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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유전자변형 벼의 상용화와 관련한 소식이 눈에 자주 띄었다. 그에 반대하는 측에서 우려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잘 알겠지만, 그걸 읽다 보면 우려를 넘어 공포를 조장하는 측면이 있어 몇 가지 짚고 넘어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침으로 먹을 미역국을 끓이다가 잠시 이렇게 끄적인다.

먼저 이번에 상용화하려고 안전성 심사를 받는다는 유전자변형 벼는 기사를 검색하면 농민신문에 나오는 두 가지 종류인 것 같다. 하나는 항산화물질로 잘 알려진 레스베라트롤 성분을 생산하는 벼이고, 다른 하나는 가뭄에 저항성이 있는 벼이다.

그런데 이런 종류의 유전자변형 벼가 상용화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인도처럼 부채로 인해 자살하는 농민이 속출할까?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농가부채 문제와 그로 인한 농민의 죽음, 농촌의 어려움은 이미 한바탕 휩쓸고 지나갔지 않은가. 그리고 인도의 경우, 유전자변형 목화가 농민들의 부채를 증가시킨 직접적인 원인이라기보다는 여러 간접적인 원인 가운데 하나라는 것이 밝혀지고 있는 상태이기도 하다(이와 관련하여 옮긴 글이 하나 있다. 참조하시길 바란다). 유전자변형 목화의 종자 가격이 비싸기는 하지만 수확량을 늘린 증거는 있고, 대신 기후 등의 요인으로 관개시설이 열악한 상황에서 농사가 망해 부채가 증가했다는 분석들이 힘을 얻고 있다.

그리고 또, 유전자변형 벼의 종자 가격은 민간의 종자회사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기관에서 관리하고 있다. 한국에서 식량작물, 특히 벼는 농촌진흥청이란 기관에서 꽉 움켜쥐고 있다. 그런 만큼 그게 시장에 풀려도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을 것 같다. 그걸로 수익을 내려 든다면 국민의 피 같은 세금으로 돈놀이를 한다는 거센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 물론 요즘 추세대로 그 기술을 민간의 종자회사에 넘기고, 그 종자회사가 그걸로 수익을 추구할 가능성은 있다. 그런데, 과연 유전자변형 작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퍼져 있는 상황에서 선뜻 유전자변형 벼를 재배하고 판매하려는 기업 등이 나올지 모르겠다. 그래서 산업용으로 쓰겠다고 하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또 유전자변형 벼가 슈퍼잡초나 슈퍼해충, 슈퍼질병을 동반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아르헨티나의 사례를 증거로 제시하는데, 여기저기서 들리는 이야기에 의하면 그것도 좀 자세하고 정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에 대해선 아직 자세히 알지 못하기에 일단 넘어가기로 하자. 그보다, 슈퍼잡초는 제초제 저항성 유전자변형 작물에 계속해서 살포하는 제초제와 깊은 연관이 있는데, 그것은 굳이 유전자변형 작물이 아니더라도 현재의 농업 관행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는 일이다. 충북 농업기술원에서 몇 년 전 발표한 바에 의하면, 충북의 논 가운데 약 26%에서 제초제에 내성이 있는 잡초가 발견된다고 한다. 이는 비단 충북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화학농법에 길들여져 있는 곳일수록, 면적이 대단위일수록 더 심하게 발견되지 않을까 싶다. 상황이 이렇듯 유전자변형 작물이 슈퍼잡초 문제에 기름을 붓긴 했겠지만, 그 존재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화학물질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농법의 문제가 더 큰 것 같다. 또 슈퍼해충은 이번에 승인을 기다리는 벼들이 해충 저항성이 아니라 기능성 성분을 생산하는 것과 가뭄에 저항성을 갖춘 것이라는 점에서 크게 상관 없을 듯하다. 질병 문제도, 글리포세이트의 발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지적한 것 같은데 그와 상관 없으니 그리 문제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혹 유전자변형 벼를 직접적으로 섭취해서 새로운 질병이 생기는 것이라면, 아직 그에 대해서는 아무 증거도 연구도 없으니 뭐라 이야기하기 어렵겠다.

그리고 특허권 문제. 이것도 민간 기업이 아닌 국가의 기관이 개발하여 보급하는 것이니만큼 유명한 캐나다의 사례처럼 골치아프지는 않을 것 같다. 또한 유전자변형 벼가 기존 벼 품종들을 오염시키는 문제도 벼는 자기꽃가루받이를 하며 2% 안쪽에서 남의꽃가루받이가 되어 돌연변이가 생긴다는 점을 보면, 또 요즘의 벼농사에서는 몇 년에 한 번씩 보급종으로 종자갱신이 이루어진다는 점을 생각하면 우려만큼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지 모른다.

유전자변형 문제는 파면 팔수록 참 어려운 문제 같다. 단순히 과학적 차원만이 아니라 사회, 경제, 역사적 맥락까지 두루 살피며 그것이 미칠 영향과 파장, 긍정적 효과 및 부작용 등을 논의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한 장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 내가 여기서 유전자변형 벼를 옹호하는 듯한 글을 써서 그렇다면 당신은 그에 찬성하는 입장이냐고 추궁을 당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나는 절대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은 아니다. 인간이 지나온 농경의 역사는 결국 끊임없는 육종의 역사였고, 그러한 맥락에서 보자면 유전자변형도 그 하나의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현재까지 그 기술과 관련된 자본과 권력의 움직임을 보면 이건 아니다 싶고... 그 이외의 방법으로도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있는 것 같은데 왜 그리 밀어붙이는지 싶고... 아무튼 뭐라 한마디로 딱 잘라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복잡한 문제라 말도 횡설수설하게 된다. 그저 결론은, 유전자변형 문제를 정확하고 날카롭게 비판해야지 공포에 기반한 선동으로 나아가지 않았으면 한다. 그건 오히려 상대를 돕는 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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