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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남서쪽 Hornstaad-Hoernle에서 발굴된 보리




장기적인 토지 관리·상속 재산 가치 시사 


약 8천년 전 유럽에서 처음으로 농사를 지었던 신석기인들이 가축 퇴비를 이용해 작물을 키운 것으로 밝혀졌다고 사이언스 데일리와 BBC 뉴스가 16일 보도했다. 지금까지 학계에서는 농사에 가축 퇴비를 사용한 시기가 이보다 훨씬 뒤인 철기시대(1200 BC~400 AD)에서 로마 제국 시대로 알려졌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에이미 보가드 교수가 이끄는 국제 연구진은 영국과 독일, 덴마크, 그리스, 불가리아 등 유럽 전역의 13개 고고학 유적지에서 발견된 기원전 6천~2천400년의 보리, 밀, 렌즈콩, 콩 등 124종 2천500여 개의 곡식 낟알과 씨앗을 분석해 이런 사실을 발견했다고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화재로 파괴된 신석기시대 주택에서 나온 불에 그슬린 작물을 분석한 결과 동물 퇴비에 풍부한 질소 동위원소(N15) 성분이 발견됐다고 밝히고 소와 양, 염소, 돼지 똥으로 만든 거름의 사용은 당시 농민들이 유목 생활보다는 장기적으로 토지를 경작하는 방식을 선택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물의 똥은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분해되고 여기서 나온 양분이 여러 해에 걸쳐 작물에 흡수되기 때문에 퇴비 사용은 경작지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를 의미한다. 

연구진은 초기 농민들이 집중관리된 토지의 내적 가치를 인식하면서 후손을 위해 토질을 유지하려고 노력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신석기 시대 농민들이 유목 생활을 하면서 농작물 재배를 위해 나무를 베고 태워 일시적인 경작지를 조성했을 것이라는 전통적인 견해를 뒤집는 것이다. 

농사의 시작이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문화의 전환이며 인류 사회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모든 학자가 인정하는 사실이지만 초기 유럽의 농사가 어떤 성격이었는지, 또 이것이 사회를 형성하고 경제적 변화를 일으키는데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아직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 

연구진은 "농민들이 땅에 거름을 줘 장기적인 투자를 했다는 사실은 초기 농업의 양상을 새롭게 밝혀준다. 한 집안이 대대손손 농경지를 가꿀 수 있다는 것은 새로운 개념이었을 것이며 비옥한 토지는 작물을 재배하기 위한 지극히 귀중한 자산으로 여겨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 "토지가 상속 가능한 자산으로 여겨지면서 유럽의 초기 농업사회에서는 부자와 빈자라는 사회적 격차가 시작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증거가 남아 있는 당시의 극단적인 폭력사태들도 초기 농업 사회의 영역권 강화로 설명될 수 있다고 밝혔다. 

독일 탈하임에서 발견된 기원전 6천년 경의 집단 매장지에서 발견된 유골들은 토지 개간에 사용된 것과 같은 돌도끼로 살해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신석기 시대인들의 먹거리에 관한 기존 관념도 바꿔놓을 전망이다.

유골에 남은 동위원소 분석 결과 신석기인들은 N15 성분이 풍부한 음식을 먹은 것으로 밝혀졌는데 지금까지는 이런 현상이 많은 육류 섭취의 결과로 알려졌지만 새로 발견된 증거를 보면 N15 성분이 많은 거름으로 키운 농작물을 먹은 결과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작물별 질소 동위원소 함유량 분석 결과를 보면 초기 농민들은 거름의 효과가 가장 큰 작물을 세심하게 골라 전략적으로 사용하고 거름이 없어도 잘 자라는 강한 작물들은 내버려 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당시 가축 퇴비는 적은 수의 가축으로 만들기도 힘들고 운반하기도 힘든 귀한 재료였으며 새 증거들은 당시 농민들이 작물 재배에 관해 예상보다 많은 지식을 갖고 있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youngnim@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영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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