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기아를 해결했다는 평가를 받은 녹색혁명에 대해서 이러한 것도 있다. 녹색혁명은 남반구의 반항적인 농촌인구를 안정화시키고 그 정부를 친구로 만들어 2차 세계대전 이후 갈 길을 잃은 기술과 석유산업을 위한 일이었다(실제로 녹색혁명에는 록펠러재단이 깊숙이 관여하고 있었다).
처음 멕시코에서 녹색혁명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멕시코에 이어 인도로 그 바람이 건너갔다. 그 덕에 인도는 벼 생산량이 세계에서 두번째인 나라가 되었는데, 인구의 약 1/4인 2억 명이 지금도 여전히 굶주리고 있다. 기아와 빈곤보다 생산량 증가에만 초점을 맞춘 녹색혁명이었다는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강 없다.
여기에 한국도 빼놓을 수 없지. 한국은 녹색혁명을 통해 쌀 자급률 100%를 달성했다. 하지만 기타 작물의 자급도는 10% 이하로 급격히 하락했다. 그 결과 현재 식량자급률 25%의 국가가 되었다. 또한 녹색혁명으로 농민은 감소하고 농촌은 붕괴되었다.
2012년 벽두부터 빌 게이츠 씨는 세계의 기아를 해결하기 위해선 새로운 '녹색혁명'이 필요하다며 농업에 대한 투자를 역설했다. 그런데 그 방법론으로 내세운 것이 GMO 작물. 과연 그 방법이 옳은지 되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유엔과 세계은행이 함께 수행한 연구가 있다. 개발을 위한 농업지식, 과학과 기술의 국제평가(IAASTD) 그것이다. 이를 통해 세계에서 400명의 전문가가 농업 분야를 조사했고, 그들이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GMO를 이용한 화학적 집약농업은 답이 아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소농이 주체가 되어 함께 참여하는, 농민의 지식이 집약된 생태적 농업이 더욱 바람직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특히 올리비에 드 슈터가 지난해 발표한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생태농업으로 10년 안에 식량 생산량을 2배로 높일 수 있다고까지 한다. GMO와 같은 첨단 과학기술을 사용하지 않고도 말이다.
사실 기아는 식량 생산량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은 많은 학자에 의해 지적되었다. 생산이 아니라 분배가 문제라고! 실제로 기아는 빈곤과 자원, 특히 토지가 없는 사람들에게서 더 쉽게 일어난다.
기아를 해결하기 위해선 첨단 과학기술로 생산량을 늘리기보다는 농민이 자신의 땅에서 쫓겨나는 것을 막고, 대량 보조금으로 생산된 값싼 농산물로 세계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투기세력들의 농간이 끝장나야 한다. 신자유주의와 자유무역이 그 핵심이다.
또한 농민이 수천 년 동안 농사지으며 이어온 유전자원, 곧 토종 종자에 대한 농민의 권리인 농부권을 보호해야 한다. 다국적 기업이 소유한 신품종 종자에 대한 특허권이 아니라 먼저 농민의 농부권을 강력하게 보호하라!
아무튼 빌 게이츠 씨가 부르짖은 농업 부문의 '혁신'은 실험실이 아니라 논밭에서 땀흘려 일하는 농민들에게서 시작되고 이루어질 수 있다. 실험실은 그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할 수 있지, 그를 완성시키는 주체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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