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미국의 월마트가 바이엘과 손을 잡고 소비자들의 취향을 저격할 멜론 종자를 개발한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아래 기사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런 류의 이야기, 어디서 많이 들어보지 않으셨습니까? 
네, 바로 한국의 이마트와 CJ도 이미 하고 있는 일이지요.

지구촌이라는 말처럼, 세계 곳곳의 풍경이 비슷비슷해지고 있습니다. 교통과 통신이 발달하는 만큼 더 빠른 속도로.


728x90
728x90
5대 식량작물(벼, 콩, 보리, 옥수수, 감자)의 경우 한국 종자시장의 규모는 2005년 기준으로 연간 약 500억 원으로 전체 종자시장의 9%에 불과하다. 이에 반해 채소는 시장 규모가 1150억 원으로 전체 시장규모를 5811억 원으로 보았을 때 약 26%를 차지한다.

식량작물의 종자시장 규모가 그 재배면적(전체의 61.8%)에 비하여 터무니없이 낮은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첫째, 식량작물의 종자는 갱신, 즉 매년 새로운 씨앗으로 바꾸는 일이 20~30%에 불과하다. 이는 이들 작물 대부분이 제꽃가루받이를 하는 까닭이다. 둘째, 정부에서 종자의 생산비를 일부 지원함으로써 단가가 저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종자산업법 개정으로 민간의 종자회사에서 식량작물의 종자시장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열리게 되었다고 한다. 해외의 다국적 종자회사들이 첨단 기술을 이용하여 유전자변형 작물을 개발한 데에는 종자시장에서 수익을 올려야 한다는 이유가 크게 작용했을 것 같다. 막대한 연구비를 투자해 품종보호법 또는 지적재산권으로 강력하게 보호받는 신품종 -이라 쓰고 유전자변형 작물이라 읽는다- 을 개발하여도 그것을 팔 수 있는 시장이 존재하지 않으면 주주와 기업의 이익에 반하여 그러한 일은 이루어질 수 없다. 그런데 시장이 뒷받침된다면, 용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 아닌가?

한국 농촌경제연구원의 [종자산업의 동향과 국내 종자기업 육성 방안]이란 보고서를 보면 이러한 대목이 나온다.

"민간기업 육성을 통해 종자산업의 국제경쟁력을 강화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 첫째, 식량작물의 민간이양을 통해 종자시장 규모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 경우 공급가격 현실화로 종자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으며, 민간부문이 참여하기 위한 기반 구축이 미흡한 실정이므로 점진적 참여를 유도하는 단계별 접근이 필요하다. 둘째, 개인 육종가 활용과 인력양성으로 민간역량을 강화시켜야 한다. 셋째, 국내 종자생산 기반을 조성하고 이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종자기업의 국내채종 전환에 대해 단기성이 아닌 지속 지원이 필요하며, 간척지 등을 활용한 대규모 종자생산기지를 조성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넷째, 수출 활성화를 통해 종자기업의 규모화를 유도하도록 한다. 다섯째, 품종보호제도의 실효성을 제고시켜 개발자 보호를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통해 한국의 종자산업이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갈지 어림짐작을 할 수 있다. 앞으로 식량작물의 종자시장도 민간에 개방하고, 이에 기업들은 수익을 위해 연구개발비를 투자하여 첨단 기술을 적용한 -유전자변형 기술일 가능성이 높다- 신품종을 개발하여 시장에 출시할 수 있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정부는 대학과 연구기관에 예산을 투자하여 인력을 육성하고, 대학과 연구기관은 민간기업과 적극적인 산학협력으로 기술의 개발과 활용에 몰두하며, 민간기업은 시장의 확대를 위해 노력한다는 그림을 그릴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연구개발비에 의해 첨단 기술을 적용한 곡식 종자의 가격이 기존 정부의 지원금을 받던 시절보다 상승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는 필연적으로 생산비 증가로 이어지고, 가뜩이나 지금도 수익성이 떨어지는 벼를 중심으로 한 식량작물의 농사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 물론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정책적으로 무언가 방안을 마련하고자 하겠지만, 현재의 쌀 시장을 지켜볼 때 그것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종자산업 활성화를 위한 종자시장의 규모 확대, 이를 위한 식량작물 종자시장의 개방 등의 수순이 한국 농업의 앞길에 놓인 일이라면, 앞으로 이것이 농민의 삶에는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가? 그닥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농민이 더욱더 단순생산자의 지위로 전락하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을 뿐이다.


