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의 전통농업 ― 치남파Chinampa1)
도시를 먹이는 물위의 채소밭
인구 2000만의 거대도시 멕시코시티는 고대 아즈텍제국의 수도 테노크치틀란Tenochtitlan과 주변에 세워져 있다.) 테스코코Texcoco 호수의 섬 위에 테노치틀란이 세워진 것은 1325년인데, 그곳은 인구 20만이 사는 기술적으로 고도의 도시였다.
1521년 스페인 사람들이 멕시코에 건너왔는데, 그 나라의 탐험가 베르날 디아즈 델 카스티요Bernal Diaz del Castillo는 도시의 시장인 틀라텔로코Tlatelolco가 세비야의 2배나 되고, 6만 명 이상의 소비자와 상인이 흘러넘쳤다고 기록했다. 게다가 스페인 사람들이 건너왔던 시점에 대부분의 도시민은 농민이 아니었다. 그뿐만 아니라 멕시코 분지는 강우도 불규칙하고, 서리 피해도 발생하며, 땅심도 부족하여 농사짓는 데에는 제약도 많다. 고대 아즈텍제국은 어떻게 늘어나는 도시민을 먹여 이만큼 번영할 수 있었을까?
그 비밀은 치남파라고 불리는 인공의 ‘물위 채소밭’에 있다. 미시간대학의 제프리 파슨스Jeffrey Parsons에 따르면, 이 복잡하고 효율적으로 물을 대는 ‘도시농업’이 1년에 3모작으로 작물을 생산하여 도시가 소비하는 식량의 절반에서 2/3를 생산했다고 한다.
치남파는 멕시코 분지 안의 강을 수원으로 하는 남쪽의 담수호 소치밀코Xochimilco와 찰코Chalco 호수, 중앙부에 있는 테스코코 호수, 염분을 함유한 북쪽의 줌판고Zumpango와 살토칸Xaltocan 호수 등의 얕은 소택지에서 행해지던 고대 농법이다. 치남파의 생산성 수준은 아즈텍족이 소부족에서 강대한 부족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요인이다. 아르밀라Armillas(1971)는 치남파가 10만 명을 부양했다고 평가한다.
현재 이러한 호수나 소택지는 거의 물을 빼서 도시화가 진행되어, 치남파는 인기 있는 관광 명소 ‘소치밀코의 물위 채소밭’ 등 약 2300ha밖에 남지 않았다. 하지만 고고학 조사를 통해 스페인 사람들이 아즈텍을 찾았을 당시에는 멕시코 분지 안에 얕은 호수가 드넓게 있어, 그 광대한 2곳의 남쪽 호수 둘레의 2만ha가 치남파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밝혔다.
치남파 농업이 언제 탄생하여 어떻게 발전했는지는 거의 알 수 없다. 아즈텍 전기(1150~1350) 이전에는 확실하게 존재하지 않았지만, 아즈텍의 농업이 기원전 1400년 무렵에 시작되었다고 하는 연구자도 있다. 1세기의 고대 도시 테오티우아칸Teotihuacan은 25만 명의 인구를 품고 있었는데 그 식량을 제공한 것이 치남파였고, 똑같은 농법이 유카탄반도의 저지대, 수리남의 습지대, 페루와 볼리비아의 티티카카 호수에서도 발견되고 있기에 그 기원이 아즈텍족이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
그러나 어쨌든 스페인 사람들이 건너오기 이전까지 멕시코에서는 소농들이 지속가능한 농업을 널리 행하고 있었다.
지속가능한 고등 집약농업으로 도시가 필요한 물자를 제공
치남파는 둘레의 습지와 얕은 호수에서 진흙을 퍼서 둘레의 물높이보다 0.5~0.7m 높이고, 너비 2.5~10m, 길이 20~40m, 가장 길게는 100m의 ‘인공 섬’을 쌓아 올려, 그 위에 섞어짓기를 행한 농법이다. 그리고 토루의 옆쪽에는 나뭇가지와 버드나무(아후에조테스)를 심어서 강하게 만들었다. 고고학과 민족지학의 자료를 통해, 치남파에서 어떠한 건설 기술이 쓰이고, 어떠한 농법이 이루어지며, 어떤 작물이 재배되었는지도 안다. 그럼 치남파 농법은 생태농업의 관점으로 보아 어떤 우수한 점이 있을까?
