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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비
- 김석기
몇 일 동안 하늘은,
계속 흐리다.
햇빛은 검은 비구름 뒤에 숨은 지 오래.
그 구름을 뚫고서 하염없이 빗방울이 땅으로 안긴다.
풀죽은 노란 해바라기들이 햇빛을 받으려는 듯,
마냥 고개를 떨구고 있다.
장마비 사이로 걷는 사람아, 다시는 뒤돌아보지 마라!
네가 걸어온 발자국은,
이미 빗방울에 지워져 버렸다.
어느 날인가,
바람이 전해오는 소식에
검은 비구름
걷히고,
노란 해바라기는 고개 들 날이.
내가 걸어온 뒤안길에
선명한 발자국 남을 그날.
오늘도 나의 머리 위에
장마비는 내리고
말없이 내 눈을 쓰다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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