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은 기존의 '봄의 축제'가 그리스도교로 흡수되면서 자리잡은 절기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예수의 부활 자체는 믿음의 영역이니 왈가왈부할 수 없고, 아무튼 부활절은 새로운 봄을 맞이하는 때라는 성격이 강하다. 부활절을 뜻하는 Easter가 튜턴족(게르만족의 일파로 현재 덴마크가 있는 유틀란트 반도 쪽에 살았다고 함)의 신화에 나오는 봄의 여신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부활절은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히 봄을 상징하는 절기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한 절기가 그리스도교로 흡수되면서 예수의 부활을 상징하는 날로 자리를 잡았을 것이라 추정할 수 있다. 예수의 부활을 철두철미하게 역사적 사실이라 믿는 분에게는 그렇지 않겠지만 말이다.

우리도 이때는 춘분 무렵으로서, 전통적으로 춘분과 관련한 다양한 표현이 존재한다. 봄은 음양오행으로는 木으로 대표된다. 목은 대지를 뚫고 새싹이 나오는 모습, 땅에 굳건히 뿌리를 내리고 성장하기를 준비하는 모습을 상징한다. 그리고 그러한 목의 기운은 甲乙/寅卯가 그것을 상징한다. 여기서 서양의 Easter를 상징하는 동물이 토끼라는 점에 주목하자. 동양의 봄을 상징하는 卯와 서양의 부활절을 상징하는 토끼의 부합, 뭔가 의미심장하다. 서양이나 동양이나 봄을 인식하는 사고는 비슷했다는 것을 뜻하지 않을까.

그리고 부활절을 상징하는 달걀은 씨앗의 상징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새로운 봄을 맞아 풍년을 기원하는 마음이 씨앗을 상징하는 달걀로 표현되었을지도 모른다. 우리도 봄은 木이면서 그것은 동쪽을 가리키고, 그 동쪽은 씨앗이란 뜻을 지닌 仁으로 상징된다. 동대문의 원래 이름이 興仁之門임을 떠올려보자. 우리에게 봄은 木, 동쪽, 녹색, 甲乙/寅卯, 신맛 등을 대표하는 계절이다.  

봄, 특히 서양의 부활절을 살펴보면서 드는 생각을 이렇다. 인간의 문화는 사람살이에 기반하여 형성되었을 테고, 그러하기에 농사가 중요한 바탕이었던 어디나 문화적 요소는 비슷비슷한 모습을 보여준다. 서양의 부활절에 숨어 있는 상징들과 우리의 봄을 뜻하는 상징들이 아주 비슷한 모습이 그 좋은 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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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을 덮었던 짚을 걷었다. 마늘싹이 지난해보다 늦지만 조금씩 고개를 내밀었다.

둑의 잡풀들을 치웠다. 일부는 태워서 두엄에 넣고, 일부는 그대로 두엄에 넣었다.

물론 잊지 않고 물을 뿌렸다.

그러나 물이 부족하다. 잘 띄우려면 물을 더 부어야겠다.

수도 공사가 끝나면 더 부어야지.

비가 심상치 않게 올 것 같아 도랑을 쳤다.

일 년 동안 흘러와 쌓인 흙과 이런저런 부스러기를 싹 걷어내니 말끔하다.

이제 비가 와도 걱정없다.

일기예보에서는 일요일 오전이면 그친다고 했지만, 느낌에 이번 비는 꽤 올 것 같았다.

역시나 예감이 빗나가지 않았다. 참 다행이다.

그러나 옹벽 공사 때문에 그것이 끝날 때까지 밭일이 일단 멈추었다.

어서 옹벽 공사가 끝나기만 기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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