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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재미난 기사를 하나 읽었습니다. 함께 읽어 보실까요?

세계일보 <김현주의 일상톡톡>이란 꼭지에 "밥상물가 도대체 언제 안정될까요?"라는 기사입니다.

http://www.segye.com/content/html/2016/05/15/20160515000548.html


읽어 보셨나요? 귀찮으신 분들을 위해 핵심만 정리해서 말씀드리면 이렇습니다.


소비자 물가가 두 달 연속 오른 상태를 유지했다. 

그 이유는 농축수산물의 가격이 뛰었기 때문이다.

원래 겨울부터 3월까지는 지난해 가을과 겨울에 생산해 저장한 농산물을 소비하는 기간이라 농산물 가격이 오르기 마련인데, 올해 1월 예상치 못한 폭설과 한파로 농사가 어려워져 그렇다.


예,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바로 기후변화의 영향이 요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기후변화라고 하면 그냥 날이 더워지거나 추워지는 것만 생각하기 쉽습니다. 도시에 살면 더우면 집에서 에어컨을 세게 틀거나, 전기세가 걱정이라면 에어컨 빠방하게 나오는 버스나 지하철, 관공서, 커피숍 등에 가버리면 그만일 수도 있지요. 반대로 추워지면 보일러 설정온도를 더 높이거나, 가스요금이 무섭다면 상대적으로 값이 싼 전열기구를 사용하면 될 테구요.


그런데 먹는 건 어떻습니까? 

하루 두 끼 먹을 걸 한 끼로 줄이거나, 값비싼 신선채소 등은 밥상에서 빼버리거나 하면 되나요?

뭐 그래도 상관은 없습니다. 실제로 가계 형편이 좋지 않은 분들은 그렇게 해서라도 버티며 살아가실 테니까요. 그러나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뭐가 이렇게 비싸졌어' 투덜거리면서도 장바구니에 신선채소 등을 담을 겁니다. 장을 보는 데 돈을 더 지출하더라도 말이죠. 삼겹살에 상추와 깻잎이 없다면, 그리고 카레에 감자가 없다면, 또는 김치에 배추가 쓰이지 않는다면(요즘은 김치냉장고 덕에 가을 김장을 일년 내내 먹을 수 있다지만) 그걸 무슨 맛으로 먹겠습니까. 생각보다 사람의 입맛은 매우 보수적인지라 가능하면 먹던 걸 먹으려는 성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가뜩이나 생활하는 데 여기저기 돈이 들어갈 일이 많은데, 월세를 내고 카드값을 지불하고 나면 텅 비어 버리는 통장인데 이를 핑계로 강제 다이어트나 하면 모를까 먹지 않고 살 수 있는 인간은 없습니다. 먹으려면 농산물을 생산해야 하고, 농산물을 생산하려면 농사를 지어야 하고, 농사는 기후의 영향이 절대적입니다. 요즘 식물공장이란 것이 하나둘 생기고 있지만 아직 사람들이 원하는 양만큼 삼겹살의 단짝인 상추를 생산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그리고 비싸요. 비닐하우스에서 상추 1kg을 1000원에 생산한다면 식물공장에서는 그 14배인 1만4000원이든답니다(http://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3135).

아무튼 아무리 기술이 발달했다고 하지만 아직은 농사에 해, 바람, 물 등이 더욱 중요하고, 기후가 크나큰 영향을 미칩니다. 기후변화는 다른 무엇보다 농사의 항상성을 파괴한다는 것이 가장 무서운 것 같습니다. 여름이 되면 덥고장마지고, 겨울이 되면 추워지는 건 당연한 일이지요. 그런 일이 수천 년 이어지면서 그에 맞추어 농사가 이루어지게 되었지요. 그런데 그런 항상성이 무너지고 기후가 들쭉날쭉 예측할 수 없게 된다면? 자연과 맞닿아서 생산활동을 해야 하는 농사를 짓는 농민들은 그야말로 죽을맛일 겁니다. 농사가 망하는 일이 남의 집 불구경하듯할 일이 아니죠. 순망치한이라고 농사가 망하면 당장 내 밥상에 오르는 먹을거리들의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게 됩니다. 그로 인해 집안 살림이 거덜나지는 않겠지만 지갑이 더 홀쭉해지기는 하겠지요. 그나마 있는 사람은 돈을 더 쓰더라도 먹고 살 수 있지만, 가난한 사람들의 경우에는 허리띠를 졸라메고 물로 배를 채우는 일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기후변화는 힘없고 약한 빈곤한 사람들에게 더 치명적이라는 경고들이 나오는 것이구요.