첫째는 높은 생산성이다. 평지에서 감자 수확량은 1~4t/ha, 옥수수는 2.6~4.0t/ha인데, 치남파에서는 8~14t/ha, 3.5~6.0t/ha로 수확량이 많아 15~20명/ha을 먹일 수 있었다. 높은 두둑 위에서는 옥수수·콩·호박·고추와 카사바·옥수수·콩·색비름을 섞어서 재배하는 동시에, 다양한 지피작물이나 과실나무(파파야, 멕시코 체리, 선인장)도 심고, 그린 토마토, 치아chia, 색비름, 차요티chayote, 칠라카요티chilacayote, 식용 허브(uauhzontli、quiltonil、quelite cenizo) 등 다양한 식물도 심었다. 소쿠리나 직물용으로 다양한 풀도 재배했다.
이러한 집약 재배를 가능하게 한 체계의 하나는 모판에 있었다. 농민은 미리 준비한 모판에 씨를 뿌리고, 그 뒤에 모종을 다른 밭으로 옮겨 심었다. 차피네스chapines라고 불린 뿌리내림이 좋아 선택된 건강한 모종을 아주심기하여, 앞그루 작물을 수확하기 전에 다음 작물을 준비하여 한 해 동안 경작할 수 있었다.
둘째는 연속하여 농업을 행했지만 많은 양의 유기비료를 주어 땅심이 유지되었다는 점이다. 농민들은 둘레의 얕은 호수와 습지대의 수면보다 농지를 높이려고 식물이나 진흙층을 쌓아 올려 두터운 겉흙의 높은 두둑(amellones)을 구축했는데, 그 농지 위에서 생산된 농산물과 부산물을 먹이로 돼지, 닭, 집오리 등의 가축을 울타리 안에서 기르고, 그 외양간두엄으로는 높은 두둑에 거름으로 주었다. 그리고 유출된 가축 폐기물도 운하에서 붙들어 놓았다. 잔하스zanjas라고 불리는 운하와 둘레의 호수는 거대한 양분의 저수지로 기능하며, 호수에서 자란 수생 식물이 물속의 양분을 흡수·농축했다. 예를 들면, 물옥잠은 말린 것으로 최대 900㎏/ha·日이나 자랐다. 이러한 식물에 더해 운하나 호수 바닥에 고인 양분으로 비옥한 토양, 동식물의 분해물, 유기 부산물을 양분으로 하여, 정기적으로 순환시키거나 흙탕물을 관개용수로 써서 비교적 소량의 외양간두엄만으로도 땅심을 유지할 수 있었다.
현재 트락스칼라Tlaxcala주州에서 치남파로 조직된 농민들은 1~4년마다 1m 깊이의 운하를 파내고 있는데, 대략 질소가 1000㎏/ha, 인이 10㎏/ha, 칼륨이 120㎏/ha인 양분을 얻는다. 또 현재는 스페인 사람들이 가져온 자주개자리를 2~5년 재배하고 그 뒤에 옥수수를 재배하는데, 자주개자리는 1년에 30~300㎏/ha의 질소를 고정한다. 또한 흙이 무너지지 않도록 섬의 둘레에는 버드나무와 오리나무 등의 질소 고정 방사균과 Actinorhizae와 공생하는 나무도 심어서 그것까지 양분을 공급한다.
나무는 그늘을 만들고, 물고기와 물새의 생식 환경도 제공한다. 운하에는 양식(물고기, 아홀로틀)도 하고, 물새도 사육했다.
또한 아즈텍 시대에는 사람의 똥오줌도 활용했다. 도시에서 발생한 똥오줌을 순환시켜 테노크티틀란은 건강한 도시환경을 유지해 나아가고, 농민은 기본적인 식량을 끊임없이 자급할 수 있었다(Gliessman, 1998).
