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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전통농업 - 농장에서 씨앗을 보전한다

 

 

 

20만 종의 벼가 있는 보물창고

 

인도는 야생 식물은 물론 작물에서도 생물다양성의 보고이다. 저명한 벼 연구자 리차리아Richharia 박사에 따르면, 베다 시대(기원전 1500~600년 무렵)에는 40만 종의 벼가 있었다고 한다. 그때보다 줄었다고는 해도 박사에 따르면 아직도 20만 종이 존재하고, 실제로 그는 마디야 프라데쉬주Madhya Pradesh州의 차티스가르 지역에서만 2만 종의 벼를 수집했다.

 

하지만 지금 이러한 품종은 격감하고 있다. 그 까닭은 녹색혁명 때문이다. 녹색혁명에서는 수확량만 중요시하여, 화학비료에 반응하여 많은 수확량이 나오는 극소수 품종만 선발된다. 결과적으로 광대한 영역에서 높은 수확량을 올리는 품종만 재배되어 유전자가 획일화되어 버린다.

 

그런데 유전자의 획일화에는 장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획일화된 작물은 병해충에 위약해져, 어느 작물에 영향을 주는 병해충이 비슷한 작물 모두에 확 퍼진다. 1970년대에 벼 생육 저해 바이러스(Rice grassy stunt virus)가 인도부터 인도네시아에 걸친 광대한 논에서 확 퍼졌던 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이 병의 해결책은 토종에 있었다. 1,7000종 이상의 재배 벼 품종과 원종 표본을 4년에 걸쳐서 선별 검사한 결과, 인도의 우타르-프라데쉬주Uttar-Pradesh州의 곤다Gonda 근교에서 재배되는 오리자 니바라Oryza nivara라고 불리는 한 품종만이 이 병에 저항하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것이 밝혀졌다. 지금 이 인도 야생 벼의 유전자를 가진 교배 품종이 아시아의 11만㎢의 논에서 재배되고 있다. 곧 앞으로 있을 품종 개량의 기초가 되는 유전자를 공급하는 것이 바로 토종이다. 이를 통해 유전자의 다양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농민들은 왜 20만 점의 토종을 보존해 왔을까? 그 까닭도 여기에서 알 수 있다. 먼저 토종은 수확량만이 아니라, 짚으로 소의 먹이도 주고 집을 짓는 재료로 활용하는 등 다양하게 농민들의 수요를 만족시켜 왔다. 그리고 대개의 토종은 튼튼하고 병해충에 내성이 있는데다가 화학비료나 농약 등의 투입 자재를 그다지 필요로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보다 더욱 중요한 점은 환경조건에 따라서 다수확품종보다 토종이 알맞은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타밀-나두주의 알칼리성 토양에서는 칼라르팔라이Kalarpalai라고 하는 토종 벼만 재배할 수 있고, 바단 삼바Vadan Samba와 같은 가뭄에 내성이 매우 강한 품종도 있다. 한편 호수에 인접하여 물에 잠기는 지역에서 자라는 삼바 모사남Samba Mosanam은 물에 잠김에 강하다. 원래 삼바 모사남은 호수에서 배를 타고 거둔다고 할 만큼 다수확품종을 기를 수 없는 1.4m나 물에 잠긴 조건에서도 전혀 해를 입지 않는다. 이처럼 인도의 어느 지역에서도 농민은 자신들이 가진 벼 품종의 이러한 환경적·영양적 특성과 독특한 특징에 대해 깊은 지식이 있다. 혹독한 환경에서도 작물을 기를 수 있었던 것은 이 다양성 때문이었다.

 

비자야라크쉬미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토종을 기르면 많은 장점이 있습니다. 가장 놀라운 점은 토종에는 그것이 버텨 온 지역의 생태 특성에 바탕을 둔 고유한 성질을 지녀, 결과적으로 사람에게 필요한 영양을 훨씬 잘 확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 말고도 토종 유전자원을 보호하여 변경에 사는 소농들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토종 보전을 시작하다

 

지금도 수많은 토종 벼가 보존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보전하고 있는 것은 단지 농민들뿐이고, 계속해서 엄청난 비율로 사라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인도 지식 센터는 타밀-나두주 안의 각지에서 종자 보존에 나섰다. 그 계기는 전통농법으로 병해충을 방제하면서부터였다.

