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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북서부에 있는 네 번째로 큰 도시인 하마시... 이곳은 과거 메소포타미아의 비옥한 초생달 지역이라 불리던 곳이다.
시리아의 하마시는 바로 여기이다. 교통의 요지이면서 도시를 관통하는 오론테스강을 중심으로 하여 농업이 발달한 지역.
이곳은 과거 클레오파트라가 방문하여 그 풍요로움에 놀랐다는 지역이기도 한데, 그 비결은 거대한 수차로 오론테스강의 운하에서 물을 퍼올려 농사를 짓는 데 있었다. 이 수차가 현재 하마시 안에 17개가 남아 있는데,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다. 하마의 수차에 대한 최초의 흔적은 그 이전 시대에도 있었겠지만 비잔틴 시대에 개발된 것으로 본다. 그런데 469년에 그려진 아파메이아에서 발견된 모자이크에도 이 수차와 비슷한 모습이 보인다고... 이 수차들은 맘루크 왕조(1250~1517) 시기에 대대적으로 수리되고 확대되어, 농지에 물을 관개하는 목적으로 사용되었다. 또한 도시의 운하는 식수원이자 목욕물로도 쓰이고, 도시를 정화하고 청소하는 기능까지 담당했다.
하마시 안에 있는 수차의 위치를 표시한 지도. 수차마다 이름도 있는데 다음과 같다. 1) Bashuriya-Osmaniya 2) Jisriya 3) Mamuriya 4) Osmaniya 5) Kilaniya 6) Jabiriya 7) Sahiuniya 8) Dahsha 9) Dawalik 10) Khudr 11) Muhammadiya 12) Maqsaf 13) oniya 14) Birka 15) Bussu
그렇게 활용하던 수차가 120여 개.
그러나 여기에도 근대화의 바람이 불어닥치게 된다. 그 결과 수차는 하나둘 멈추기 시작했고, 용도폐기되었으며, 도시개발로 수로가 철거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하마시 내의 운하에 설치된 거대한 수차. 과거의 실용적 쓰임은 사라지고, 관광객을 위한 볼거리로 남아 있다.
한편 과거에는 이러한 모습이었다고.
또한 도시의 용수는 상수도 시설로 대체되고, 농업용수는 수차 대신 양수기가 그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농민들이 수차 대신 양수기가 활용해 농사를 지으면서, 이상하게 양수기의 효율이 훨씬 더 좋으나 소득은 그다지 좋아지지 않았다. 그것은 바로 수차로 물을 퍼올릴 때는 비용이 전혀 들지 않으나, 양수기는 기름값 등의 비용이 엄청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곳의 한 사람이 용도 폐기되어 있던 수차를 복원할 계획을 실행하기 시작했다. 그의 집안도 예전에는 수차의 물로 농사를 지었던 것이 그 동기가 되었다. 그래서 그나마 관광 가치가 있어 기능은 빼고 외양만 남아 있는 20여 기의 수차 가운데 현재도 농사를 짓는 곳의 농부와 합의하여 하나의 수차를 수리하기로 한다.
물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수차가 돌면서 그 옆에 설치된 수로로 물을 퍼올린다. 그러면 수로를 따라 농지나 건물 등 필요한 곳까지 물을 보낼 수 있다.
20세기 초에 촬영한 사진. 이때만 해도 유용하게 쓰였겠지?
수차는 이미 너무 낡아 곳곳에 물이 새어 제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하지만 그 수차를 수리할 사람을 찾는 일도 쉽지 않았다. 수리할 사람을 찾아 헤매다가 은퇴를 얼마 남기지 않은 늙은 목수가 그 방법을 기억하고 있는 걸 알아냈다.
이윽고 그와 함께 본격적인 수리에 들어갔다. 이 수차는 지름이 무려 20m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크기이다. 이런 대형 수차를 수리하는 핵심은 나무 타일과 올리브유를 섞은 회반죽에 있었다. 이 방법이 바로 수차의 물바가지에서 물이 새지 않도록 하는 전통 방식이었다. 그렇게 수리가 끝나고 나서 확인하니, 낡은 수차로 퍼올리던 물의 양은 양수기의 1/10 정도였는데 수리 이후엔 양수기와 맞먹는 양의 물을 퍼올릴 수 있었다. 한 소논문에 따르면, 이 수차가 하는 일을 모터가 달린 양수기로 대신할 경우 5대를 돌려야 수로에 물을 퍼올릴 수 있다.1
이제 농부는 양수기에 비용을 들이는 일 없이 자연을 이용해 농사짓게 되었고, 목수는 새로운 일거리를 얻었으며, 부수적으로 이 풍광을 찾는 관광객이 늘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전통은 낡은 것이 아니다. 다만 버려질 뿐이다.
후기; 이 글을 작성한 것이 2년 전 텔레비전에서 보고나서였다. 그런데 요즘 시리아는 내전으로 큰 혼란에 빠져 있다. 하마시의 수차라고 제대로 남아 있을 리 없겠지. 어서 내전이 끝나고 혼란이 가라앉기만을 바란다. 시리아에 평화를.
- "The End of Famine in Africa", Vincent Kitio.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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