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의 전통농법 밀파Milpa1)·솔라solar 농법
세계에서 가장 앞선 농업 체계
‘세계에서 가장 발전한 농업 체계’라고 FAO가 절찬한 것이 바로 밀파Milpa라는 농법이다. 아마도 밀파는 지금까지 인류가 창조한 것 가운데에서도 가장 성공한 발명품의 하나일 것이다.2)
스페인 사람이 라틴아메리카에 새로운 식물이나 닭고기, 돼지, 양, 소 등의 가축을 들여왔는데, 밀파는 그 이전부터 멕시코나 중앙아메리카에서 행하던 전통농법이다. 캠퍼시노Campesino란 라틴아메리카의 자원이 모자란 농민을 표현하는 단어인데, 그 문화나 농업의 특성은 다양한 가축과 채소를 솔라solar라 불리는 텃밭과 함께 유지해 왔다는 점이다.3)
지금도 마야족의 농민은 좁은 밭에서 부대밭 농업을 행하면서, 이 밀파 농법으로 필요한 식량을 자급한다.4) 높은이랑이나 둑 위에서 사이짓기하는 작물의 김매기나 수확을 손으로 하기에 그런 면만 보면 원시적이다. 하지만 농약과 화학비료 없이도 수확량이 높다. 밀파의 옥수수밭에 필적할 만큼 생산적이고, 또 지속가능한 유기농업은 세계의 어느 곳에서도 거의 볼 수 없다.
지속가능한 생태계 관리로 농촌이 필요한 물자를 제공
그럼 밀파는 생태농업적으로 보아 어떤 점이 우수할까?
첫째는 옥수수의 단작 재배와 비교하여 2ha 이하의 좁은 면적으로도 다양한 식용작물을 재배하여 전체의 생산성을 높인다는 점이다. 밀파는 ‘세 자매’라고도 불리는 옥수수·리마콩·호박을 사이짓기하는 특징이 있다. 리마콩은 페루의 수도 리마에서 연유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흰 강낭콩이다. 그리고 피망 등의 채소나 색비름(amaranth), 약초, 퀘리테스(명아주과)라고 불리는 식용 풀을 함께 기른다.
옥수수, 콩, 호박을 사이짓기하여 콩과 식물의 질소 고정 능력으로 자연히 땅심이 개선되기에 화학비료는 넣지 않는다. 게다가 부대밭 농법의 돌려짓기는 식생이 자연스레 갱신되듯이, 2년 재배에 8년을 묵히는 기간이나 식생의 2차 재생을 고려한다. 묵히는 기간을 짧게 줄이지 않고 이 돌려짓기가 이어지는 한, 이 체계는 꾸준히 지속될 수 있다.
둘째는 병충해에 강한 점이다. 다양한 작물을 사이짓기하는 것으로 병충해의 생물적 방제력을 높여, 농약은 최저한도만 쓴다.
셋째는 지구온난화의 방지에 효과가 있다는 점이다. 밀파에서 생산된 옥수수의 부산물이나 풀을 가금류나 소에게 먹이는데, 이를 사료로 주기에 제초제가 쓸데없다. 그런데 근대적인 사육우에서는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되는 이산화탄소나 메탄가스가 발생한다. 그런데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Drymaria laxiflora Benth와 같은 풀은 소의 세포내강 안에서 사료의 발효 효율을 높여 이산화탄소나 메탄가스의 발생을 줄인다는 것이 밝혀졌다.
넷째는 양질의 식재료를 자급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가축류는 싼값으로 고품질의 단백질인 달걀이나 우유를 제공하고, 밀파로 재배한 작물은 영양학으로 보아도 균형 잡힌 좋은 음식이다. 단백질이나 니아신을 합성하는 데에는 아미노산의 리신이나 트로톱판을 빠뜨릴 수 없는데, 옥수수는 이를 결핍하고 있다. 그런데 콩에는 리신이나 트로톱판이 함유되어 있고, 호박은 비타민을 제공한다.
다섯째는 밀파가 자급용 식량이나 사료작물만이 아니라, 건설자재, 땔감, 양봉용 2차 식생이나 수렵하는 동물과, 농촌 사회가 필요로 하는 자재를 종합적으로 제공한다는 점이다. 밀파에서는 긴 휴한기가 있는데, 그 휴한지가 들새나 작은 포유류의 서식지가 되어 생물다양성을 보전함과 동시에 전통적인 숲 관리와 함께 자급용 수렵에 좋은 생태계를 만든다.
2만 종의 옥수수를 보전
생태계만이 아니다. 밀파 농법은 작물의 유전적 다양성에서도 농약이나 화학비료, 개량 품종을 쓰는 근대농업의 농지와 비교하여 매우 풍부하다. 예를 들면, 대개 옥수수는 15품종, 콩은 5품종, 호박은 3품종, 그리고 피망도 6품종 이상을 재배한다.
멕시코나 중앙아메리카에서는 옥수수의 품종이 2만 이상이며, 멕시코 남부와 중앙부에서만도 약 5000종이 특정되어 있다. 오악사카Oaxaca의 어느 마을에서 연구자들은 17개의 다른 미환경微環境을 특정했는데, 거기에서는 26종의 옥수수가 재배되고 있었다.
