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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달근(84), 임순희(74) 두 내외가 농사짓는 전형적인 가족 중심의 소농 농가. 자식들은 모두 분가(도회지에서 직장 생활)하고 현재 두 내외만 살고 있다.



마을의 위치 : 괴산군 청천면 평단리 솔안말(지도의 빨간 표시 부분). 괴산군은 산세가 험준하여 대부분의 마을이 지도와 같이 골짜기, 계곡을 중심으로 발달. 또한 중부 내륙 한가운데 위치하여 대륙성기후의 성격이 강하다. 연평균기온 9°C 정도로 낮은 편이고, 1월 평균기온 -5.7℃, 8월 평균기온 22.8℃로 연교차가 크다. 연평균강수량은 1155mm로 여름에 집중호우가 잦은 편이고, 태풍 피해는 그다지 많지 않음. 하지만 겨울이 춥고 길며 눈이 많이 온다.



집의 위치와 밭 : 우리가 찾은 안달근 할아버지는 연세에도 불구하고 건강한 편이라 아직도 손수 1000평 밭의 농사를 짓고 있다. 집은 전형적인 남남서향으로 밭도 집과 바로 붙어 있다. 고랑의 방향은 아래쪽 큰길 방향으로 나 있다. 그 밭의 생김은 아래와 같다. 사진에 보이듯이 직사각형의 터의 한쪽에 집이 들어앉아 밭은 전체적으로 사다리꼴의 모양이다. 넓이는 대략 3300제곱미터, 곧 1000평쯤. 또한 50평 정도의 텃밭이 집 앞마당에 바로 붙어 있고, 거기에는 대추나무 2그루가 있으나 1그루는 바이러스로 괴멸 상태. 또한 집 주변의 자투리 땅을 이용하여 여러해살이인 부추나 덩굴성의 호박과 같은 작물 등을 심어 이용하고 있음.



밭의 전체적인 모습 : 밭은 크게 6개로 구분이 된다. 집은 구옥과 현재 거주하고 있는 신옥이 있는데, 구옥은 아무도 살지 않고 창고 식으로 쓴다. 6번 텃밭에 두 그루의 대추나무가 자리하고 있으나 오른쪽의 나무는 바이러스로 태워 없애지 않으면 옆의 것까지 전염될 지경이다. 각 밭의 농사법은 사진 자료를 보며 다시 설명(아래 그림은 넓이의 비율까지 고려한 것은 아니니 위치만 참조할 것).



각 밭의 농사법 :


1번 밭; 팥+콩 섞어짓기와 콩+옥수수 섞어짓기 - 전체를 반으로 나누어 한쪽에는 두둑을 지어 거기에 한 줄로 콩을 심고, 나머지 반에는 팥을 심는다. 그리고 그 고랑에는 옥수수를 띄엄띄엄 섞어짓기한다. 옥수수와 옥수수 사이의 간격은 약 6m. 옥수수도 줄을 지어 심는다. 


1번 밭과 2번 밭 사이에는 수수(장목수수)를 줄지어 빽빽하게 심는다. 수수를 이렇게 빽빽하게 심는 이유는 지난해 고추를 심어 땅에 거름기가 많이 남았기 때문이거나, 양옆으로 콩과 녹두가 자라고 있어 가능한 것이 아닌가 추측한다. 



2번 밭; 녹두 - 녹두는 두둑을 지어 그 위에다 그냥 심음. 올해는 비가 자주 오고 기후가 좋지 않아 제대로 영글지 않았다. 이곳에 녹두 이외의 다른 작물은 심지 않은 까닭은 지난해 여기가 고추를 심었던 자리가 아니었을까 한다. 아래의 사진으로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없을 듯하다.



3번 밭; 고추 + 팥 - 고추는 대표적인 돈벌이작물로서, 이 농가도 고추를 팔아서 가계소득을 올리고 있다. 괴산은 청결고추라는 상표의 고추가 유명한데, 여기서 청결은 품종의 이름이 아니라 씻어나온 것이라는 뜻이다. 아무튼 괴산 지역 토종 조사를 통해 이번에 이육사와 청용이란 토종 품종을 발견했으나, 이 농가는 그냥 F1종자를 구입하여 쓰고 있다. 고추는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두둑을 짓고 비닐을 덮고 줄지어 심고, 사이사이에 지주를 박은 다음 줄은 3번 띄워준다. 이때 찾았을 때는 끝물고추를 갈무리하려고 고추대를 모두 뽑아 놓아 고추가 말라 가고 있었다. 고추 농사법의 특이한 점은 바로 고랑에다 팥을 심는다는 점이다. 한치의 땅이라도 놓치지 않고 활용하려는 전형적인 소농의 농사법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아래 사진에서와 같이 한 고랑을 건너 팥을 심어 놓았다. 여기에 심은 팥은 위의 1번 밭의 팥과는 다른 품종. 교잡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조치한 것이다. 그리고 고랑을 건너뛰어 팥을 심은 이유는 고추와 관련된 일을 할 때 이동 통로를 확보하기 위해서이다.


고추 농사와 관련하여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고추밭을 활용하여 김장거리를 심는다는 것이다. 몇 번에 걸쳐 고추를 따고 나면, 이제 고추는 그냥 걷어치우고 그 자리를 이용하여 김장거리(배추, 무, 갓, 쪽파 등)와 집에서 먹을거리(아욱, 당근 등)를 심는다. 그 모습은 아래의 사진들과 같다.



