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위기의 본질은 비정규직이라는 대학원생의 지적(http://t.co/cLR4jNN9)... 흠, 요즘에는 박사학위를 따도 무기계약직이다. 또 교수도 계약직이 많더라. 저는 정규직이냐 아니냐가 문제의 핵심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고급 인력이 귀한던 70~80년대를 지나, 90년대엔 대학생이 차고 넘치더니, 2000년대에는 박사가 길거리의 돌처럼 채이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이들을 먹여살리려면 그만한 대우가 필요한데, 그게 어려운 실정이지요.
아무튼 영국에서 박사를 따서 미국에서 박사후연구원을 하고 있는 후배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자기가 두 지역에서 있어 보니, 미국에 박사들이 몰릴 수밖에 없겠다고요. 미국은 기업과 정부의 자금 지원이 장난 아니랍니다. 대신 유럽의 장점은 각계각층에서 재미나고 창의적인 프로젝트가 많답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그중에 돈이 될 만한 건 미국이 쏙쏙 가져간다네요.
그런 차이가 어디서 오는 건지 잘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사정을 잘 모르지만 짧은 생각으로는, 교육비 문제, 교육 시스템 및 사회복지 시스템과 큰 연관이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죠. 유럽과 미국의 차이야 더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다들 잘 알지 않으십니까.
그러면서 왜 한국은 학자들이 다양한 사회활동에 참여하지 않을(또는 못할)까를 생각하게 됩니다. 이른바 돈이 될 만한 일 이외에 다른 소소한 일에 참여하고 연대하는 모습은 쉽게 찾아보기 힘들죠. 그래서 비정규직화가 문제의 핵심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물론 정규직이 되면 안정적으로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이 되겠죠. 그런데 그 자리에 들어가지 못하는 수많은 학자들은 어찌 되겠습니까? 또한 그 정규직 자리를 보전하려고 맘대로 주제를 선정할 수나 있겠습니까? 그래서 정규직이 확보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한편으론 집단이기주의의 발로가 아닐까 하는 것이죠.
제가 볼 때는 "우리 자리를 많이 만들어라" 하고 주장할 게 아니라 "우리가 맘대로 연구할 수 있는 자유를 달라"라고 주장해야지요. 그러기 위해선 교육비 문제를 해결하고, 시스템을 잘 갖추고 아울러 사회안전망도 잘 짜라고 요구하는 운동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물론 공부하시느라 바쁜 건 압니다만, 학계를 위해서 그리고 자신을 위해서 말이죠. 실험실과 연구실에서 청춘을 불태우는 모습이 멋져 보이다가도 가끔은 안쓰럽습니다. 솔직히 고시원의 청춘들과 그들이 크게 다를 바가 없지 않습니까.
오늘 KBS 뉴스에서 재미난 소식이 나왔습니다. 그건 서울시립대가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자 학자금 대출을 받는 학생이 반으로 줄었다는 겁니다. 이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만큼 학생들이 알바 등에 쫓기지 않게 되자 지역주민들과의 교류와 봉사활동도 활발해졌다고 하더군요(http://goo.gl/fR8N4). 이 소식을 듣는 순간, 바로 이런 모습이 유럽의 그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때렸습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 했지만 한국에서 교육은 마르지 않는 돈의 샘물을 길어올리는 일처럼 된 듯합니다. 공교육의 정상화, 선행학습과 사교육의 폐지, 학벌 철폐 등등이 이루어지려면 누구나 쉽게 교육의 기회를 받아야 할 수 있어야 하고, 굳이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막말로 교수와 농부의 월급이 비슷하거나 많이 버는 만큼 세금을 많이 내서 사회안전망과 복지를 확충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학문의 발전을 위해서 정규직 교수나 연구원 같은 자리가 많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먼저 교육과 복지 시스템을 잘 갖출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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