728x90
728x90

누구나 그렇겠지만, 사람은 먼저 꽃에 눈과 맘을 빼앗기기가 쉽다. 그렇게 꽃을 바라보다가 어떤 사람은 꽃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궁금증이 일어나게 된다. 그렇게 공부를 시작하다 보면 그 뿌리가 되는 씨앗에까지 가서 닿는다. 물론 그 반대의 방향으로 진행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시각에 가장 크게 의존하는 것이 사람이기에 먼저 꽃에 눈을 빼앗기는 일이 더 빈번하다.


농업에서 생산량을 높이려는 노력은 어찌 보면 전혀 농업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러한 목적의 농업은 농업 그 자체보다 오히려 상공업에 더 큰 혜택을 주었다. 미국의 경우 1840년에는 인구의 70%가 농민이었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1950년에는 12%의 농민만 남고, 2002년에는 인구의 2% 미만의 농민만 남았다. 이러한 현상은 어느 선진국이나 다 마찬가지이다. 한국의 경우에도 1960년대 70%에 가깝던 농민이 점점 줄어들어 현재 300만 명도 안 되는 사람만 남아서 농사를 짓는다. 그리고 그 중에서 60% 이상은 60대 이상의 고령층이다. 이렇듯 다수확 농업은 농민을 도와준 것이 아니라 오히려 소농을 깨끗이 청소해 버렸다.


종자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잡종강세를 이용한 주로 다수확을 목적으로 하는 하이브리드 품종이 개발되면서 다양한 토종종자는 급속도로 사라졌다. 그 결과 1900~2000년 사이 세계의 작물 다양성은 75%나 감소했다고 한다. 역시나 한국에서도 이 현상은 동일하게 일어났다. 작물다양성은 결국 식량안보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토종종자는 오랜 세월 동안 농민과 함께 살아오면서 여러 병해충과 기후변화에 적응해 왔다. 즉 그러한 과정을 통해 유적적으로 단련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헌데 다수확을 목적으로 하는 신품종은 계속 새로 사다가 심을 수밖에 없다. 지금도 농민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종묘상에서 종자를 구매해서 농사를 짓는다.


아직도 토종종자를 재배하는 농민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 한결같이 이렇게 말한다. 


"토종이 신품종보다 훨씬 맛나지." 





그렇다, 근대의 농업은 맛 대신 수확량을 택했다. 아마 옛 문헌에 나오는 음식들의 맛은 지금의 농산물을 사용하면 그대로 재현할 수 없을 것이다.


성장, 발전이란 근대의 이념은 농업에서도 다수확이란 목표를 통해 달성되었다.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종자는 개량되고 선택되고 일부는 버려졌다. 그것은 비단 종자에서만 벌어진 일이 아니다. 농민 역시 개량되고 선택되고 일부는 버려져 도시로 흘러들어갔다. 그러한 희생과 발전을 바탕으로 인류는 역사에서 본 적이 없는 번영과 풍요를 이루었다. 우리는 그러한 풍요를 온 몸으로 받아들이며 누리고 있다. 평생 배고픈 적이 없고, 온갖 산해진미가 넘치며, 거리에는 맛집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꽃에 정신이 팔리고 눈이 팔려도 좋다. 탐미적인 눈길을 사랑의 눈길로 바꿀 수만 있으면 된다. 꽃을 사랑하고 알고자 노력하자. 그러면 결국에는 씨앗에까지 가서 닿을 것이다. 아니면 씨앗을 사랑해도 된다. 이 씨앗이 어떤 싹을 내밀고 어떻게 자라 아름다운 꽃을 피울지 상상하라. 꽃과 씨앗은 결국에는 하나이다.


728x9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