여기서 잠깐, 고추밭과 바로 이웃한 4, 5번 밭 사이의 일부 고랑에는 집에서 먹을 대파를 심는다. 대파는 고추와 궁합이 잘 맞는 대표적인 작물이다. 대파의 향이 고추에 생기는 벌레를 쫓아주는 효과가 있으며, 또 거름만 충분하다면 대파와 고추의 미묘한 경쟁관계가 서로를 자극하여 더 잘 자라도록 해준다. 아래 사진과 같이 3번과 4, 5번 밭의 고랑을 활용하여 대파를 기른다.


또한 밭의 가장자리에는 군데군데 덩굴강낭콩을 심어서 수확하고 있다. 풀을 잡기 위해 차광막을 깔기도 했는데, 덩굴강낭콩이 점유한 공간에는 풀이 잘 자라지 않는다는 점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4번 밭; 참깨+들깨 섞어짓기 - 참깨와 들깨도 이 농가에서 주력하고 있는 작물의 하나이다. 저장성이 좋고 시세가 그런대로 괜찮기 때문에 선택한 돈벌이작물인 듯하다. 아무튼 두둑을 지어 비닐을 덮고 참깨를 줄지어 심고, 그 고랑에는 들깨를 심는다. 참깨는 들깨보다 먼저 심으며 옆으로 가지를 뻗기보다는 위로 자라는 습성이 있고, 들깨는 참깨 이후에 심어 참깨를 벨 무렵에 옆으로 무성히 자란다는 성질을 활용하기에 섞어짓기가 가능하다. 또한 참깨가 다 자라서 옆으로 쓰러지는 것을 들깨가 자라면서 받쳐주기에 지주나 끈을 띄울 필요가 사라진다는 장점도 있다. 구체적인 모습은 아래와 같다. 


하지만 줄을 띄워야 하는 곳이 있으니, 바로 아래와 같이 들깨가 참깨를 받쳐주지 못하는 부분인 밭의 끝부분이다. 하지만 이렇게 두 줄만 띄워도 되니 자원도 비용도 노동력도 줄일 수 있는 효과가 있다.




5번 밭; 땅콩+팥 섞어짓기 - 먼저 두둑을 짓고 비닐은 덮지 않은 채 땅콩을 심어서 기르고, 그 사이에 팥을 심어 섞어짓기한다. 땅콩을 걷어낼 무렵이면 팥은 아래와 같이 되는데, 올해는 기후가 좋지 않아 자람새가 좋지 않다. 



이상 각 밭의 넓이를 대략적으로 측정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콩, 팥 200평

녹두 50평

고추 300평, 9두둑

들깨, 참깨 300평

땅콩 30평




마지막으로 6번 텃밭은 다음과 같이 활용한다. 

상추, 결명자, 부추, 쪽파, 도라지, 대파, 실부추, 겉절이 거리 등등등 집에서 일상적으로 먹을 수 있는 것들을 심어 그때그때 뜯어다 먹는다... 사진을 참조.






마지막으로....


텃밭에서 그날 먹을 반찬거리를 마련하는 임순희 할머니. 사진에서와 같이 이 텃밭은 약을 치지 않는다. 하지만 늘 꾸준한 관리를 받기에 농사에 해가 되는 풀은 찾아볼 수 없고, 나물로 먹을 수 있는 풀들만 지천으로 깔려 있다.


이날 안달근 할아버지는 장목수수를 수확하고 있었다. 


장목수수는 베어낸 다음 이제는 보기 힘든 지게에 실어서 집까지 나른다. 



집 안 구석구석에서는 평생을 소농으로 살아온 두 내외의 손길과 솜씨가 여기저기 묻어 있다. 아래는 안달근 할아버지가 손수 엮은 삼태기. 아직도 잘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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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2일 괴산군 감물면.

 

 

당콩밥에 가지냉국의 저녁을 먹고 나서
바가지꽃 하이얀 지붕에 박각시 주락시 붕붕 날아오면
집은 안팎 문을 열젖기고
인간들은 모두 뒷등성으로 올라 멍석자리를 하고 바람을 쐬이는데
풀밭에는 어느새 하이얀 대림질감들이 한불 널리고
돌우래며 팟중이 산옆이 들썩하니 울어댄다
이리하여 한울에 별이 잔콩 마당같고
강남밭에 이슬이 비 오듯 하는 밤이 된다.

                                                   - 백석, 박각시 오는 저녁

내가 사랑하는 백석의 시. 어쩜 이리 정겨운 말로 아름답게 그리는지 모르겠다.
박꽃이 피는 건 어둠이 깔릴 때, 박꽃이 열리기를 기다렸던 박각시며 주락시가 달라붙는다.

그 무렵이면 사람들은 들에서 돌아와 지난 봄 수확한 강낭콩을 넣어 지은 밥을 먹는다.

한낮의 열기에 달궈진 몸은 시원한 가지 냉국으로 달래고, 뙤약볕에 달궈진 집은 안팎의 문을 열어 식힌다.

그래도 참지 못하는 날에는 멍석자리 들고 뒷동산에 올라 나무 밑에 앉아 땀을 식힌다.

어느새 어둠이 깔리고 하늘엔 별이 총총하니 빛나고, 풀벌레는 시끄럽게 울기 시작한다.

수박이라도 하나 들고 올랐으면 더할 나위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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