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가서 살림을 차리게 되면 이것저것 자질구레한 물건들이 많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자질구레한 것들이지만 하나하나 사려면 돈이 꽤 많이 든다.
그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노동력을 시장에 팔아야 한다.
그래서 다른 방식을 생각해보기로 했다. "직접만들기"
분명 솜씨나 경험 면에서 부족하기 때문에 당장은 사서 쓰는 물건보다 못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직접만드는 과정을 통해 나의 노동력을 쓸데없이 시장에 내다 팔 필요도 없고, 나의 몸을 씀으로 나에게 온전히 더 집중할 수 있고, 만들기라는 일을 통하여 노동의 보람과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
이렇게 좋은 면이 많은데 어떻게 사서 쓰겠는가!
우리는 본래 자신이 필요한 물건을 자신의 손으로 자신에게 맞게 만들어서 사용해왔다.
자신이 만들었기에 어떤 불편한 점이 있을 때 스스로 궁리하여 보다 편리하도록 개선해 나갈 수 있었다.
물론 자신이 만들기 힘든 전문기술이 필요한 물건일 경우 시장에서 물물교환이나 거래가 있었다.
쇠를 다루는 일이라든지, 시간을 내어 만들기에는 힘든 것들의 경우는 그렇게 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렇게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서 자신을 내다 팔지 않았다는 점이다.
자신의 일에 집중하면서 그 일을 통해 얻은 약간의 이익으로 자신이 필요한 것을 충족했다.
하지만 현대는 어떠한가?
모든지 시장에서 구입한다.
내가 먹을 것, 입을 것, 사용할 것 전부를 시장에 나가서 구입을 한다.
장사꾼이 많은 세상은 그만큼 복잡하고 야비하고 각박해질 수밖에 없다.
어제는 슈퍼에 가서 카드로 결제를 하려고 했는데 안 된다고 했다.
카드결제를 하면 거래가 투명해져 자신들이 세금을 더 물어야 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어찌 이것이 작은 슈퍼만의 일이겠는가!
큰 기업들은 이보다 더 하면 더 했지 절대 덜 하지 않는다.
그 많은 이익에서 세금을 얼마나 낸다고 자신들의 배부름을 감추기 일수이다.
요즘 불거지고 있는 빈부격차는 공정하지 못한 세금부여와 납부에서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각종 세법을 촘촘하게 짜는 것도 그다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할 수는 없다.
제일 좋은 것은 세금을 부여하지도 내지도 않을 수 있는 생활을 할 수 있는 구조일 것인데, 현재로서는 당장 그런 구조가 정착하기에 힘들다는 사실을 안다.
그렇다고 안 된다고 안 할 것이 아니라 그렇게 되도록 하면 되는 것이니 크게 걱정할 것은 못 된다.
아무튼 그렇게 필요한 물건을 시장에서 구입함으로 인하여 우리는 점점 더 돈에 매이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놈의 노예가 되었다.
돈이 없으면 아무 것도 못하는 바보 아닌 바보가 된 것이다.
그래서 생각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은, 가능하면 내가 궁리하고 노력해서 직접 만들어 쓸 수 있는 물건들은 그렇게 할 것이다.
그것이 사람들의 눈에는 볼품없고 거추장스럽고 쓸데없는 짓으로 보인다고 해도 말이다.
나만의 시간을 갖고 느리지만 여유롭게 나의 온 정신과 육체를 집중해서 나에게 꼭 필요하고 꼭 들어맞는 물건을 내 손으로 만들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