캠퍼시노는 그 텃밭인 밀파·솔라가 자신의 생활을 성립시키는 자원이며, 민족의 정체성의 일부이기 때문에 신에게 기원하며 감사해 왔다. 하지만 솔라는 생활의 장인 동시에 재미와 품종의 원산지, 실험의 장이었다. 캠퍼시노는 오랜 시간에 걸쳐 종자 선발이나 교환을 통해 고원의 저온 조건에서도 농업이 행해지는 품종을 포함하여, 고도나 토양 유형과 강우와 같은 환경의 차이에 대응하고자 근대적인 하이브리드 품종이나 GMO보다도 훨씬 건강하고 병충해에 강한 다양한 토종을 육종해 왔다.
옥수수의 고대 원종이라 하는 것은 멕시코부터 과테말라에 걸쳐서 자생하던 테오신트Teosinte인데, 이것도 몇 세기나 밀파를 통하여 캠퍼시노가 보전하여 왔다. 근대농업에서는 유전자원의 다양성을 잃어버렸지만, 밀파에서는 그것을 지키고 있다. 곧 멕시코는 인종에서도, 식물 유전자에서도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보고인데, 밀파는 세계에서 귀중한 유전자원을 보존하여 온 농법임을 알 수 있다.
근대농업으로 위기에 직면한 밀파 농법
하지만 지금 밀파 농법은 위기에 방치되어 있다. 멕시코 정부는 과거 30년에 걸쳐 화학비료나 농약, 개량 품종 등 녹색혁명 기술에 따른 옥수수의 단작과 푸에블라 계획(Plan Puebla)을 추진했다. 멕시코 정부의 농업보조금(PROCAMPO)은 충분하지 않지만, 그것조차도 옥수수를 단작으로 재배하는 농민에게만 준다. 그뿐만 아니라 멕시코에 도입된 근대농업이 가져온 결과는 참담하다.
화학비료를 지나치게 주어 토양이 산성화되고, 지하수가 오염되었다. 제초제를 뿌려 콩이나 호박이 영향을 받고, 식용 풀도 말라 버렸다. 농약의 뿌려서 이전에는 풍부했던 매쿼이maguey 벌레, 물고기나 민물새우 등의 식용 곤충도 죽어 버렸다. 그리고 부시, 클린턴, 오바마 정권이 몬산토 사의 유전자조작 옥수수를 멕시코가 활용하도록 압력을 넣어, 토종 옥수수를 오염시키고 있다.
현지의 환경 조건에 맞지 않는 다수확 옥수수 품종의 단작이 진행된 결과, 작물의 수확량이 떨어져 생산비가 폭등하여 수입이 줄었다. 그리고 지구화에 따른 옥수수 값의 하락이나 보조금 삭감도 농민에게는 큰 상처가 되었다. 지금 멕시코의 농촌에 사는 1200만의 선주민들의 93%가 빈곤 상태에 놓여 있다. 남성은 농가외소득을 구하러 돈을 벌러 나가야만 하여 몇 백 만의 멕시코인이 미국으로 이주했다. 농촌에 남은 사람은 여성이나 아이, 노인뿐이고, 지금은 그들이 농사짓고 있다. 하지만 노동력이 줄면 전통 기술도 유지할 수 없다. 밀파 농법과 관련한 식물 품종의 지식도 잃어 가고 있다. 지금 멕시코는 옥수수를 자급할 수 없어 때로는 대량의 옥수수를 필요 이상으로 미국에서 수입해야만 한다. 밀파의 다양함으로 풍족하면서 영양적으로도 균형 잡힌 식사를 하던 것도 수입 옥수수나 정크푸드를 기본으로 하는 것으로 변했다.
전통농법의 부활과 지역 재생
그러나 밀파 농법을 다시 도입하여 옥수수의 단작으로 고갈된 토양을 수복하고, 더욱이 지속가능하게 환경에 우수한 농업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 밀파에서는 홍수의 위험을 줄이고, 수질을 개선하며, 토양침식을 막고, 기후를 제어하는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똑같은 상황에 놓인 세계의 다른 지역의 사례도 된다. 그리고 밀파 농법으로 얻은 교훈은 현지의 입지조건에 알맞은 기술이 개발될 경우에만 캠퍼시노가 농업을 계속할 유인책을 갖고, 토종의 유전적인 다양성을 지속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지의 전통적인 지혜를 보전하고, 캠퍼시노가 자신의 유전자원을 관리하고, 지역 자급을 해 나가기 위해서도 전통적인 밀파를 부활시키는 데에 희망이 있다.
written by Yoshida Taro, translated by 김서방
1) 중앙아메리카에서 쓰던 작부체계. 유카탄반도 지역의 멕시코에서 가장 널리 형성되었다. 그 단어 밀파milpa는 멕시코어로 ‘들판’이란 뜻이고, 나와틀어의 ‘들판으로(milli<field>+pa<towards>)’라는 구에서 유래했다. 고대 마야인과 중앙아메리카인들의 경작 방법에 기반한 밀파 농사는 옥수수, 콩, 리마콩, 호박(squash)을 생산했다. 밀파의 주기는 농사를 짓는 2년과 묵히는 8년이다.
2) Alexis Baden-Mayer & Ronnie Cummins, Thank Indigenous People for the Food We Eat, The Milpa Agroecosystem and Its 20,000 Varieties of Corn, Organic Consumers Association, Nov26, 2009. 3) Milpa-Solar Systems (Mexico), GIAHS, FAO. 4) "Milpa" Agroecosystems in Yucatan, Mexico, Agroecology'농담 > 농법'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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