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농업의 방법 - 잡초 관리
풀 투성이 옥수수밭
멕시코 푸에블라주Puebla州의 농민들은 7000년이나 옥수수를 재배하며 다양한 경험을 축적해 왔다. 그들이 재배하는 옥수수는 토종인데, 국제 옥수수·밀 개선 센터와 정부에서 제공하는 품종보다 뛰어나 남아 있다. 호박과 콩을 섞어짓기하여 대규모 단작보다 수확량이나 영양도 좋으며, 반 리넨Van Rheenen(l981) 등에 따르면 옥수수와 섞어짓기하여 콩에 병해가 생기지 않는다고 한다.
토종 옥수수는 이삭이 아래로 구부러지며(doblando la mazorca) 늘어진다. 웨더왁스Weatherwax(1954)는 이 품종을 썼던 16세기 아즈텍 농업의 기록을 찾아냈다. 1529년 멕시코를 방문한 수사 사하곤Sahagun은 아즈텍족 농민들의 모습을 이렇게 기록했다.
“옥수수를 심은 구멍에 흙을 덮고, 어린 싹의 둘레에 북을 주며 풀을 뽑거나 솎는다. 잘 자라도록 작은 이삭은 따 버린다. 그리고 줄기가 성숙하여 말랐을 때 옥수수를 수확하여, 이삭을 묶든지 줄기와 이삭을 함께 모아 집으로 가지고 돌아와 보존한다. 그리고 이삭이 없는 줄기는 부수어 바람으로 말끔히 한다.”
아래를 향한 옥수수는 기묘하게 생각된다. 아래를 향하여 옥수수의 알곡은 비에 젖지 않고, 이삭에 붙은 채 햇빛에 말리는 것이 격납하는 쪽보다 쥐나 새에 먹히는 일이 적으며, 수분의 양도 줄이기에 보관하면서 질이 나빠지는 것도 막을 수 있다. 게다가 몬토야Montoya와 쉬버Schieber(1970)는 과테말라에서 아래로 구부러지는 옥수수를 견본·추출하여, 보통 옥수수의 균류 피해가 평균 14.5%인 데 비해 알곡의 피해가 1.0%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밝혔다.
그런데 이 농민들이 일하는 옥수수밭의 수확철의 모습은 온대의 옥수수 산지와는 좀 다르다. 밭이 잡초 투성이다. 멕시코의 과학자들에 따르면, 농민들은 약 90일 동안이나 밭에 풀이 자라게 놔두는데, 김을 매도 수확량 차이가 별로 없고 또 풀을 건기에 가축의 먹이로 쓰기에 그렇다고 한다. 농민들은 “밭에 풀이 있으면 바람과 물로 토양이 침식되는 것도 줄어든다”고도 한다. 그뿐만 아니라 에프라임 에르난데스Efraim Hernandez X.는 멕시코의 옥수수밭에 있는 약 40종의 풀은 약향초(Herb)로 농민들이 먹기도 한다고도 지적한다. 사실 그 가운데에는 일부러 씨를 뿌린 풀조차 있다.
섞어짓기로 생긴 그늘로 풀을 막는다
물론 전통적인 농민들도 풀을 관리하고 있다. 쓰는 방법은 갈아엎기와 불지르기, 덮기 등이다(Altieri and Whitcomb 1978). 예를 들면 태국 동부에서는 건기의 끝자락에 몇 번이나 밭을 갈아엎어서 땅콩의 잡초를 줄이고 있다. 표면이 마르면 풀의 발아와 성장이 멈춘다. 마늘의 잡초는 볏짚으로 덮어서 막고 있다. 농사짓기 전에 불을 지르는 곳도 있다. 예를 들면 태국 북동부에서는 밭의 풀을 볏짚을 태워서 관리하고 있다. 코스타리카의 부대밭 농업에서도 겉흙의 풀 씨앗을 50% 이상 줄인다는 사실이 관찰되었다(Ewel et al. 1981).
