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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품종 소량 생산을 하는 다양성이 높은 농장을 운영하는 문제를 생각해 보면, 먹을거리 체계라는 구조의 변화가 없으면 농민에게 너무 많은 부담을 안겨주는 일밖에 안 된다. 사실 직거래도 그런 것 같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직거래는 너무 부담스럽다. 다양한 농산물을 소량으로 받아보는 게 아니라 한두 가지 작물을 대량으로 구매할 수밖에 없어 그렇다. 주변 지인과 나누면 되겠지만, 나 같이 인맥이 빈약한 사람은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러면 다양한 품목을 직접 받아볼 수 있는 꾸러미도 있지 않은가? 그런데 꾸러미 사업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여러 농가가 서로 분담하여 꾸러미를 만들지 않는다면 한두 농가가 그를 수행하기란 너무 부담스럽다. 소비하는 입장에서도 그렇다. 여러 가지 목적을 위하여 꾸러미를 받겠지만, 농가에 좀 더 많은 비용을 안겨주고 신선한 먹을거리를 얻는 것 말고는 온실가스 배출이라든지, 포장재로 인한 폐기물 문제라든지 하는 데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는 것 같다. 물론 그냥 일반적인 시장에서 사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방법이지만 말이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지역 안에서 순환하는 구조인 듯하다. 지역의 생산자가 생산한 걸 지역의 소비자가 소비하고, 모자라거나 없는 건 외부에서 가져올 수 있는 그런 구조 말이다. 물론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들고, 해외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사회 구조일 것이다. 다양한 시도들이 계속되는 것으로 알고 있고, 꽤 성과를 낸 실험들도 많다고 들었다. 그러한 시도와 실험들이 계속해서 틈을 만들고, 그 틈을 더욱 벌려 공간을 확보하고, 그 안에 더 다양한 사람들이 들어와 생활하며 탄탄한 안정적 구조를 구축하는 일. 그러한 일들이 필요하겠다.

요즘은 한가로워 이런 생각도 해보고 그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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