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영국으로 유학은 떠난 후배와 이야기를 하다가 숙주나물로 밥을 해 먹는 것을 보고 궁금증이 일었다.


"콩나물은 한국 이외에는 잘 먹지 않는다는데 사실이냐?"


그랬더니 좋은 자료를 찾아 알려주었다. 그 자료를 대충 훑어본 결과 보통 콩나물이란 것은 동아시아권, 그러니까 쌀 문화권의 나라에서 길러 먹는데, 보통은 숙주나물을 많이 먹지만 우리만 유별나게 콩나물을 많이 먹는다는 것을 알았다.


콩나물은 흔히 중국에서 기원하는 것으로 인정된다. 역사를 따질 때 가장 중요한 것이 기록인데, 가장 오래된 기록이 중국 한나라 때의 것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기록이 발견된다면 모를까, 콩나물이 중국에서 기원한다는 역사학의 말을 듣고 있을 수밖에 없다. 아무튼 이 콩나물 가리키는 중국말로는 한나라 이후의 의서에 나오는 '大豆黃卷'으로, 곧 '콩의 노란 싹'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먹는 방식이 지금과 또 우리와는 달리, 싹이 1~2센티미터 정도 자랐을 때 말려서 가루를 내어 주로 약으로 썼다고 한다. "神農本草經"은 주로 주나라와 진나래 때의 약재를 기록한 책인데, 여기에는 '대두황권'이란 말이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한나라 이후에 콩나물을 약재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식용 콩나물에 관한 기록은 남송 시대의 "山家淸供"에 나오는데, 콩나물 기르는 법이 자세히 나와 있다. 숙주나물과 관련해서는 "本草圖經"(1061)이란 책에 숙주나물이 가장 맛있다는 기록이 나온다. 녹두는 한나라 말기에 인도나 동남아시아에서 전래된 것으로 "齊民要術"(544) 등에 언급된다. 이 콩나물과 숙주나물은 북쪽에서는 콩나물이, 숙주나물은 남쪽에서 더 널리 활용된다. 이는 콩의 원산지가 만주와 한반도 북부이고, 녹두가 주로 남쪽에서 재배가 잘 된다는 사실과 관련이 깊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의 경우 숙주보다 콩나물을 더 많이 먹지만, 앞에서도 말했듯이 역사적으로 알려진 사실은 별로 없다. 하지만 그건 기록일 뿐이고 실제로 우리 생활에서 콩나물은 아직도 매우 대중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나물콩, 질금콩으로 알려진 작은알의 콩으로 주로 콩나물을 길러 먹었다. 알이 굵은 콩은 그 성분이 단백질이 많아 장으로 담가 활용하고, 알이 잔 콩은 그것보다 단백질 성분은 덜하나 싹이 잘 트기에 콩나물을 기르면서 썩거나 하는 실패할 일이 적기 때문일 것이다. 콩은 저장성이 좋기에 겨울이 긴 한국과 같은 지역에서 겨울철에 길러 먹으면 부족한 비타민을 보충하기에 좋은 음식이었다. 이렇게 김치와 함께 콩은 겨울을 나야 하는 한국인의 건강을 책임지던 중요한 음식이었던 것이다. 1980년에는 40000톤의 콩으로 콩나물을 만들어 먹었다는데, 전체 콩 생산량의 12.5%를 콩나물로 먹은 셈이다.

20세기 초 한국을 방문하여 콩나물에 관해 남긴 외국인들의 기록이 있다. 그들은 한국에서는 알이 작은 특별한 품종의 콩으로 오랫동안 좋은 식감과 자극적이지 않은 맛(동남아 쪽의 자극적인 맛을 지닌 여러 채소에 비하여)을 지닌 콩나물을 길러 먹어 왔다고 지적한다. 1931년 Morse는 보통 30~45센티미터 정도의 바닥인 둥근 도기에 위에는 삼베를 덮어서 콩나물을 길러서 파는데, 21도에서 10~12일 정도 기르면 팔 수 있을 정도가 된다고 적었다. 그러면 콩나물은 약 27센티미터 정도 길이인데, 팔기 전에 콩나물 뿌리는 다듬는다고 한다. Smith(1949)는 다음과 같이 적었다. "콩나물은 특히 겨울철에 잘 팔린다. 그들은 고기, 배추, 시금치, 무와 함께 국을 끓이거나 다른 요리를 한다. ... 콩나물은 한국의 일상적인 쌀밥에 매우 필요한 비타민을 공급한다. 어떤 경우에 콩은 콩나물로 남겨지고, 다른 것은 제거된다. 콩은 중심지에서 나물로 길러져, 보통 남자가 끄는 리어카로 행상을 다닌다."  



다른 여러 나라에서 콩나물을 부르는 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일본에서는 daizu no moyashi (sprouts of soybean), 인도네시아에서는 taugé kedele (soybean sprouts), 말레이시아에서는 tau geh (sprouts), 베트남에서는 gia dau nanh, 필리핀에서는 tauge 라고 부른다. 또 미국에서도 많은 이름으로 불렸다. "bean sprouts"(Stuart 1911; Shih 1918), "soy-bean sprouts"(Morse 1918a; McCay et al. 1945), "soy bean sprouts"(Adolph 1922), "soybean sprouts"(Piper and Morse 1923; Horvath 1927; Chen 1956), "sprouted soy beans"(McCay 1943), and "sprouted soybeans"(Burkholder and McVeigh 1945; Jones 1963). 그런데 여기서도 알 수 있듯이 콩나물이란 말을 주로 20세기에 들어와 다양한 말로 부르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로 미루어 아마도 19세기부터 많아진 동아시아권 이민자들이 콩나물을 먹는 모습을 보며 그 이름이 알려졌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유럽에서는 1889년  Schulze라는 사람의 "On Some Nitrogen-Containing Constituents in Soy Sprouts (or Etiolated Soy Shoots; Keimlinge von Soja )"이란 보고서에서 처음으로 언급된다. 그런데 이 보고서는 식용 콩나물이 아닌, 콩과 식물에 질소를 고정시키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 알려진 뒤 콩에서 싹이 난 것에는 질소 성분이 많을 것이란 견해를 쓴 내용일 뿐이다. 아무튼 콩나물이란 말을 프랑스에서는 graines de soja germinees, 독일에서는 Sojasprossen  Sojakeimlinge, 스페인에서는 germinados de soya 라 불렀다.



728x9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