 

1993~1994년에 걸쳐 센터는 티루반나말라이현Tiruvannamalai縣, 센감 탈루카Chengam Taluka의 발라얌팟투Valayampattu 마을에서 식물을 활용한 해충 방제에 나섰다. 농민이 참여하는 실험 프로그램은 꽤 성공을 거둬, 농민들은 식물의 생성물을 화학 농약 대신 쓸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데 농민과 모여서 이야기하면서 녹색혁명 이전에 재배하던 토종이 있다면 더 유익할 거라고 하던 농민이 있었다.

 

인도에는 반다나 시바Vandana Shiva 박사가 이끄는 인도 전역에서 토종 보존에 나선 NGO인 나브단야Navdanya가 있다. 센터는 1995년 나브단야와 접촉하여, 그 지원을 받아 1995년 발라얌팟투 마을에 있는 농장에서 씨앗을 보전하는 활동을 시작했다.

 

먼저 한 일은 타밀-나두주 안에 있는 여러 지역 NGO와 협동하는 것이었다. 그 활동은 지역사회에 종자은행을 설립한 ‘동쪽 산맥 운동(Eastern Ghats’ Movement)’과 협력하며 이루어졌다. 이듬해에는 좀 더 아래와 같은 활동을 펼쳐 나아갔다.

 

1) ‘그람미야 무네트라 산감Grammiya Munnetra Sangam’의 지원으로 칸치푸람Kanchipuram 지역의 티루포루르Tiruporur 마을

2) ‘불리한 인간의 개발 센터(Centre for Development of Disadvantaged Peoples)’의 지원으로 티루타니Tiruttani 지역의 네둠바람Nedumbaram 마을

3) ‘비자 평화 센터(VISA Peace Centre)’의 지원으로 반다바시Vandavasi 지역의 모사바디Mosavadi 마을

4) ‘여성의 복지 개발 협회(Women’s Welfare Development Association)‘의 지원으로 우티라메루르Uthiramerur 지역의 마남파티Manampathy 마을

 

1998년에는 ‘인간 활동과 농촌 기술의 진전을 위한 위원회(Council for Advancement of People’s Action and Rural Technology)’의 지원으로 칸치푸람 지역(당시 센갈팟투Chengalpattu 지역)의 캇탄칼라투르Kattankalathu 구역에서 일을 시작하고, 그 뒤 이 활동은 칸치푸람, 티루발루르Tiruvallur, 티루반나말라이Tiruvannamalai, 나가팟티남Nagapattinam의 125개 이상의 마을로 퍼졌다. IDRA, UNDP, 포드 재단 등 다양한 기관도 센터의 활동을 지원했다.

 

 

 

130종 이상의 토종 벼를 수확

 

센터가 먼저 한 일은 토종을 구하는 것이었다. 토종 벼를 찾고자 센터의 현장 일꾼들이 상세히 조사를 했다. 그리고 몇몇 농민이 집에서 먹으려고 보전하고 있던 품종을 얻거나 구입했다. 또 센터는 앞으로 농부가 될 마을의 학생들에게 토종 보존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고자 어린 학생들을 참가시키는 생물다양성 대회 ‘비야 야트라Bija Yatra’를 열고, 자발적인 도움으로 토종과 그 정보를 수집했다. 게다가 정기적으로 농업 박람회나 축제에 참가하여 품종을 전시하는 것으로 농민들과 품종 교환을 전개했다.

 

다수확품종의 도입으로 토종은 사라지게 되었는데, 센터에서 토종이 재배되고 있는 지역을 찾아내고 그 쓰임새를 늘리는 일에 약 10년 동안 노력한 결과, 센터는 타밀-나두주에 알맞은 130점의 벼 품종과 50종 이상의 채소를 수집했다. 비자야라크쉬미 박사는 만족하여 말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벼 125품종, 그리고 약 60종의 토종 채소를 간신히 되찾았습니다.”

 

 

토종을 제공받는 농민.

