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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귀촌이 열풍이다. 하지만 그것이 삶의 전환이 아니라 단순히 직업의 전환이 되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문제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이 기사에 보이는 기러기 아빠의 문제이다. 가족이 오손도손 행복하게 사는 것이 아니라 여느 도시의 기러기 아빠처럼 남자는 돈만 벌고, 여자는 아이만 키우는 이상한 가족의 모습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귀농은 기사의 지적처럼 감상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돈만 많이 버는 농업의 형태를 선택하는 것도 방법은 아닐 것이다.
굵은 비가 대지를 적신 지난 23일 아침 경기도 안성. 지방도에서 벗어나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를 200m가량 지나서야 만난 '농부' 김영재(44)씨는 "비 오는 날은 휴일"이라며 "하늘과 비즈니스를 하다 보면 이런 불규칙함이 오히려 편하다"며 웃었다.
서울에서 담배회사 마케팅 팀장으로 일하던 그가 이곳에 자리를 잡은 것은 2010년. 부친 소유인 13만9000㎡의 밭에서 고구마와 감자, 마를 키우는 게 일이다. 작년 수입으로 저온 저장시설을 짓고, 고구마 재배용 트랙터를 사고도 7000만원을 넘게 남겼다.
"도시 생활보다 여유가 있는 것 같다"고 했더니 그는 정색을 했다. "땅을 빌린 임대료는 아버지에게 주변 시세와 똑같이 드리고, 농번기에는 주말·휴일도 없습니다. 야근, 밤샘도 많아요. 천안 연암대학에서 2개월간 숙식을 하며 강도 높은 교육을 받고, 전문가와 상의해 면밀한 사업계획서까지 마련하며 1년 넘게 준비를 했는데도 힘이 들어요. 제가 선택한 길이라 스트레스를 덜 받고, 농한기(12~1월) 재충전 시간이 있다는 게 그나마 장점이죠."
그는 작년 농번기 때는 밤새도록 인부들이 쓸 낫을 갈고, 낮에 마무리 못한 밭일을 하느라 휴대용 랜턴과 전구를 켜고 작업을 하는 일이 많았다고 했다. 그는 고등학교 1학년인 딸이 대학에 갈 때까지 '기러기 아빠' 생활을 농촌에서 해야 하지만, "새 일터에서 안정된 기반을 잡기 위해 이 정도 각오는 하고 왔다"고 했다.
◇"귀농도 취업, 감상은 금물"
지난 12일 경기도 수원에 문을 연 농촌진흥청 산하 귀농귀촌 종합센터(031-299-2200ㆍwww.returnfarm.com)에는 요즘 예비 귀농·귀촌자들의 문의가 쇄도한다. 전화 상담원들의 목이 쉴 정도다. 센터 관계자는 "한 사람이 많으면 하루 200통의 문의전화를 받는다. 호기심 차원의 문의도 많지만, 절반 이상은 진지하게 귀농 계획을 세우는 분들이어서 우리도 놀란다"고 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도시에서 농어촌으로 총 1만503가구, 인구로는 2만3415명이 빠져나갔다. 2010년 4067가구의 2.6배다. 작은 수도권 신도시 하나가 농촌으로 옮겨간 셈이다. 올해 귀농·귀촌자는 2만 가구를 넘을 것이라는 게 농식품부의 예측이다. 하지만 위 김영재씨의 사례에서 보듯 감상이나 낭만은 금물이다. 도시에서 창업하거나 취직하려는 사람 못지않은 준비가 필요하다.
농식품부가 선정한 우수 귀농인 25명 중 한 사람인 한동훈(36)씨 역시 철저한 사전 준비로 빛을 본 경우다. LG CNS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던 그는 2009년 말 가업(家業)인 임업에 뛰어들어 13만2000㎡ 부지에 느티나무, 왕벚나무 등을 키우고 있다. 작년 수익은 1억원 정도. 그는 "귀농 전 1년간 전국의 임업농가 100곳 이상을 탐방하며 나무 품질과 품종을 파악했고, 요즘도 최신 재배 동향을 파악하고, 필요한 나무 품종을 확보하느라 한 달 1만㎞ 이상을 도로 위에서 보낸다"고 했다.
◇상대적으로 젊은 귀농 인구
귀농 열풍이 농촌에 반가운 이유는 귀농 인구가 기존 농촌 인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젊기 때문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작년 귀농자의 76%가 50대 이하로 전체 농촌 인구 중 50대 이하 비중 58%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귀농자 중 40대와 50대 비중은 각각 26%와 34%로 전체 농촌 인구 중 40대와 50대 비중인 12%와 19%를 크게 웃돌았다. 〈그래픽 참조〉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30~40대 농촌 인구 평균소득이 도시보다 많은데 이는 젊은 영농후계자와 함께 귀농자들의 역할이 컸다"면서 "귀농자들이 농촌의 리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장태평 마사회장(전 농식품부 장관)은 "귀농인들이 스스로 '경영자'라는 자각을 가져야 한다. 농업도 다른 산업 못지않게 기술과 경영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귀농자의 절반 이상(52.7%)은 생산기술이 단순하고 초기 투자 비용이 적은 벼나 배추로 농사를 시작한다. 이들이 보다 높은 기술을 요하고 부가가치가 높은 작물에 도전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 농업계가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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