소로리 볍씨는 고대벼의 소지경 형태는 야생벼의 길쭉하고 뾰족한 것과는 다르게 짤림이 잘 되지 않았다. SEM 촬영결과 외부의 힘에 의해 잘라진 특징이 관찰되어, 재배벼의 특징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융조 이사장은 “청원 소로리 볍씨는 그동안 1만3920bp(before present)의 연대값을 기초해 ‘약 1만5000년 전’으로 발표했으나, 이를 다시 미국 캠브리지대의 세계 공용 측정프로그램으로 계산한 결과 BC 1만5118년전으로 밝혀져 그 연대를 ‘약 1만7000년 전’으로 수정한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또한 “지금까지는 학명없이 ‘소로리볍씨’로만 불렀으나 ‘Oryza sative coreaca(오리자 사티바 코레아카)’ 즉, ‘한국의 고대벼’ 라는 학명을 부여했다”고 밝혔다.
이융조 이사장은 청원 소로리 볍씨에 대해 “재배벼의 특징은 가지고 있지만 재배벼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단지 재배벼 이전 단계인 ‘순화벼’라는 명칭을 청원 소로리 볍씨에 부여했다. 이 이사장은 “소로리 볍씨의 연대가 1만7000년 전으로 측정된 것, 아생벼와는 다르게 인위적으로 보이는 소지경의 절단면이 SEM으로 관찰된 점, 토탄 출토지점 옆에서 많은 구석기유물이 출토되고 있는 점 등 반재배단계와 초기 농경단계 사이의 순화가 진행되고 있었던 벼라고 생각된다. 즉 소로리 볍씨는 한국 재배벼의 조상이며,순화초기의 벼라고 보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조용구 충북대 식물자원학과 교수는 “현재 국내에는 잡초벼가 있을 뿐 벼의 선조라고 할 수 있는 야생벼가 존재하지 않는 점, 또한 소로리볍씨는 현존하는 유적 실물 중 가장 연대가 높은 점 등을 비추어 볼 때, 이는 인간이 야생상태의 벼로부터 차츰 파종하고 수확하는 과정에서 자연 선발되는 단계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서학수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교수는 “청원 소로리 볍씨의 DNA분석 결과, 현재의 재배벼·유사벼와는 다른 39.6%의 낮은 유전적 유사성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소로리볍씨와 야생벼와는 57% 정도의 유사도를 보이는 연구도 있다.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은 야생벼는 낟알이 소지경으로부터 자연적으로 잘 떨어지는 탈립성을 나타낸다. 따라서 야생벼의 소지경은 매우 매끄럽다. 이에 반해 재배벼는 소지경 상태가 매우 거칠다. 가와지볍씨의 소지경 상태를 전자주사현미경(SEM)으로 촬영한 결과 재배벼의 특성인 거친 단면이 나타났다. 이러한 모든 점을 고려할 때 청원 소로리 볍씨는 재배벼의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재배벼라고 단정할 수 없다. | | | ▲ BBC 뉴스(인터넷판)에 소개된 "세계 최고의 벼가 발견되다"(2013.10.21) | 소로리볍씨가 가와지볍씨로 맥 이어져 이융조 한국선사문화연구원 이사장을 비롯해 고 박태식 박사, 우종윤 한국선사문화연구원장은 비록 적은 개체수이긴 하지만 온전한 청원 소로리 출토 볍씨 13톨과 고양 가와지 출토 볍씨의 크기와 볍씨 형태를 비교했다. 그 결과 소로리 출토 볍씨는 유전적으로 변이가 크게 분포하고 있으며,고양 가와지 출토 볍씨보다 약간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소로리 볍씨는 자포니카(japonica)에 가까운 편이었고,인디카(indica)에 가까운 것이 1톨,자포니카(javanica)로 추정되는 것이 1톨이었다.
| | | ▲ 볍씨의 유입경로(이융조, 박태식, 우종윤. 2013) | 자포니카(japonica) 쌀은 모양새가 둥글고 굵은 단립형 쌀이다. 자포니카 쌀은 한반도, 일본, 중국 북부에서만 주로 소비가 되며,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쌀 중 10% 가량뿐이다. 이에 반해 인디카(Indica) 쌀은 전 세계 쌀의 90%를 차지하는, 쌀의 대표적인 품종으로 ‘안남미’라고도 부른다. 태국쌀, 필리핀쌀, 베트남쌀 등이 모두 안남미이다. 인디카는 모양이 길쭉하고, 찰기가 없어서 밥알이 분리된다. 따라서, 밥그릇을 한 손으로 들고 기다란 나무젓가락을 사용해 마시는 방식으로 먹는다.
이들 연구자들은 소로리와 가와지의 두 출토 볍씨 사이에 있던 긴 공백에도 소로리 출토 볍씨가 가와지 출토 볍씨로 맥이 이어져 약간 작고 약간 긴 쪽으로 균일화되었다고 추정했다. 또한 이러한 과정에서 인간에 의한 선택, 또는 벼를 재배해야 할 충분한 생존의 압력이 작용했으리라 추정되지만 앞으로 좀 더 많은 유물이 또 여러 곳에서 나와야 보다 확실한 추론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여겼다.
신용하 서울대 명예교수는 이들 연구자들의 연구를 바탕으로 “남쪽지방에서 유입된 여러 가지 벼(고대벼와 유사벼의 4종류)가 우리 선조의 지혜와 자연선택에 의하여 자포니카에 가까운 재배벼인 고대벼로 종의 분화에 이르른 가와지벼는 당시 사회변화에 큰 영향을 주어 고조선을 비롯한 여러 국가형성에 크게 이바지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