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인간은 과학과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전례 없는 성장을 이룩했다. 1800년대 10억에 지나지 않았던 세계의 인구는 현재 60억 명을 훌쩍 넘어 70억을 바라보고 있다. 인간의 평균수명이 길어지고 인구가 늘어난 배경에는 과학과 기술의 발전에 따른 물질적 풍요로움이 뒷받침하고 있다.
하지만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그것은 바로 다양성의 파괴 문제이다. 여러 방면에 걸쳐 지구 생태계의 한계를 넘어서는 비약적인 성장을 이룩하면서 그것은 더욱 심해졌다. 상업화된 대규모 단작 농업과 인구 성장에 따른 생태계의 파괴, 지나친 자원 사용으로 인한 자원 고갈의 문제와 지구온난화로 인한 빈번하고 극심해지는 기후변화의 문제, 교통과 통신의 발달과 세계 경제의 통합으로 인한 문화의 획일화 문제가 그러한 부작용의 하나이다.
필자는 이러한 맥락에서 언어생태전략을 민속학의 새로운 담론으로 제시한다. 우리는 과거 지역마다 서로 다른 생태 환경을 배경으로 그만큼 다양한 민속지식(folk knowledge)을 형성하며 살아왔다. 그러한 민속지식은 주로 저마다 지닌 고유한 생태 환경의 영향으로 형성된 것으로, 주로 언어를 통해 표현되고 전승되는 특징이 있다. 이런 점 때문에 필자는 생물다양성이 파괴되는 이 시대에 언어생태의 생존과 발전이란 측면에 주목한다.
그러한 언어생태는 현재 위기에 처해 있다. 아니 이미 위기를 넘어 소멸과 멸종의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우리는 선진국으로 나아가고자 산업화를 국가 발전의 주요 전략으로 선택했고, 이후 거대한 세계화의 흐름에 동참하면서 다양했던 민속지식이 성장이란 이름 아래로 획일화되고 거의 사라졌기 때문이다. 선진국, 산업화, 세계화는 효율적이고 관리하기 좋도록 획일적으로 사회경제 체계를 구축한다는 뜻이다. 그렇게 사회가 하나의 체계로 통합되어 운영되면서 지역마다 다양했던 문화, 우리의 민속지식은 분해되고 표준어 등과 같이 하나의 기준으로 통합되어 버렸다. 교통과 통신의 발달은 불에 기름을 붓는 격으로 그러한 현상을 심화시켰다. 그렇기에 필자는 사회의 변화에 따른 민속지식, 곧 언어생태의 위기에 맞서 자생적 생태이론을 바탕으로 민족생활사에 생태민속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것이 바로 언어생태전략이다. 생태전략은 자연과학의 생태계 복원 전략이란 개념에서 나온 것인데, 그 핵심에는 다양성이 전제되어 있다. 그렇기에 언어생태전략은 생태 환경의 영향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형성된 민속지식이 담겨 있는 다양한 언어의 생존 전략을 뜻한다.
필자가 제시하듯이 민속지식을 담고 있는 언어에는 사람들의 시공간을 이해하는 방식, 자연을 인지하는 체계 등, 곧 그 사람들만의 세계관이 담겨 있다. 그러나 이러한 민속지식을 담고 있는 언어는 사회경제적 변화가 일어남에 따라 소멸․멸종하고, 그 자리에는 과학적으로 입증된 새로운 언어가 들어서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50년이란 매우 짧은 기간 동안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의 하나에서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 되는 과정을 거치며 극심한 사회경제적 변화를 겪었다. 우리의 근현대사는 한 편의 드라마보다 더 극적인 일들의 연속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민속지식이 담겨 있는 언어생태가 생존하도록 할 수 있을까? 필자의 한계는 바로 이 지점에 놓여 있는 듯하다. 우리는 이미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섰다. 그렇게 사회경제적으로 발전하고 생활양식이 바뀜에 따라 과거 민속지식을 담고 있던 언어생태는 급격하게 바뀌었다. 이제 방송에선 소 쟁기질을 구경거리의 하나로, 특이한 우리의 옛 모습을 보여주는 대상으로만 다룰 뿐 거기에 담긴 생태적 가치와 의미를 찾으려 하지 않는다. 심지어 길마가 무엇이고, 옹구가 무엇인지조차 몰라 횡설수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필자의 주장은 자칫 새로운 샐비지 민속학의 하나로 전락할 위험이 있어 보인다. 필자는 언어생태전략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담론을 제시하지만, 과연 언어생태를 어떻게 생존․발전시킬 수 있는지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그것까지 연구자가 해야 하는 일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필자가 주장하듯이 민속지식이란 개념이 “신자유주의적 획일적인 문화구조 속에서 문화다양성이란 생존전략을 요구하는 정치적 견해”를 지닌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산업화․세계화로 인해 빠르게 소멸해 가고 있는 우리 민속지식의 가치를 찾아 널리 알리고, 그를 통해 생존전략을 세우도록 돕는 일이 생태민속학의 과제는 아닐까? 생태계의 위기라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혜를 우리의 민속지식에서 찾고자 하는 것이 생태민속학의 주요 과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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