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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류농약 관리체계 개선을 위한 방안으로 포지티브리스트 시스템 도입을 놓고 찬반 양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먹거리 안전을 위해 현행 네거티브리스트 시스템을 포지티브리스트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현 제도도 포지티브리스트 시스템에 준하는 것으로 식품 안전을 보장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포지티브리스트 시스템이란 사용이 등록된 농약의 경우 잔류허용 기준을 설정해 검사하지만, 등록되지 않은 농약에는 불검출 수준의 일률적인 기준(0.01㎎/㎏ 이하)을 적용하는 제도다. 등록되지 않은 농약은 사용을 허가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에 비해 네거티브리스트 시스템은 사용금지된 농약 이외에는 검출한계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체계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최근 발간한 ‘농산물의 잔류농약 관리현황과 개선방향’ 보고서에서 “기후 및 농업환경이 변하면서 세계 각국에서는 다양한 농약을 사용하고 있어 현행 네거티브리스트 시스템으로는 수입농산물의 잔류농약을 관리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포지티브리스트 시스템을 도입해 잔류농약에 대한 안전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경우 2006년 포지티브리스트 시스템으로 전환한 후 잔류농약 관리체계가 강화됐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밝혔다.
이러한 주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농산물 수입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져 소비자들의 먹거리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올해만 해도 맹독성농약이 다량 함유된 중국산 산양삼 사건, 허용치를 20배나 초과한 인도산 고추 사건 등이 발생해 소비자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또 포지티브리스트 시스템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에 따라 향후 중국산 농산물에 대한 ‘비관세장벽’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잔류농약 관리체계를 담당하고 있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은 포지티브리스트 시스템 도입에 적극적이다. 당초 2014년 도입한다는 계획은 무산됐지만 이를 중기과제로 선정해 현재 도입을 위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농약업계도 포지티브리스트 시스템 도입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농약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잔류농약 관리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은 농업인들에게 등록되지 않은 농약을 사용해도 된다는 의식을 고착시킬 우려가 크다”며 “농약산업을 발전시키고 안전한 농약사용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포지티브리스트 시스템을 빨리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농약 전문가는 “한ㆍ중 FTA 협상이 진행중인 가운데 안전성이 떨어지는 중국산 농산물의 무분별 수입을 제도적으로 막기 위해서라도 선진화된 포지티브리스트 시스템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포지티브리스트 시스템 도입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현재 우리나라의 잔류농약 관리체계가 표면적으로는 네거티브리스트 시스템이지만 사실상 준 포지티브시스템이라는 것이 이유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등록돼 있지 않은 농약에는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에 규정돼 있는 잔류허용기준을 적용해 등록된 농약처럼 사용할 수 있게 하거나, 상추와 취나물처럼 비슷한 작물에 서로 다른 농약을 사용하면서 그중 하나만 등록돼 있는 경우 다른 하나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유사기준 적용)하는 등 지금도 포지티브리스트 시스템에 가깝게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포지티브리스트 시스템을 도입하면 검사해야 할 농약 항목이 대폭 증가해 검사 인력과 장비, 시간 등이 늘어나며 무엇보다 농산물 생산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농약의 경우 병충해의 변화나 새로운 병충해의 출현에 따라 새로운 농약을 계속 개발해야 하는데 그럴 때마다 등록을 위해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이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소규모로 재배하는 작물의 경우 등록된 농약 자체가 거의 없어 농업인들의 생산 활동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포지티브리스트 시스템으로 가기 위해서는 농업인들이 사용할 수 있는 농약이 충분히 등록돼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괜한 범법자만 양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경우 포지티브리스트 시스템 도입 전 3년여간의 준비 기간 동안 250개이던 등록 농약을 799개(현재 824개)로 대폭 늘렸고, CODEX 기준을 받아들였다.
서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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