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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기사를 검색하다가 서울경제 신문 이상훈 기자의 아래와 같은 기사를 발견했습니다.

다음은 기사의 전문입니다.


'국내산 콩으로 만든 유기농 두부는 없다.'

몸에 좋은 유기농 두부는 당연히 국내산 콩으로 만들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다 수입콩으로 만든다.
청정 유기농 식품을 으뜸으로 치는 웰빙시대에 왜 국내 기업들은 국내산 콩으로 만든 유기농 두부를 출시하지 못하는 걸까.
'유기농'은 3년 이상 동안 토양에 농약 및 화학비료를 뿌리지 않은 채 재배된 식품을 말한다. 그런데 국내 지역은 농토가 좁고 비가 많아 와 이런 유기농을 재배하기 위한 조건을 만족시키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국내산 유기농 두부를 먹고 싶은 수요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이른바 '수급 불균형'이 빚어진다. 유기농 두부가 전체 두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수준이다.
국내산 유기농 두부가 출시되기 어려운 요인 중에는 콩 종자의 문제도 있다.

국내에서 재배되는 콩 종자의 대부분은 과거 1960년대 일본에서 수입된 '광교'라는 종자의 개량품종이다. 광교는 생산량이 많은 장점이 있지만 병충해에 약해 농약 등을 많이 뿌려야 한다. 그래서 농가에서 콩을 농약 없이 키우기는 힘들다. 이런 이유로 '국산콩두부'는 농약을 친 콩으로 만들었다고 보면 된다.

물론 광교의 개량품종 외에 병충해에 강한 국내 순수 콩 종자도 있다. 하지만 종자 양이 미미하다 보니 생산도 적을 수밖에 없는데다, 대부분이 논두렁이나 밭두렁에서 재배돼 농약이 흘러 들어 갈 개연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국내산 콩으로 만든 유기농 두부가 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럼 시중에 나도는 유기농 두부는 어떻게 된 걸까. 이 제품들은 호주를 비롯해 중국, 미국 등에서 재배된 유기농 콩을 수입해 기업들이 두부로 만들었다. 가격은 국산콩두부와 엇비슷한 수준이다. 유기농 콩으로 만든 제품 외에 수입산 콩으로 만든 제품은 가격이 제일 싸다.



무엇을 알려주려고 작성한 기사인지는 모르겠지만, 기사의 내용이 오류 투성이입니다. 뭐, 유기농 두부의 재료가 국산 콩이 아니라는 사실이 놀라워서 이런 기사를 작성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렇다면 정확한 사실을 조사해서 전달해야지 기자가 이런 식으로 기사를 내보내면 안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먼저 그가 언급한 '광교'라는 콩은 일본 도입종이 아닙니다.  '광교'는 일제강점기 경기도 장단 지역에서 수집한 '장단백목'이라는 콩을 인공교배하여 육종한 콩입니다. 그러니 굳이 그 근원을 따지자면 토종의 하나라고 할 수 있지요. 물론 기자의 지적처럼 '광교'가 병충해에 약할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병충해 저항성보다 수확량에 초점을 맞추고 농약을 치는 걸 기본 전제로 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런데 유기농 농사를 짓고 싶어도 병충해에 강한 종자의 양이 적기 때문에 어렵다는 지적은 얼토당토 않습니다.

일단 농가에서 콩은 보통 씨앗을 직접 받아서 다시 심곤 합니다. 그것은 콩이 씨를 받기도 쉽고 저장도 쉽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리고 보급종을 그렇게 몇 년을 받아서 심어도 퇴화하는 일도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에 더욱더 그렇습니다. 물론 정부에서는 정부 보급종으로 농사를 지을 경우 안정적인 수확량을 위해 4년에 한 번씩 개량하라고 권장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농민 입장에서 콩씨 한 가마면 돈이 얼마냐 하면서 그냥 지난해 받은 것을 심곤 하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종자의 양이 적을 수는 있지요. 이미 농민들이 심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러한 콩을 많이 심지 않는 더 큰 이유는 가격 때문입니다. 기자의 지적처럼 논두렁, 밭두렁에서 재배하여 농약이 흘러들어 갈 위험 때문에 유기농 콩이 적은 것이 아니라, 수입산 유기농 콩과 도저히 가격 경쟁력에서 맞설 수 없기 때문에 농사짓지 않는 것입니다. 힘들게 농사지어봤자 비싸다고 수매하지 않는데 어쩌겠습니까?


기자가 어떤 동기로 기사를 작성했든지 유기농 두부의 재료가 국산 콩이 아니라는 문제의식은 좋았으나, 그의 기사는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엉터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농업에 대한 관심은 좋았으나, 좀 더 공부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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