 

 

종자은행의 설립

 

센터의 생물다양성 보전 활동에는 수많은 마을에 ‘지역사회 종자은행’을 설립한 일도 포함된다. 그 방식은 이렇다. 먼저 센터는 각지의 마을에서 토종의 중요성을 알리는 모임을 개최한다. 센터는 자신의 실험농장과 센터에서 선택한 농민들의 밭에 ‘생식영역 보전 센터’를 설치한다. 이러한 생식영역 보전 센터에는 50종 이상의 품종을 재배한다. 거기에 관심을 가진 농민들은 실제 작물을 보고, 토양과 관개조건, 자신의 농업 기후에 알맞은 한두 품종을 재배할지 결정한다. 결정한 농민은 센터를 통해 지역이나 인접 지역에서 이미 재배하고 있는 농민에게 씨앗을 받아, 자신의 농지 일부를 토종 보전용으로 확보한다. 수확한 다음에는 ‘종자은행’에 제공받은 종자의 2배로 돌려주는 것이 씨앗을 받는 조건이다. 이 종자은행 덕에 시장에 내는 다수확품종을 재배하는 농민들이 현재 집에서 먹으려고 보유했던 토종을 위상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유기농업 집단 산감Sangam 결성

 

다시 토종 보전 프로그램을 약 10년 실시한 뒤, 센터에서는 이 방법을 유지·지속하기 위한 본보기를 고안했다. 그것은 센터의 관여가 끝난 뒤에도 농민들이 스스로 그 활동의 계속하도록 모든 마을에 유기재배 농민 집단인 산감을 결성하도록 한 것이다. 농민들에게 실천을 보이고, 이후에도 활동을 지속하도록 한 것이다. 지역사회의 종자은행은 이러한 산감을 통해 추진되어, 농민들은 다양한 토종을 재배하며 그 양을 늘리는 기회도 얻을 수 있다. 산감에서는 지도자를 뽑는데, 그는 활동의 수익을 내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도록 장려된다. 이 때문에 몇몇 산감에서는 수입원으로 생물농약을 생산하는데, 그 기본 지식이나 인프라를 제공하는 것은 바로 센터이다.

 

 

기술 지도에 나선 비자야라크쉬미 박사.

 

 

센터는 외양간두엄과 지렁이두엄을 활용하는 비법, 바이오 거름(Acetobacter Azospirillum 등), 님Neem 씨앗 등의 자재를 제공하고, 토종을 유기재배로 기르는 비법, 식물에서 추출한 자재로 생물농약을 만들고 자연스레 병해충을 방제하는 기술, 두엄을 만드는 기술을 훈련시킨다. 또 다양한 품종의 특성과 수확량 및 상세한 정보도 여러 언어로 교재, 정기 간행물, 서적, 포스터, 필름 형태로 제공한다. 농민, NGO, 학생, 교사, 일반 시민 등 다양한 집단을 대상으로 수많은 훈련 프로그램도 실시한다. 학교에서는 글짓기나 웅변대회도 열고 있다.

 

유기농업을 하고, 농장에 투입되는 자재를 자급하는 일은 경비 절감으로도 이어진다. 이 때문에 활동은 지금 약 125개 마을에서 약 3000명의 농민들에게 퍼졌고, 유기재배로 집에서 먹을 채소밭을 가꾸는 세대도 800가구 이상이 되었으며, 유기농가로 이루어진 37개 산감이 설립되었다. 그것은 각 가정에 먹을거리의 안전·안심을 가져왔다. 그리고 센터는 이 활동을 주 전체, 나아가 인도 전역에 퍼뜨리려고 한다.

 

개개의 농민은 잃었던 토종을 부활시켜야 할 필요를 느끼게 되었다. 하지만 그에는 충분한 양의 품종이 제공되어야 한다. 농업 생물다양성은 지역사회가 생물다양성을 되찾아야 한다는 필요를 확신하고, 지역사회의 안에서 다른 곳이 아닌 농민의 밭에서 보전되어야 한다. 곧 센터가 토종을 보전하고자 선택한 방법은, 의식이 유발된 농민들의 연결망을 통해 그들의 농지에서 종자를 보전하는 것이다.

 

 

written by 吉田太郞, translated by 김서방

 

 

인용문헌

 (1) Fehmida Zakeer, Indian farmers learn from old ways, People & the Planet,23 Mar,2007.

 (2) Centre for Indian Knowledge Systems, Organic Farming and Indigenous Seed Conservation, Experiences from Tamil Nadu, In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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