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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농-문화

대지와 곡물, 수확의 여신 데메테르

by 石基 2013. 7.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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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우시니아(Ἐλευσίνια). 이는 대지의 여신 데메테르와 그녀의 딸이자 봄의 여신인 페르세포네를 기념하여 매년 그리스의 엘레우시스라는 곳에서 열리던 의식이었다. 하데스가 대지의 여신에게서 봄을 납치해 갔다는 것은 너무나 유명한 신화이다. 그에게 페르세포네가 납치를 당하자 데메테르는 9일 동안 횃불을 치켜들고 사방팔방 돌아다니며 딸을 찾았다고 한다. 그렇게 수소문한 끝에 하데스가 자신의 딸을 납치했다는 사실을 알고 분노와 원망으로 엘레우시스라는 곳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자, 땅이 황폐해지며 세상의 작물들이 메말라 버렸다. 이에 신들도 인간에게 제물을 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고 한다. 

결국 제우스는 1년 중 1/3은 하데스가 사는 지하세계에 있다가 나머지는 어머니인 데메테르와 함께 있도록 조치했다. 당시 사람들은 그렇게 1년 중 1/3의 기간(늦가을부터 겨울) 동안 봄이 땅속으로 사라졌다가 다시 튀어나온다(spring)고 생각했나 보다. 그래서 엘레우시니아는 그때를 기념하며 축하하던 의식이 아니었을까?


동양문화권에서 보면, 春은 艸와 屯과 日의 합성어이다. 이는 날이 따뜻해지면서(日) 땅속에서 조금씩(屯) 풀이 솟아나는 모습(艸)을 뜻한다. 페르세포네가 그 어머니인 데메테르와 만난다는 그리스인들의 사고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아래는 엘레우시니아 의식을 묘사한 장식판이다. 오른쪽 위에 작은 상자를 깔고 앉아 있는 사람이 바로 데메테르이고, 그 옆에 페르세포네가 횃불을 들고 서 있다.





다음은 풍요의 뿔을 들고 있는 데메테르의 모습이다. 혹시 생명역동농법(바이오다이나믹)은 이 데메테르 여신이 지닌 풍요의 뿔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왔는가? 이 농법에서는 소뿔을 이용해 퇴비를 만드는데, 이와 연관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난 아직도 왜 소똥을 소뿔에 넣어 증폭제라는 것을 만드는지 이해할 수 없지만... 직접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이 꽤 있으니 뭔가 효능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너무 신비주의적이긴 하다. 여기로 들어가면 그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다.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wjl83&logNo=150004634252


참고로 생명역동농법은 독일의 루돌프 슈타이너라는 사람에게서 시작하여 세계 곳곳에 퍼진 농법의 하나이다. 인지학이라든지 발도로프 육아라든지 하는 것들이 그 갈래이다. 막 피라미드의 신비도 활용하고 그런다. http://dsa.or.kr/bobsang/bbs.html?Table=ins_bbs8&mode=view&uid=122&page=1§ion=


다시 데메테르로 돌아가자. 아래는 유명한 루벤스라는 화가가 그린 데메테르 여신이다. 이렇게 그녀의 주변에는 늘 채소와 과일이 주렁주렁 탐스럽고 풍요롭다. 이를 놓고 보면, 서양 철학은 플라톤의 주석이란 말이 있듯이 서양 문화는 그리스 문화의 연장선인 것 같다.




루벤스의 또 다른 작품, 데메테르와 두 님프이다. 어흑, 아주 풍만하다. 당시에는 이런 체형이 미인이었겠지. 먹을거리가 부족한 시절에는 살이 찐 모습이, 먹을거리가 풍족한 시절에는 살이 빠진 모습이 미의 기준이 된다. '미'는 절대적인 것인가? 이 질문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계속되는 질문이다. 




Evelyn de Morgan 작, 페르세포네를 잃고 슬퍼하는 데메테르의 모습이다. 알아채셨는가? 데메테르의 머리칼이 밀이고 그렇다. 그녀 주변에 핀 빨간 꽃은 데메테르의 상징인 양귀비! 그렇다, 그녀는 아편의 여신이기도 하다. 엘레우시니아 의식이 한 번 열리면 그녀가 딸을 찾아 헤맨 9일 동안 지속된다고 한다. 그 9일을 어떻게 버텼겠는가? 밀밭 사이에 난 붉은 양귀비꽃, 거기에서 얻은 환각제를 이용했다는 학자들의 설도 있다. 양귀비나 대마가 지금은 마약류로 분류되어서 그렇지, 예전에는 집집마다 한두 포기씩 일부러 재배하거나 저절로 나게 한 뒤 급할 때 비상약으로 활용하곤 했다. 마약으로 거기에 빠져서 인생 종치는 것이 무서운 것이지, 그렇지 않다면야... 병원에서는 합법적으로 이러한 종류로 약을 만들어 활용하지 않는가.





그래서인가? 데메테르 여신의 신전 근처에는 이처럼 양귀비꽃이 피어 있다고 한다. 그녀의 상징이어서 일부러 뽑지 않는 것이겠지만 너무 재밌다.






아래의 인물은 인간에게 밀을 재배하는 방법을 전했다는 트립톨레모스이다. 이 사람도 데메테르와 무관하지 않다. 이 사람의 이름은 '3번 땅을 갈아엎는 사람'이란 뜻으로 농사와 아주 밀접하다. 그는 엘레우시스의 왕 켈레우스의 아들인데, 뭔가 딱 떠오르지 않는가? 맞다, 데메케르가 딸을 찾아 헤매다가 잠시 머문 곳이 엘레우시스이다. 그때 데메테르는 인간 노파로 변해 우물가에서 쉬고 있는데 그녀를 데려다가 유모로 삼았다고 한다. 


이 날개 달리고 뱀으로 장식된 전차에 탄 트립톨레모스가 바로 데메테르가 기르던 아이였다. 자, 그럼 그의 손에 들려 있는 밀이 자연스레 이해가 되지 않는가. 그런데 엘레우시스가 그리스의 곡창지대였던 것일까?




아래가 현재 엘레우시스에 가면 볼 수 있는 우물이다. 여기에 데메테르 여신이 노파의 모습을 하고 쉬고 있었단다.





엘레우시스는 아테네의 북서쪽에 위치한 도시이다. 엘레우시니아 의식이 시작되면 9일 동안 아래의 지도에 나온 것과 같이 이동을 했다고 한다. 데메테르 여신이 딸을 찾아 헤맨 길을 따라간 듯하다.





1818년 Joseph Gandy라는 화가가 그린 엘레우시스의 데메테르 신전의 모습이다. 엄청난 규모.





현재는 이러한 모습으로 남아 있다고 한다. 





현지에 있는 안내도를 보면 엘레우시스의 데메테르 성소는 이런 식으로 배치가 되어 있었다고. 10번 건물이 바로 데메테르 신전이다.



마지막으로 하데스의 지하세계로 가는 동굴의 입구이다. 페르세포네를 납치하여 여기를 통해 땅속으로 데려갔다고 한다.






농사를 알고 보니까 그리스 신화를 더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다.

그리스 신화의 색다른 맛을 알고자 하신다면, 농사를 지읍시다.



뱀다리; <엘레우시스: 비의의 비밀과 의미>라는 자료를 첨부하니 시간이 되시면 읽어보시길...


엘레우시니아.pdf


엘레우시니아.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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