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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텃밭농사

병술丙戌(단기 4339, 서기 2006)년 기상(氣象)과 농사(農事)

by 石基 2008. 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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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술丙戌(단기 4339, 서기 2006)년 기상(氣象)과 농사(農事)




연일 계속되는 추위를 핑계 삼아 집에서 긴긴 겨울잠을 자며 장판 디자인을 하고 있는 김석기입니다. 집에서 뒹굴거리는 시간이 많다보니 자연 여유가 생겨서 예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던, 옛 선현들이 남긴 ‘기상과 농사’ 관련 기사에 대한 정리작업을 했습니다. 열심히 자료를 모았지만 여전히 자료는 부족하고, 또 모은 자료를 해석하기에도 아직 역량 미달이며, 그리고 충분히 실생활에서 검증해 것도 아니라서 선뜻 내놓기가 두렵기는 하나, 혹시라도 일말의 도움이 될까 하여 세상에 던져놓아 봅니다. 그러니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너그러이 봐주시고, 내년 농사에 참고하여 약간의 도움이라도 되었다고 해주신다면 그보다 더한 기쁨이 없겠습니다.


요즈음이야 워낙 기상측정 장비도 좋아지고 그와 함께 과학적인 방법도 발달하여서 이런 작업이 무슨 소용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아무리 과학기술이 발전했다고 해도 여전히 일기예보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경우가 허다함은 물론, 한 달이나 일 년의 예보는 거의 불가능하며 툭하면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런데 농사는 짧게는 몇 달, 길게는 몇 년을 내다보며 한 해의 영농계획을 세우고, 그에 맞게 작업을 해나가야 하는 일이라 기상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일이다보니 아침에 눈뜨면서 저녁에 잠들기 전까지 자연히 일기예보에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허나 현대의 기상예측이라 하더라도 앞서 말씀드린 것과 같은 허점이 많으니, 긴 호흡으로 세워야 하는 영농계획을 짜기에도 미흡하고, 더구나 일기예보가 틀리기라도 한다면 하늘만 쳐다보거나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그렇다고 감히 제가 정리한 것이 정확하니 믿고 따르십사 호언장담할 수는 없지만, 우리네 조상들이 이 땅에서 수백, 수천 년 동안 살아오면서 경험한 사실들을 차곡차곡 축적한 자료들을 뒤적여 정리한 것이니 어느 정도는 믿고 따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서양에서 들어온 과학기술의 편리를 누리며 사는 우리에게 조상들이 남겨놓은 이야기는 어떻게 보면 비과학적이고 심지어 미신 같은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내팽개치고 먼지만 쌓이게 할 수는 없습니다. 어두운 골방에 쌓여있는 자료들을 햇볕에 꺼내어 털고 말려서 그 안에 녹아있는 경험과 지혜를 습득하여 우리의 실정에 맞도록 가공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바로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입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에게는 더 이상 우리 것에 대한 필요성과 당위성에 대해서 말할 필요가 없을 줄로 압니다.


주저리주저리 사설이 길었습니다만 어여삐 봐주시고 그럼 정리한 자료를 토대로 내년 예측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단 일 년의 기사 중 기상관측이 필요한 내용은 빼놓았습니다. 그것은 그때그때 확인하며 보충하여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동지는 이미 지났기에 동지 관련 기사는 관측된 결과를 바탕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기상관측이 필요 없는 달력과 간지 관련 내용들로만 구성했습니다. 달력은 물론 음력과 절기 중심입니다.




11월

동짓날 밤중에 천기가 맑으면 만물이 성숙하지 못하고, 바람이 많으며 찬바람이 자방(子方 북쪽)에서 불어오면 연사가 풍년들고, 서남 중간에서 불어오면 여름에 가뭄이 많다. -사시찬요

- 먼저 『사시찬요(四時纂要)』라는 책은 당나라 말기 한악(韓鄂 900년대 사람)이라는 사람이 지은 총5권의 책으로 1년 12달의 행사, 농사일, 기상예측 등의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세조의 명으로 제가 살고 있는 안산과도 인연이 깊은 강희맹(1424~1483)이 필요한 부분만 발췌하여 『사시찬요초』라는 이름으로 편찬했다고 합니다.

그건 그렇고, 동짓날 날씨를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이날은 내내 흐리더군요. 위 말이 맞다면 내년에는 만물이 잘 익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날 동지가 3시부터였는데, 그때 풍향은 기상청에 확인한 결과 북풍이었습니다. 다시 한 번 내년은 풍년이 들 수 있음을 확인합니다. 하지만 18시부터 풍향이 남서풍으로 바뀌었더군요. 여름에는 조금 가물지 않을까 합니다. 그런데 옛날이었으면 가뭄에 속수무책이었겠지만 요즈음은 워낙 양수기다 뭐다 좋아서 큰 걱정은 아니지만 그런 장비가 없는 분들은 미리미리 준비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동지에 눈이 많이 내리면 다음해 벌레피해가 없다.