조그만 텃밭이지만 그곳에서 농작물을 기르는 입장에서 점점 들쭉날쭉 요상해지는 날씨를 겪는 일이 즐겁지 않습니다. 알고 나니 더 무서워지기까지 하지요. 텃밭농사인 제가 이런데 생업으로 현장에서 농사를 짓는 농민 분들은 어떻겠습니까? 가뜩이나 잘못된 농업정책 탓에 무슨 도박판도 아니고 농산물 값이 오르락내리락하며 손해보기 일수인데 날씨까지 도와주지 않는다니 너무 힘들 겁니다. 그분들에게 의존하며 밥을 지어 먹고살아야 하는 도시민들도 힘들어지는 것은 당연하구요.

 

올해는 날씨가 어떨란지 걱정입니다. 5월 중순인데 벌써 기온이 30도를 넘을 것이란 예보가 나오고 그러더라구요. 당장 6월 말쯤 수확할 감자 농사에 치명적일 겁니다. 감자는 저 안데스 지역이 원산지라서 더운 날씨에 취약하거든요. 그래서 좀 춥고 건조한 봄철 일찍부터(중부지역은 3월 말) 심을 수 있고, 날이 더워지기 전의 기간을 이용해 감자가 덩치를 키우게 되거든요. 한 15~18도 정도에서 감자가 가장 왕성하게 커진다고 합니다. 기온이 27도가 넘어가 버리면 감자는 더 이상 자신의 감자를 키우는 일에 집중하지 않고 그동안 축적한 양분을 소모해 버린다지요. 그러니까 감자를 수확하려면 아직도 한 달이나 남았는데 너무 더워져서 감자가 제대로 자라기 힘들어진 겁니다. 요즘은 다들 밭에다 비닐을 덮어서 땅속의 온도는 관측한 기온보다 훨씬 더 높이 올라가지요. 아마 올해 감자 수확은 엉망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감자를 너무너무 좋아하시는 분들은 슬프겠지만요. 감자칩 같은 건 수입산으로 해결하겠지만, 국산 감자를 쓴다고 광고하고 나서는 업체들은 울상이 될 겁니다. 아니면 은근슬쩍 양을 줄이고 값을 올리는 질소충전의 은혜를 내릴지도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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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가격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현상과 관련하여 그를 바라보는 농민의 좋은 글이 있어 퍼옵니다. 이그누(ykwoo3) 님의 "덤바우잡설" 게시판( http://blog.hani.co.kr/ewook/78465)에서 퍼왔습니다. 




안심하시라, 배추는 20센트였다


 흑룡 새해 벽두, 대통령이 말씀하셨다. “20달러짜리 배추가 지구상 어디에 있느냐!” 두 해전(2010년) 배추 파동을 염두에 둔 발언이고, 농축산물 물가를 잡는 것이 물가안정의 지름길이라는 믿음의 강조어법이겠다. 농사꾼으로서 새해 댓바람부터 나라님에게서 듣는 소리로 썩 유쾌하지 않을뿐더러 물가통제의 책임자를 지정하라는 소리에는 포괄적 책임전가, <배임>의 혐의까지 느껴진다.

