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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농부는 훌륭한 대지의 청지기였다.

그는 땅의 목소리와 숨결에 주의를 기울이며 조심스레 흙을 어루만졌다.

 

허나 지금은 황금에 눈이 먼 약탈자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게 농부와 대지의 연대는 깨져 버렸다.

 

이러한 모습을 보이는 현대 농업의 과제는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지속가능성. 지금과 같이 환경을 오염 또는 억화시키거나 파괴하는 방식으로는 절대 지속가능하게 농사를 지을 수 없다. 농업으로 인한 환경파괴의 사례는 세계 곳곳에, 우리의 농촌에 잘 드러나 있다.

 

둘째는 역시 경제성이다. 먹고살 만해야 그 이름이 무엇이든 대안적인 방식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다. 먹고살 수도 없는데 환경만 보존한다고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환경을 고려하는 만큼 부가되는 비용이나 부담은 사회적으로 보전해주어야 한다.

 

셋째, 공정성이다. 자연을 약탈하는 방식으로 생산비를 떨어뜨릴 수 있던 현대의 농업이 그 대신 그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착취하는 방식으로 방법만 바꾼다면 이는 무의미한 일이 된다.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도, 또 그 소비자에게도 공정해야 한다.

 

이런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노력은 물론이거니와 사회적,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그런데 과연 한국은 그렇게 할 준비가 되었는가? 무한경쟁의 사회 속에서 농업도 국제 무대의 싸움판에 그대로 올리고 있는 판국에.

 

물론 농민이 무조건 희생자이고 피해자라는 주장에는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 습관처럼 아무 생각없이 기존의 방법을 고수하며 좀처럼 바뀌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즐비하니 말이다.

 

그런데 과연 그것이 그 사람들만의 잘못인지는 따져봐야 할 문제라고 본다. 기존 농업개발 방식이 취한 상명하달식의 방법론, 수확량에만 초점을 맞춘 농업기술의 연구개발 관행, 도시에 비해 급속히 낙후되면서 유능한 인재는 빠져나가고 힘없고 능력없는 또는 노후한 사람만 남게 된 사회구조 등등... 그 속에서 농민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떻게 했어야 하겠는가? 그들이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되기를 바라고 그렇게 살아왔다기보다는 구조적으로 그런 모습으로 살라고 강제한 것과 다르지 않다.

 

물론 그러한 상황에서도 희망은 있다. 이 시간에도 새로운 불씨를 지피고자 수고를 마다 않는 사람들이 땀흘리며 노력하고 있다. 세 가지 과제를 수행할 수 있도록 그들의 기를 살리고 힘을 북돋워줄 방법을 강구하고 실행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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