- 이 기사는 아마 눈이 많이 오면 날씨가 추울 테니 겨울을 나는 벌레들이 얼어 죽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까 합니다. 올 겨울은 일부 지방에 국한되게 유난히 눈이 많이 내려서 눈이 오지 않은 지역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일단 날씨가 오지게 추웠으니 벌레피해는 좀 줄지 않을까 합니다.


청대의 점법에는 ‘동지 다음 둘째 날이 임일(壬日)이면 조금 가물다.

- 청나라가 우리와 시간, 공간적으로 먼 나라이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그리 먼 나라도 아닙니다. 그런 점에서 귀기울여 들을만한 가치가 있을 것 같습니다. 올해는 동지 이틀 후인 11월 23일(양력 12월 24일)이 임오(壬午)일입니다.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미리 대비해서 나쁠 것은 없습니다.



1월

정월 상순 자일(子日 간지에 子가 든 날)로 1년을 점치는데, 갑자일을 만나면 풍년이 들고, -과농소초

- 『과농소초(課農小抄)』는 누구나 다 아시는 연암 박지원(1737~1805)이 정조의 명으로 올린 농사에 관련된 상소입니다. 이를 전문용어로는 ‘응지진농서(應志進農書)’라고 하더군요. 정조는 어느 모로 보나 참 아까운 왕 중 한 명입니다.

올해 정월 상순 자일은 설날 이후 1월 7일(양력 2월 4일)입니다. 그날은 자일 중에도 갑자(甲子)일이고, 또 절기상 입춘이기도 하니 이래저래 길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상순 중에 신일(辛日)이 3일 안에 있으면 가뭄이 든다.

- 상순이라 하면 1월 1일부터 10일까지인데, 1월 4일이 신유(辛酉)일로 신일이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가뭄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겠습니다. 양수기 같은 장비가 없는 분들은 큰 물통이라도 준비해서 미리미리 대비하여 피해가 없도록 하십시오.


언제나 보면, 입춘날 일진이 갑(甲)․을(乙)이면 풍년이 든다. -사시찬요

- 앞서 말씀드렸듯이 올해 입춘은 갑자(甲子)일입니다. 열 가지 천간 중에 굳이 갑과 을을 꼽고 있는 것은 추측인데 갑을이 오행상 목(木)기운이라는 점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더군다나 입춘이라면 봄이 드는 날로, 봄 또한 오행상 목(木)입니다. 그래서 그런 관점에서 말하는 것 같습니다. 목을 직접적으로 극하는 것이 금(金)이고 금을 도와 목을 극하는 기운이 토(土)인데, 그것이 아닌 목(木)이나 목을 돕는 수(水)는 좋다는 관점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말은 하고 있지만 저도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입춘일진] 

갑자일에 입춘이 되면 높은 곳에 있는 마을은 풍년이 들어 곡식이 잘되고, 물이 강둑에 1자(대략 30cm) 넘게 차오른다. - 봄비는 돈과 같이 귀하고, 여름비는 골고루 내려 땅을 균일하게 하고, 가을비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겨울비는 높이 달린다(高懸?).

- 이것은 입춘의 일진으로 한 해의 기상을 예견해보는 것입니다. 2005년의 경우 입춘이 기미일이었는데, 그와 관련된 기사가 신기하게도 2005년의 날씨와 얼추 맞아떨어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꼭 이것과 같지는 않을지 모르지만 미리 알아두면 영농계획을 세울 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이 기사에서도 여전히 풍년의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천기는 사람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부지런하다면 올해는 모두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겠습니다. 위 기사를 보면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무렵 약간의 가뭄이 예상됩니다. 앞에서 가뭄을 예견했던 것과 나름대로 맞아 들어가는 것 같네요. 하지만 여름에는 골고루 비가 내린다고 하니 한시름 덜 수 있겠습니다. 겨울비가 고현(高懸)한다는 의미는 정확한 풀이가 되지 않아서 물음표를 남겨두었습니다. 내년 겨울을 직접 확인하고 풀어야 할 것 같습니다. 혹 누가 아시면 알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2월

초이튿날에 봄 농사를 시작한다. 이날 비가 오면 농사에 해롭다.

- 이 기사는 그냥 한 번 올려봤습니다. 옛날 사람들은 이날을 농사일의 시작으로 여겼구나 하는 정도로만 보시면 됩니다. 2월 초이튿날은 양력으로 3월 1일입니다.


2월 중에 세 번이나 일진에 묘(卯)자가 들면 팥, 보리, 면화가 잘 되고, 들지 않으면 일찍 벼를 심어야 한다. -신은지

이 달에 묘일(卯日)이 3번 들어 있으면 콩을 심는 것이 적당하고, 들어있지 않으면 벼를 심는 것이 적당하다.

