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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씨앗-작물

토종 수집 조사 후기 26일째 - 집으로 돌아가며

by 石基 2009. 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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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마지막 날이다. 오늘은 날이 흐리고 부슬비까지 흩뿌리고 있다. 참 다행이지 않은가! 돌아가는 날 날이 궂으니... 그 전날에 그랬다면 하루를 공쳤을 텐데 말이다. 지난 25일 동안 토종 수집을 다니면서 날씨가 많이 도와주었다. 겨울 날씨 너무 추울 수도 있고 변덕스러울 수도 있는데 그런 날이 얼마 되지 않았다. 지난 날들을 돌아보니 그랬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마지막이기도 하고, 날도 궂고, 더 다닐 곳도 있지 않아서 비행기 시간에 맞추어 제주공항으로 가기만 하면 된다. 그리로 가는 길에 마지막으로 단지무를 재배하고 있다는 분을 찾아가 연락하여 결국 세 번째 만에 만났다. 그것도 한참을 기다려서 간신히 만난 것이라 참 어려웠다. 직접 가서 단지무로 추정되는 것을 보니, 꼭 단지무는 아니라 지금까지 계속 봐오던 그것과 비슷하여 조금은 실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단 가장 단지무다운 것을 몇 개 뽑아 챙겨놓았다.

 

이후에는 민속박물관에 들렀다. 이곳 관장을 하시는 분은 이 박물관을 오로지 본인 스스로의 힘으로만 세우셨다고 한다. 그 열정과 노력이 대단한 분이셨는데 너무 외로워 보였다. 이곳에서 제주와 관련된 이런저런 책을 몇 권 사서 왔다.

 

제주 민속박물관에서 본 관음사 기와 조각. 70년 전 다카하시 노보루가 방문했을 당시에 들렀다는 관음사를 이번에는 가지 못했다. 다음을 기약하며 그 흔적만 살펴본다.

 

 

공항에 도착하여 비행기를 기다리는데 김정임 선생님이 찾아오셨다. 오면서 본인이 수집한 보리와 피마자를 가지고 오셨다. 이로써 11월 말부터 12월 31일까지 강화도와 교동도, 석모도, 울릉도 및 제주도를 돌면서 수집한 토종 종자는 511번까지 매겨졌다. 이러한 토종을 수집하러 다니며 배우고 느낀 점은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기가 어렵다. 이번 경험을 통해 한 걸음 더 나아가리라! 아, 집에 있는 아내와 개새끼가 보고 싶은 시간이다.

 

 

뱀다리. 이 날로 모든 것이 끝난 것이 아니라 그 뒤 몇 달 동안 수집한 종자를 다시 분류, 선별하고, 싹 꺼내서 사진을 찍고 정리하는 작업이 이어졌다. 또한 보고서를 작성하고 각 기관에 송부하는 일부터 예산을 결산하는 일까지... 그렇게 애를 써서 이 모든 성과는 농촌진흥청 유전자원센터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잠시 쉬며 새로 빛을 볼 날을 기다리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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