손으로 김을 매는 것도 전통농법에서는 일반적인데, 노동력과 조정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예를 들면 태국 북동부의 카사바 재배에서는 건기가 시작될 때 괭이(호미)로 풀을 뽑고서 덮개식물로서 그대로 놔둔다. 같은 시기에 벼농사를 준비하기 시작하기에 카사바의 김을 매는 데 많은 노동력을 투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기에는 물이 적기 때문에 풀이 늦게 자란다. 그리고 풀이 자라는 우기에는 카사바가 자라서 생긴 그늘이 풀이 자라는 것을 억제해 버린다.
섞어짓기에서는 연속하여 작물을 기르기 때문에 풀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옥수수, 콩, 카사바를 섞어짓기하는 전통적인 라틴아메리카의 농법도 풀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Hart 1975). 섞어짓기로 인해 빛이 닿지 않으면 풀은 자라지 않는다. 차폐 실험을 통해 빛을 50%로 하면 풀의 양이 75% 줄고, 20%로 하면 96%나 줄어든다고 한다(Bantilan et al. 1974).
나이지리아에서도 동부를 수수나 조와 섞어짓기하여 풀이 자라는 것을 억제한다(Summerfield et al. 1974). 콩고에서는 오이를 옥수수와 섞어짓기하는데, 이것도 풀을 억제하려고 해서이다(Miracle 1967). 탄자니아의 우삼바라Usambara 산지의 농민들도 묵히기, 섞어짓기, 그리고 특정한 김만 내는 방법으로 복합농업 체계를 개발해 왔다. 작물이 작을 때는 풀을 덮지 못한다. 그러나 풀이 늘어나도록 놔두면 지표를 덮어서 땅거죽이 뜨거워져 마르는 것을 막는다. 비가 올 때에는 토양침식을 줄이고, 작물과 경합하여 작물도 잘 자란다. 농민들은 그것을 잘 이해하여 작물이 자라는 데 방해가 된다고 판단될 때에만 살짝 갈아버린다. 양분이 순환하고, 박테리아가 질소 동화할 수 있도록 덮개식물로 흙 표면에 풀을 놔둔다. 건기가 되면 밭은 많은 풀로 덮이는데, 흙은 부식으로 기름지게 되고 수분도 많고 부드러워 다음 농사철에도 좋다.
그러나 그 뒤 풀 없는 농지라는 원칙이 도입되면서 이전에 잡초를 남기는 작부체계가 무너지고, 풋거름이 되는 풀을 대체하려고 화학비료가 필요해졌다(Egger 1987).
탄자니아의 우삼바라 지역.
잡초 따위라고 하는 풀은 없다
서양의 개념에서는 들풀, 작물, 잡초로 명쾌하게 식물을 분류하고 있다. 그러나 멕시코 타바스코주의 전통적인 농민들에게는 ‘잡초’라는 말이 없다. ‘좋은 식물’ ‘나쁜 식물’이라는 개념은 있지만, 언제 그리고 어디에 있는지에 따라서 똑같은 식물이 잡초가 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Chacon and Gliessman 1982).
멕시코 북동부의 바닷가 지역에 살고 있는 와스텍Huastec 인디언의 개념도 똑같다. 와스텍족은 자급 농업·수렵채집과 함께 환금작물의 생산과 임금노동으로 번 돈으로 필요한 것을 사면서 생활하고 있다(Alcorn1981). 부대밭 농업의 밀파Milpa와 채소 텃밭으로 재배하는 옥수수와 타피오카 등이 주식인데, 주어진 상황이나 계절에 따라서 똑같은 식물이 ‘잡초’가 되거나 그렇지 않거나 한다. 더욱이 지역의 숲 생태계와 오랜 세월 밀접하게 연관되어 온 와스텍족은 식물을 그 자체의 단독으로 인식하지 않고, 생태계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의 하나로 인식한다. 당연히 식물에 대한 태도도 달라진다. 그리고 몇 세기에 걸쳐 생태계 전체에 손을 대면서 열대림의 식생을 바꾸어 왔다. 람보Rambo(1982)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의 숲에 사는 선주민이나 동남아시아의 숲에 사는 농민들도 일반적으로 그들과 비슷하게 식생을 관리해 왔다고 한다.
전통적인 농민의 세계에 잡초라는 이름의 풀은 없다.
옛 와즈텍족의 생활을 담은 그림.
written by 吉田太郞, translated by 김서방.
인용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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