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에 도착해 은각사를 구경하고 철학자의 길로 나섰다.
교토대학교의 철학과 교수가 이 길을 산책로로 이용하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아마 칸트를 동경하는 사람이었나 보다.
가보니까 조그마한 개울을 중심으로 나 있는 동네 길이더라. 개천 주변으로 나무들이 자라는데, 그것이 바로 벚나무. 그러니까 이 길은 봄에 와야 미친듯이 아름다울 것이다. 난 11월에 갔으니 화려함은 없었으나, 소박하니 좋더라.
그러나... 사람이 너무 많다. 줄을 서서 걸어가는 느낌이 들 정도로 사람이 너무 많다. 무슨 철학자의 길이냐. 여기서 어떻게 사색을 하면서 걸을 수가 있단 말인가!
또 길 옆으로는 가게 들이 너무 많다. 조용히 사색에 빠져 걷기보다는 정신이 팔린다. 늘 보던 사람은 무심히 지나갈 수 있겠지만, 처음 간 사람은 저게 뭐지 이건 뭐지 하지 않을까.
마침 점심시간이라 길고양이들을 위해 밥을 주는 때였는가 보다. 가는 길목 곳곳에 고양이들이 점심밥을 먹고 있었다.
어떤 놈은 아랑곳하지 않고 따사로운 햇볕을 받으며 낮잠을 즐기고 있기도 하고...
길 중간에 만난 거리의 화가. 풍경을 그리고 있었다. 인물화도 그리는지 물어볼 걸 하는 후회가 지나오고 나니까 든다.
일본의 민가에서 만난 호랑가시나무. 얼마전 여주에 갔다가 여주에서도 이 나무가 자라는 걸 확인했다. 주로 따뜻한 지방에서 자라는 나무이기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일본은 지장보살의 나라다. 어디를 가나 곳곳에 지장보살이 놓여 있다. 그러면서 조선의 장승을 다 베어버리고 뽑아냈지. 참 나쁜놈들이다.
길가에서 만난 미국자리공. 우리 동네에도 있는 풀을 이곳에서도 만나니 반갑더군.
11월 말의 일본은 막 동백꽃이 피기 시작하는 무렵이다. 역시나 한국보다 훨씬 빠르다.
일본에선 풀을 보기가 쉽지 않았다. 그만큼 관리를 잘한다는 뜻일 텐데, 난 좀 너무 인간적인 냄새가 나서 싫더라. 풀도 적당히 있고 그래야 자연스러운 맛이 나지. 풀의 식생도 궁금했단 말이다. 한국과 비슷한 종류의 풀이 꽤 보인다.
어느 집에 강아지 한 마리가 묶여 있었다. 불러보았지만 와서 슬쩍 냄새만 맡더니 좀처럼 다가오지 않는다. 이놈, 이 조심스러운 놈.
산책길에 똥을 잘 치우라는 광고문은 곳곳에서 볼 수가 있었다. 우리 동네에 널린 개똥이 일본에는 없다. 그런 거 하나는 참 잘 지키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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