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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농법

환기를 시키다가

by 石基 2016. 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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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넘게 집 안 공기를 환기시키고 있다. 간만에 맑은 공기를 마시니 살 것 같다.

얼마 전에 알았는데, 화분에 물을 줄 때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기능 중 하나가 바로 환기 작용이라고 한다. 이건 식물의 뿌리에 수분을 공급하는 것만큼 아주 중요한 일이란다. 그도 그런 것이 폐쇄된 좁은 화분이라는 공간에서는 노지에서처럼 환기 작용이 일어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이를 물을 주는 방법을 통하여 인위적으로 환기를 시켜주는 것이다. 뿌리로도 호흡이라는 것을 하기에 식물의 뿌리에게도 신선한 공기는 엄청나게 중요하다.

이런 생각을 하다가 집을 화분으로 비유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공기청정기나 여타 장비를 돌려서 강제적으로 집 안의 공기를 정화하고 순환시킨다고 하지만, 그 효과는 창문을 열어 신선한 바람을 들이는 것만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물론 과학적 데이터나 근거는 없고 그저 내 생각이다. 아무튼 그렇게 하는 것이 그래도 외부의 탁하고 오염된 공기를 들이는 것보다는 그나마 훨씬 나은 대안이겠지만. 밭과 화분에서도 그러한 차이가 보인다. 밭의 흙이 건강하여 떼알구조를 형성해 통기성, 배수성, 보수력, 보비력 등이 좋아지면 자연스럽게 신선한 공기와 물과 양분을 순환시키며 작물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오히려 잘 관리되는 화분보다도 못한 공간이 된다. 한편, 아무리 잘 관리되는 화분일지라도 그곳은 건강한 흙이 있는 밭에는 훨씬 미치지 못하는 새발의 피와 같은 공간이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호흡을 프시케라 하여 그것이 영혼이나 마음, 생각을 가리키는 단어로 사용되었다지. 호흡, 즉 숨은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가끔 멋진 건축물이라 하여 가서 보면 이건 도대체 어디로 숨을 쉬라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 건물들이 보인다. 외부 공기의 유입 없이 중앙에서 공기를 뭐 어떻게 순환시킨다고 하는데 유기적 관계를 깡그리 무시한 반자연적인 구조물이 아닌가? 그 옛날 풍수란 단어는 장풍득수의 준말이라 한다. 장풍은 바람을 갈무리한다는 뜻. 그러니까 불어온 바람을 잘 갈무리하여 마구 흩어지지 않게 하는 공간을 찾거나 만드는 방법이라는 말이다. 그걸 나의 관점에서 이해하자면 일종의 환기가 아닐까? 사람이나 동식물 등 호흡을 하는 생물체에게 좋은 공기를 잘 받아들여, 그를 활용해 생명활동을 활발히 할 수 있도록 하고 더럽거나 탁한 공기는 잘 흘려보내도록 하는 방법. 그것이 풍수가 아니었는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러한 원리는 농사와도 맞닿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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