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농산물 가격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현상과 관련하여 그를 바라보는 농민의 좋은 글이 있어 퍼옵니다. 이그누(ykwoo3) 님의 "덤바우잡설" 게시판( http://blog.hani.co.kr/ewook/78465)에서 퍼왔습니다. 




안심하시라, 배추는 20센트였다


 흑룡 새해 벽두, 대통령이 말씀하셨다. “20달러짜리 배추가 지구상 어디에 있느냐!” 두 해전(2010년) 배추 파동을 염두에 둔 발언이고, 농축산물 물가를 잡는 것이 물가안정의 지름길이라는 믿음의 강조어법이겠다. 농사꾼으로서 새해 댓바람부터 나라님에게서 듣는 소리로 썩 유쾌하지 않을뿐더러 물가통제의 책임자를 지정하라는 소리에는 포괄적 책임전가, <배임>의 혐의까지 느껴진다.

수입 농산물 가격 상승    

 농축산물이 물가상승의 주범일까? 과연 그럴까?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이런 답 같지 않은 답을 내놓는 이유는 우리가 농산물 순수입국이기 때문이다. 쌀을 제외한 우리나라의 주요곡물 자급률이 3% 내외인 현실을 전제로 농산물이 물가에 끼치는 영향을 살펴야 한다는 말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한 보고서(‘국제 농산물 가격 상승의 원인과 전망’)에 따르면, 생산 감소, 소비증가, 곡물 선물 투기 증가 등으로 인해 최근 국제 곡물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고 한다. 2010년 하반기 대비 2011년 상반기 사료는 11.5%, 제분은 31.3%, 유지와 식용유는 6.6%, 제당은 30% 상승했다. 밀, 옥수수, 콩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원자재 가격 상승은 가공식품 가격 상승을 부르고 이는 고스란히 물가에 반영된다고 할 수 있겠다. 요컨대 농축산물 가격 급등은 대통령의 진단과는 달리 글로벌 현상인 것이다.

농산물 소비지출과 가중치

 국산 농산물은 사정이 어떨까? 우리 농산물이 소비자 물가에 끼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우선 ‘가중치’라는 용어를 이해하여야 한다. 가중치는 도시가구의 월 평균 소비지출 총액 중 해당 품목을 소비하는데 지출한 금액의 비중을 말한다. 현행 소비자물가지수의 가중치 내역을 보면, 2005년 기준으로 농축수산물은 88.4(농산물 54.5), 공업제품 307.4, 서비스품목이 604.2이다. 소비지출이 총 100이라면 농산물 소비에 8.84%를 쓴다는 말이므로 그 비중이 무척 낮음을 알 수 있다. 이는 공업제품 30.74%, 서비스 60.42%와 비교할 때 확연히 드러난다. 1995년의 식료품 소비지출은 26.6%였는데 비해 2010년에는 13.8%로 줄어들었다. 이는 전체 소비지출 대비 농산물 소비지출이 매우 적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농축산물은 물가상승의 주범이 아니라 오히려 종범 측에도 끼지 못하는 것이다.

생산 감소가 문제다

 농사짓는 나도 20달러짜리 배추는 먹고 싶지 않다. 그러나 생산량이 급감하면 가격 급등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고, 언젠가 대통령이 말한 대로 배추 대신 양배추로 김치를 만들어 먹을 수밖에 없다.(그런데 배추가 그 지경이면 양배추는 쌀까? 일반적으로 양배추는 늘 배추보다 비싸다.) 아니면 김치를 포기하든가.

 김장배추 주요산지의 재배규모는 꾸준히 감소하여 2010년도에는 13,540헥타르였던 것이 2011년에는 17,326헥타르로 늘었다. 2010년 김장배추의 가격이 워낙 좋았기 때문에 농민들의 재배욕구를 한껏 높인 것이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겠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2008년에서 2010년 사이에 보여준 김장배추 재배면적의 꾸준한 감소 경향이다. 2012년을 고비로 그 감소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2011년 배추가격이 엉망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2010년 고추가격이 상대적으로 좋았는데도 2011년 고추 재배면적이 늘기는커녕 줄어든 것으로도 추측할 수 있다. 주요산지 고추재배면적은 2008년에는 48,825헥타르였으나 매년 줄어 2011년에는 42,574헥타르였다. 이는 전체 농작물 재배면적이 2007년 1,781,579헥타르였던 것이 2010년에는 1,715,301헥타르인 것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요컨대 재배면적 축소와 이상기후, 그리고 농업종사자의 고령화와 감소, 그리고 경작 포기 농산물의 증가 등으로 농작물의 상습적인 가격폭등을 해마다 보게 될지도 모른다. 

 농산물 가격의 안정은 소비자보다 농민이 더 원하는 일이다. 2011년, 20달러의 꿈을 안고 자라던 배추가 수확도 보지 못하고 트랙터에 갈려 나갔다. 농산물의 폭등, 폭락의 어지러운 시소게임에 늙은 농민들은 이제 진저리치기에도 지쳤다. 농업이 농민의 손을 떠난 지 이미 오래다. 도대체 이 노릇을 어찌 하면 좋을까?


728x9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