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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동범 샘에게 양구 쪽에 있는 용늪이란 곳에 얽힌 이야기를 들었다.

 

이곳 마을 주민들은 매년 용늪에 재를 올리는데, 비가 오지 않을 때에는 어김없이 큰 기우재를 지낸다고 한다. 그런데 재미난 것이 용신에게 비는 것만이 아니라 때로는 혼내기도 하고, 때로는 아직 용신이 신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가르쳐야 한다며 비 내리는 법을 알려주기도 하고, 또 때로는 일부러 부정 타는 행위를 자행하기도 한단다.

 

마을 주민들의 기우재에 대한 믿음은 절대적이서 기우재만 지내면 어김없이 비가 온다고(가끔은 지나쳐서 큰비가 오기도 함) 철석 같이 믿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이 용늪의 과학적 가치에 대한 발견(몇 천년에 걸친 퇴적물을 분석하며)으로 관현 학자들의 로망 같은 곳이 되었다고 하는데, 그러면서 미신적인 부분은 쏙 빠지고 그냥 과학적 가치만 강조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이곳에서 가뭄이 심할 때 지내는 재는 일종의 복지제도 같은 것이었을 것이다. 재를 주관하는 곳이 관청이었다고 하는데 그 재를 준비하는 데 필요한 물자를 동원하고, 재가 끝나고 난 뒤 그 물자를 나누어쥬는 일들이 일대의 주민들에게는 단비 같지 않았을까?

 

그리고 마을공동체를 하나로 결속시키는 중요한 역할도 했을 테고, 생업인 농업과 관련해서도 짚어볼 것들이 많이 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마을마다 있던 민속을 그냥 민속 자체로 박물화 시키지 말고 그 의미를 되새기는 일이 필요할 것 같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하는 게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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