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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일, 지렁이 박사로 유명한 최훈근 선생님을 만났다.

예전 도시농부학교 강의 때 한 번 뵈었는데, 그게 벌써 10년 가까이 된 것 같다.

선생님은 이제 정년퇴직을 하고 조그마한 농장을 꾸미며 지렁이와 관계된 일을 계속 하고 계신다.

오늘은 그런 선생님께 지렁이 책을 하나 쓰자고 부탁하러 왔다.




처음 목표는 1만 평의 지렁이 농장이었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치며 현재 200평의 농장을 점점 키워 나가야지 하고 생각하신단다. 작은 농장이지만 아기자기한 것이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더라. 아이들이 견학도 많이 오고 있다고. 




지렁이를 키우는 방법은 간단하다고 한다. 

적당한 먹이만 공급하면 끝. 

단, 농약과 비료는 사용하면 안 된다. 지렁이가 싫어한다.



차광막으로 지렁이를 여름의 강한 햇빛에 보호해주고 있다. 적당한 수분 공급도 중요함.




지렁이에게는 충분한 수분도 공급해 주어야 한다. 그렇게 하면 물, 곧 액비가 줄줄줄줄 흘러나와 그게 또 분변토보다 소중한 거름이 된다고 한다. 그래서 이 지렁이를 키우는 공간에는 아래와 같이 액비를 받는 시설을 간단하게 설치했다. 


이걸 보고 제주도 통시에서 똥은 돼지가 먹지만 오줌은 그냥 흘러가는 것이 아까워 나무로 관을 설치한 모습이 절로 떠올랐다.




차광막을 걷어내고 조금 들쑤석거리자 지렁이들이 꿈틀꿈틀꿈틀....

아, 내가 밭에다 만들고 있는 퇴비더미와 꼭 같구나.





그러나... 겨울에는 지렁이들이 얼어죽거나 할 수 있기에 비닐로 보온을 해준다고 한다. 

비닐 한 장만 덮어 놓으면 땅속은 어느 정도 따뜻하기 때문에 지렁이들이 흩어지거나 얼어죽는 일이 없다고 한다.


지렁이 방한용품.



밭에서 뽑는 풀, 주변에서 나오는 유기물 등을 지렁이 퇴비장에 던져주기만 하면 알아서 먹고 분변토를 생산한다. 

물론 음식물쓰레기도 지렁이가 먹어 치운다.

그런데 주의할 점은 염분이다. 

음식물쓰레기를 그대로 준다면 염분 때문에 지렁이들이 죽을 수 있지만, 설겆이를 하면서 개수대에서 물에 씻기면 염분이 떨어지기에 괜찮다고 한다. 

음식물쓰레기의 염도는 3~4%, 하지만 설겆이를 마치면 0.5% 정도로 떨어진다. 그리고 지렁이가 견딜 수 있는 염도가 바로 0.5%라고 한다. 





지렁이 퇴비장에서 몇 걸음 올라가면 교육장 겸 연구실로 사용하고 있는 건물이 보인다.

거기까지 가는 길을 벽돌로 꾸며놓으신 걸 보니, 예술 감각도 있으신 것 같다.





교육장 앞에는 전시장으로 활용하는 하우스 한 동이 있다.

그 안에는 야생 지렁이를 끌어모으는 실험을 했던 통이 보인다.

주변에서 소똥을 얻어다가 넣었는데 이 지렁이들이 쉽게 모이지 않아서 일단은 실패했단다.


소들이 무엇을 먹었는지 이런 참외 같은 것이 마구 자랐다.




지렁이는 땅속의 숨은 일꾼이라 불린다.

지렁이가 있는 토양과 없는 토양은 큰 차이가 나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아래와 같은 효과이다.

지렁이가 땅속에 공극을 많이 만들어 놓으니 보수력도 좋고, 그리고 배수력도 좋은 건강한 흙이 만들어진다는 이야기. 그러니 당연히 농사짓기에 참 좋지 아니하겠는가.

 





농장에서 주변을 바라보면 여기가 바로 도시농업의 현장이다. 여러 사람들이 작은 땅이지만 아기자기하고 재미나게 농사를 짓고 있다.



원래 쓰레기가 가득하던 곳이었는데 5~6대 분량의 쓰레기를 치우고 올해 처음 밭으로 꾸몄다.




남들은 쓰레기라며 버리지만, 하나하나 주워다 농장에 필요한 소품으로 재활용하고 있다. 이건 다리미판인가?




버려진 의자로 농장 중간에 쉬었다 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마지막으로 재미난 물건을 소개해 주셨다. 바로 지렁이 깡통.

아래의 사진처럼 층층이 있어서 아랫층부터 지렁이를 키우다보면 저절로 윗층으로 하나하나씩 올라간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참 많이 쓰고 있는 물건이라고 함.






역시나 지렁이는 분변토만이 아니라 액비가 중요!

그래서 이 물건의 가장 아래에도 액비를 받을 수 있는 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텃밭농사에 아주 요긴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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