수입 농산물 가격 상승    

 농축산물이 물가상승의 주범일까? 과연 그럴까?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이런 답 같지 않은 답을 내놓는 이유는 우리가 농산물 순수입국이기 때문이다. 쌀을 제외한 우리나라의 주요곡물 자급률이 3% 내외인 현실을 전제로 농산물이 물가에 끼치는 영향을 살펴야 한다는 말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한 보고서(‘국제 농산물 가격 상승의 원인과 전망’)에 따르면, 생산 감소, 소비증가, 곡물 선물 투기 증가 등으로 인해 최근 국제 곡물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고 한다. 2010년 하반기 대비 2011년 상반기 사료는 11.5%, 제분은 31.3%, 유지와 식용유는 6.6%, 제당은 30% 상승했다. 밀, 옥수수, 콩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원자재 가격 상승은 가공식품 가격 상승을 부르고 이는 고스란히 물가에 반영된다고 할 수 있겠다. 요컨대 농축산물 가격 급등은 대통령의 진단과는 달리 글로벌 현상인 것이다.

농산물 소비지출과 가중치

 국산 농산물은 사정이 어떨까? 우리 농산물이 소비자 물가에 끼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우선 ‘가중치’라는 용어를 이해하여야 한다. 가중치는 도시가구의 월 평균 소비지출 총액 중 해당 품목을 소비하는데 지출한 금액의 비중을 말한다. 현행 소비자물가지수의 가중치 내역을 보면, 2005년 기준으로 농축수산물은 88.4(농산물 54.5), 공업제품 307.4, 서비스품목이 604.2이다. 소비지출이 총 100이라면 농산물 소비에 8.84%를 쓴다는 말이므로 그 비중이 무척 낮음을 알 수 있다. 이는 공업제품 30.74%, 서비스 60.42%와 비교할 때 확연히 드러난다. 1995년의 식료품 소비지출은 26.6%였는데 비해 2010년에는 13.8%로 줄어들었다. 이는 전체 소비지출 대비 농산물 소비지출이 매우 적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농축산물은 물가상승의 주범이 아니라 오히려 종범 측에도 끼지 못하는 것이다.

생산 감소가 문제다

 농사짓는 나도 20달러짜리 배추는 먹고 싶지 않다. 그러나 생산량이 급감하면 가격 급등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고, 언젠가 대통령이 말한 대로 배추 대신 양배추로 김치를 만들어 먹을 수밖에 없다.(그런데 배추가 그 지경이면 양배추는 쌀까? 일반적으로 양배추는 늘 배추보다 비싸다.) 아니면 김치를 포기하든가.

 김장배추 주요산지의 재배규모는 꾸준히 감소하여 2010년도에는 13,540헥타르였던 것이 2011년에는 17,326헥타르로 늘었다. 2010년 김장배추의 가격이 워낙 좋았기 때문에 농민들의 재배욕구를 한껏 높인 것이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겠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2008년에서 2010년 사이에 보여준 김장배추 재배면적의 꾸준한 감소 경향이다. 2012년을 고비로 그 감소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2011년 배추가격이 엉망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2010년 고추가격이 상대적으로 좋았는데도 2011년 고추 재배면적이 늘기는커녕 줄어든 것으로도 추측할 수 있다. 주요산지 고추재배면적은 2008년에는 48,825헥타르였으나 매년 줄어 2011년에는 42,574헥타르였다. 이는 전체 농작물 재배면적이 2007년 1,781,579헥타르였던 것이 2010년에는 1,715,301헥타르인 것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요컨대 재배면적 축소와 이상기후, 그리고 농업종사자의 고령화와 감소, 그리고 경작 포기 농산물의 증가 등으로 농작물의 상습적인 가격폭등을 해마다 보게 될지도 모른다. 

 농산물 가격의 안정은 소비자보다 농민이 더 원하는 일이다. 2011년, 20달러의 꿈을 안고 자라던 배추가 수확도 보지 못하고 트랙터에 갈려 나갔다. 농산물의 폭등, 폭락의 어지러운 시소게임에 늙은 농민들은 이제 진저리치기에도 지쳤다. 농업이 농민의 손을 떠난 지 이미 오래다. 도대체 이 노릇을 어찌 하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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