- 기사들을 정리하다 보니 묘일(卯日)을 중시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묘일은 앞서 말씀드린 갑․을과 같이 목(木)기운 중 음목(陰木)에 해당하는 기운입니다. 양목(陽木)이 씨앗과 땅을 뚫고 나오는 싹이 나오는 형상이라면 음목은 뚫고 나온 싹이 무럭무럭 자라서 무성해지는 형상을 뜻합니다. 이것도 추측이지만 그것과 관련하여 이런 기사를 써놓은 것이 아닐까 합니다. 아무튼 2006년 2월에는 4일, 16일, 28일(양력 3월 3일, 15일, 27일)에 세 번 묘(卯)가 일진에 들어갑니다. 그러니 콩과 종류, 보리, 면화 등이 모두 잘 되겠네요. 벼는 예전에는 망종․하지 중심으로 심었다고 합니다. 올해는 음력 5월에 걸리는데, 늦봄과 초여름인 음력 3월과 4월에 약간의 가뭄이 예상되니 예전과 같이 벼를 심으시는 분은 예년과 비슷한 시기에 심으면 되겠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벼농사도 예전과 철이 다르니 별 소용없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4월

4월 중에 묘(卯)자 일진이 세 번 들면 삼(麻)이 잘되고, 그렇지 않으면 보리 수확이 없다. -신은지

- 4월에도 5일, 17일, 29일(양력 5월 2일, 14일, 26일)에 묘(卯)자 일진이 세 번 들어있습니다. 삼도 잘 되고 보리도 잘 되어, 의식(衣食)에 풍족함이 있을 것 같습니다.



7월

속설에 ‘입추가 7월에 들면 모내기한 것을 수확하겠지만 6월에 들면 곧 끝나 버린다.’고 하였는데, 이는 그해에 흉년이 든다는 말이다.

- 2006년에는 7월 15일 백중날 입추가 듭니다. 모내기한 것을 온전히 수확하여 풍년이 들기를 바랍니다. 허나 풍년이 든다고 하여도 나라의 농업정책도 어지럽고 농심도 흉흉하여, 농민들 얼굴의 주름이 펴지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일 뿐입니다.


아침에 입추가 들면 저녁에 바람이 불고, 밤에 입추가 들면 더위가 끝까지 간다.

- 이 기사는 믿거나 말거나 같은데, 후에 직접 확인해봐야겠습니다. 아무튼 2006년 입추는 1시 41분을 기점으로 드는데 정말 저녁에 바람이 불까요?



8월

속설에 ‘추분이 지난 뒤에 추사일(秋社日)이 오면 쌀이 천하에 두루 퍼질 것이다.’라고 한 것은 쌀이 흔하다는 뜻이고, ‘추사일이 지난 뒤에 추분이 오면 쌀값이 비단처럼 비싸질 것이다.’라고 한 것은 쌀이 귀하다는 뜻이다.

- 추사일은 입추 후에 다섯 번째로 일진에 무(戊)자가 드는 날을 말하는데, 봄․가을에만 있는 것으로 각각을 춘사일․추사일이라고 합니다. 춘사에는 제비가 날아와서 봄을 알리고, 추사에는 제비가 떠나서 가을을 알린다고 합니다. 이날이 되면, 춘사일에는 부지런히 일하자는 뜻에서, 추사일에는 만곡이 익어 풍성하게 된 것을 기뻐하는 뜻에서, 남녀 모두 일을 멈추고 쉬며 이웃과 함께 나무 밑에 제수를 차려놓고 지신(地神)과 농신(農神)에게 제사를 지낸다고 하니 이 글을 보는 분들도 그날은 쉬면서 제사까지는 아니어도 이웃과 정을 나누어 보심이 어떨까 합니다. 춘사일은 2월 21일(양력 3월 20일)이고, 추사일은 8월 5일(양력 9월 26일)입니다.


월 안에 묘자 일진과 경자 일진이 세 번 들면 보리 작황이 좋다.

- 올해는 일 년 내내 풍년이 든다는 얘기가 많습니다. 8월 중 묘(卯)자 일진은 2일, 14일, 26일(양력 9월 23일, 10월 5일, 17일)에 들고, 경(庚)자 일진은 8월 7일, 17일, 27일(양력 9월 28일, 10월 8일, 18일)에 듭니다.




이상 제가 방바닥을 뒹굴며 알아본 바를 말씀드렸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2006년에는 풍년에 관한 기사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풍년이 드니 대충해도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근면성실 하지도 않으면서 풍년이 들기를 바라는 것은 로또복권을 사서 1등에 당첨되기를 바라며 빈둥거리는 것과 같은 것일 겁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습니다. 아무리 나쁜 운이라고 할지라도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은 그 운을 헤치고 나갈 것이며, 아무리 좋은 운이라고 할지라도 손 놓고 게으름을 부리는 자는 패가망신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비록 내년 천운이 사람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하여도 노력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낟알 하나도 돌아가지 않을 것입니다. 부디 내년 한 해도 열심히 하시어 풍성한 수확의 기쁨을 누리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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