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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하면 흔히들 굶주림과 배고픔을 해결한 민족의 영웅으로 추앙하는 사람이 꽤 많다. 하지만 난 다르게 본다.

 

당시 우리의 상황은 이렇다. 일제강점기 일제는 태평양전쟁을 일으키면서 조선에서 엄청난 수탈과 강제징용 등을 행해 국내 생산 여건은 파탄이 난 상태. 거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국전쟁이란 끔찍한 일이 일어난다. 그러면서 더욱더 국내 생산 여건은 피폐해진다. 그렇게 30여 년, 보릿고개란 말이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고 여기저기 굶주리는 사람들이 생겼다.

그렇듯 우리만의 생산 여건으로는 버티기 힘들어, 철의 장벽이란 말로 대표되는 공산권과 자본주의권이 갈린 틈바구니에서 간신히 미국의 원조를 받으며 남한에서는 이승만이란 사람이 그 상황을 자신의 권력욕과 잘 버무리면서 자리를 지킨다. 그러다 터진 사건이 바로 4.19혁명. 혁명이 일어났지만 모두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댈지 논의만 하다가 그 기회를 틈탄 박정희에 의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된다. 여기서부터 박정희가 역사의 전면에 나선다. 

 

박정희는 대통령이 된 뒤 경제개발을 자신의 정통성을 확보하는 일로 삼는다. 공업 부문은 차치하고, 농업 부문만 살피자면. 배고픔의 해결은 주식인 쌀의 자급자족에 있다고 외치며 다수확 품종을 육종하여 보급한다. 그 논리는 어떻게 보면 식량생산기지 역할을 잘하려면 다수확이 최고라고 외치던 일제와 비슷하기도 하다. 아무튼 그 결과 누구나 아는 통일벼가 탄생하고, 통일벼가 아닌 다른 벼는 수매를 막거나 아예 못자리 때부터 밟아 버리거나 다른 벼를 심으면 간첩으로 몰았다. 그처럼 엄청나게 폭력적인 방식으로 '통일벼'가 우리 농촌에서 통일을 이룩한다. 그러면서 생긴 결과는, 그나마 살아 있던 우리 토종이 사라지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어디 그뿐인가. 배고픔의 해결 = '다수확'이란 표어는 화학비료와 농약, 그리고 농기계를 엄청나게 투입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생물다양성은 물론 농촌에는 환자들과 중독으로 숨지는 사람들이 생기고 밥상에는 안심하고 먹을 만한 것들이 사라진다. 오죽하면 내가 먹을 거에는 농약을 덜 치거나 안 친다는 사람이 생기기까지 했겠는가.

또 그로 인해 발생한 가장 큰 문제인 이농 현상. 배고픔의 해결을 농촌의 자생력에 맡긴 것이 아니라 외부 투입 자재에 맡기고, 거기서 생긴 잉여 노동력은 공업 개발에 투입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모두들 도시로 도시로 나가게 되고, 도시는 과밀화 현상으로 달동네가 여기저기 우후죽순처럼 생긴다. 농촌은 그런 도시의 임노동자들의 하루 끼니를 책임지는 곳으로 전락, 더이상 농촌에는 사람도 문화도 살 수 없는 공간이 되어 가도록 방치되었다. 물론 이 부분은 배고픔 해결과 산업화를 동시에 이룩하려다 보니 생긴 어쩔 수 없는 일일 수도 있다. 더구나 당시는 북한과 엄청나게 경쟁하던 때가 아니던가.

아무튼 그런 과정을 거치며 농촌은 죽고 도시 과밀화 현상이 진행되면서, 또 몇몇 대기업에 의한 수출주도형 산업이 우리 경제를 책임지면서 수입의존도, 특히 농산물 분야의 수입의존도는 어쩔 수 없이 늘어나게 되었다. 그래서 현재 우리의 자화상은 식량자급률 25%. 그나마 박정희가 강조한 '흰 쌀밥에 고깃국'을 빼고 나면 자급률은 5%대까지 곤두박질친다. 이것이 녹색혁명의 결과이다.

 

녹색혁명, 그 취지는 이해한다만 그걸 이룩하는 방법은 동의할 수 없다. 그것이 바로 내가 박정희에 비판적인 이유이다. 박정희도 어쩔 수 없는 시대의 산물, 이제는 박정희의 방법과 다른 방법론을 펼칠 사람이 필요해지는 시대가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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