셋째는 병해가 적은 점이다. Lumsden et al.(1987)은 치남파의 토양과 차핑고Chapingo 근교에서 근대농업을 행하는 토양에서 기른 모종으로, 피시움속Pythium屬 균의 뿌리썩음병 발생 정도를 비교했다. 그런데 피시움 부패균(Pythium aphanidermatum <Edson> Fitzpatrick)을 접종했어도 치남파의 토양에서는 피해가 억제되었다. 유기물과 칼슘, 칼륨 외에 미네랄을 많이 함유한 치남파의 토양에서는 트리코델마균Trichoderma spp, 슈더머너스균Pseudomonas spp, 푸사리움균Fusarium spp 등의 저항균이 활발히 활동하여, 청경채 입고병균 등, 피시움속 균의 토양 전염성 병균이 억제된다.
치남파 토양의 기생 선충을 조사한 멕시코와 미국의 협동 연구도 있다(Zuckerman et al.). 치남파에서는 선충 피해가 적기 때문에 온실과 생육 상자에서 시험(growth chamber trials)해 차핑고의 토양과 비교한 바 역시 피해가 적었다. 그리고 선충 대항성이 있는 9종류의 유기체가 분리되었다. 높은 두둑의 병해 방제 효과를 보고한 사례는 적지만, 치남파는 병을 막는 효과도 있는 것이다.
넷째는 작물을 생산하기 위한 물이 넉넉하단 점이다. 치남파의 높은 두둑은 너비가 좁다. 또 지하수의 높이와 표층이 그다지 떨어져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운하의 물이 모세관 현상으로 확실하게 침투되고, 뿌리 근처의 수분이 늘 유지된다. 또 가령 갈수기에 뿌리의 훨씬 밑으로 물높이가 낮아지더라도 카누로 수로를 이동하여 운하에서 물을 댈 수 있다.
다섯째는 운하가 지표 부근의 미세한 기후를 조정하여, 밤에 기온이 떨어지고 서리가 발생하는 가능성을 낮춘다.
여섯째는 운하가 교통기관으로도 기능했다는 점이다. 생산물의 대부분을 운하를 통해 시장으로 쉽게 낼 수 있다.
이러한 치남파는 태양력의 계절과 아즈텍의 물의 신인 틀랄록Tlaloc이 결합된 양식으로 유지되었다.
근대농업에서 위기에 직면한 치남파 농법
지금도 치남파 농법은 멕시코시티 관엽식물의 45%를 생산하고 있다. 전통농법은 생산만이 아니라 관광산업의 기회도 창출하고 있다. 그렇지만 치남파 농법은 근대화에 따라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소농들은 교육을 받지 않아 질이 낮다는 좋지 않은 인식이 퍼져, 소농들이 신기술이나 기계화를 바라고, 전통농업을 계속해야 할 요인이 부족한 점, 그 복잡한 영농 방식이 시장 논리에서는 평가되지 않으며, 농업 정책과 보조금이 대규모·자본집약적인 단작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농법의 부활과 지역 재생
하지만 치남파 농법은 위험 요인을 줄이고, 높은 생산성으로 지속가능하게 많은 인구를 먹이는 소농들의 식량과 삶을 보장하며, 그 결과 빈곤을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최근은 최소량의 투입 자재로 생산을 유지하는 방법으로 치남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멕시코시티는 치남파 농법에서 활용된 것과 같은 방식의 배수 처리 체계를 구축하려고 한다. 침수지와 호수에 인접한 소택지를 활용한 치남파와 같은 방식의 높은 두둑 농업은 중국과 타이, 자바, 인도와 그밖에 온 세계의 전통농법에서도 볼 수 있는데, 기후 변동과 관련한 위협에 대응할 수 있고 농업 생물다양성을 유지할 수 있는 면에서도 그 생태적 가치를 경제적으로 정확히 다시 평가할 필요가 있다.
written by 吉田太郞, translated by 김서방
1) 치남파는 고대 중앙아메리카 농업의 소농이 쓰던 방법으로, 멕시코 벨리(Valley of Mexico)에서 작물을 기를 수 있는 얕은 호수 바닥 위 긴네모꼴 지역의 비옥한 농지이다.
인용문헌
(1) Chinampa Agricultural System (Mexico), GIAHS, FAO.
(2) Virginia Popper, Investigating Chinampa Farming, Cotsen Institute of Archaeology, Fall/Winter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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