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논의 한쪽 귀퉁이에 둠벙이라고 하여 조그마한 연못이 마련되어 있었다. 뭐 논 하나하나에 있었던 건 아니지만 중요한 곳곳마다 둠벙을 설치하여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벼를 수확한 이후에는 거기에서 물고기도 잡고, 겨울에는 개구리도 잡아다가 먹었다. 이렇게 둠벙은 수리시설이면서 생태계의 생물다양성을 유지해주는 공간이면서 좋은 영양공급원이기도 했던 것이다.
그러던 곳이 언제부터인가 하나둘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아마 양수기가 팔리기 시작하고, 지하수를 퍼올리는 관정이 뚫리고, 콘크리트로 농수로를 정비하고, 경지정리가 이루어지기 시작한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둠벙은 결국 바둑판 같이 반듯반듯한 논들이 자리하는 것과 함께 하나도 남김없이 사라지게 되었다.
그런데 몇 해 전부터 전라남도에서 둠벙을 되살리는 사업을 벌인 적이 있다. 처음 그 사업을 기획하고 시작한 것은 다른 목적보다 관광자원화의 의미가 컸던 것으로 기억된다.(http://blog.daum.net/stonehinge/8726075) 그런데 뜻하지 않게 올해의 극심한 가뭄에 둠범이 제역할을 톡톡히 발휘했다고 한다. 둠벙을 설치한 곳은 그 덕에 가뭄을 덜 탔기 때문이다.
논에 벼만 자라는 지금의 환경을 다시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둠벙 때문에 농지의 면적이 줄어들고 기계가 들어가가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말고 새로운 가치평가의 기준으로 새로이 둠벙을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이러한 작은 규모의 저수지인 둠벙이 논의 곳곳에 설치된다면 굳이 거대한 댐이나 대형저수지를 짓지 않아도 충분히 가뭄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파괴되는 생태계를 보호할 수 있을 것이고, 여러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관점의,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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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적인 가뭄에 물 부족 해결 ‘효자’ 역할
경남 고성군 고성읍 대독리에 있는 둠벙의 모습.
둠벙이 가뭄해소에 큰 역할을 하면서 각 지자체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친환경생명농업을 군 주요 시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경남 고성군의 경우 지역에 산재해 있는 237곳의 크고 작은 둠벙에 석축을 보강하고 취수 시설을 설치하는 등 지속적으로 개보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문식 고성읍 대독리 이장은 “올해처럼 가뭄이 심한 해는 논 가장자리에 있는 둠벙이 큰 힘”이라며, “온 나라가 가뭄피해를 겪고 있는 요즘, 농업용수를 확보하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걱정을 던 셈”이라고 밝혔다.
대독리처럼 고성군 관내에 조성된 둠벙은 10곳이다. 군은 그동안 모내기철 가뭄대책으로 농업용 암반관정사업을 추진해 왔으나, 지하수위가 점점 낮아지면서 효용성이 떨어짐에 따라 2010년부터 수원(水源) 확보 방향을 둠벙 조성으로 바꿨다.
진영철 고성군 건설재난과 주무관은 “비용 대비 효과가 암반관정보다 훨씬 좋아 농업인들의 호응도가 높다”며 “둠벙이 안정적인 농업용수 확보는 물론 빗물의 효율적 이용, 생태계 복원 등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파급효과가 클 것”이라고 밝혔다.
전남도에서도 친환경농업을 육성하면서 조성한 둠벙이 가뭄해소에 크게 기여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에 따르면 최근 가뭄이 지속되면서 천수답의 모내기 지연과 고추·참깨·고구마 등의 생육부진이 우려됐으나 큰 차질 없이 농사가 진행되고 있다.
진도군 군내면의 경우 둠벙에 저장된 물을 활용해 2.5㏊의 천수답 모내기를 정상적으로 마쳤고, 고추·대파 등 밭작물에도 양수기로 물을 끌어다 주면서 가뭄피해를 막았다. 도는 2007년부터 친환경농업단지내 생태계 복원과 수질개선 대책의 하나로 둠벙 424곳을 조성했다. 오는 2014년까지는 200곳을 더 만들 계획이다.
전종화 전남도 친환경농업과장은 “둠벙이 생태계의 보고로 알려졌지만 올해처럼 가뭄이 극심할 때는 농업용수원으로 활용돼 그 중요성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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