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넓은 감자밭. 꽃이 한창이다. 누구는 최대한 양분이 덩이줄기로 가도록 꽃을 제거해야 한다고도 하지만, 요즘은 그냥 두는 추세이다. 너무 일이 많기도 하여 더욱 그럴 것이다. 옛날에는 할아버지처럼 유휴 노동력이 회초리 같은 걸로 탁탁 쳐서 떨구고 다녔다고도 한다.
참, 감자밭을 보면서 김동인의 <감자>를 떠올렸다면 그건 잘못된 생각이다. 김동인이 말하는 감자는 이 감자가 아니라 고구마를 가리킨다. 지금도 제주에서는 그러는데 감자는 고구마를 가리키고, 진짜 감자는 지실이라고 하지. 땅의 열매, 얼마나 적확한 이름인가!
강원도에서는 왜 감자를 많이 심어 먹었을까요?
답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감자의 고향은 바로 안데스의 고산지대입니다. 강원도의 태백산맥을 중심으로 한 산간지역도 그와 유사한 환경이죠. 다른 곡식을 농사짓기보다 감자를 심어 먹는 것이 훨씬 유리하고 감자를 먹으면 상대적으로 쉽게 배가 불렀기 때문이죠.
강원도 산간은 아시다시피 춥습니다. 일교차가 크고, 서리도 일찍 내립니다. 그래서 여타의 곡식을 심어보아야 다른 평야지대에서 하는 것보다 농사가 잘 안 됩니다.
그런데 감자는 추위에 강한 편이기도 하고, 서늘한 기온을 좋아하니 딱인 것이죠. 실제로 감자는 섭씨 20도가 넘어가는 고온에서는 더 이상 알이 커지지 않는 특성이 있습니다. (참고로 감자는 14~23도 정도에서 잘 자라는 저온성 작물입니다. 18~20도에서 잎과 줄기가 자라기에 최적이고, 감자가 굵어지는 데에는 14~18도가 최고입니다. 그래서 감자는 더우면 아니 좋아요.) 다른 곡식을 심느니 감자를 심어 먹는 게 강원도 산간에서는 재배조건도 그렇고, 감자의 풍부한 탄수화물도 그렇고 훨씬 나은 것입니다.
거기에다 강원도 하면 옥수수를 빼놓을 수 없죠. 옥수수도 봄에 일찍 심어 먹을 수 있는 대표적인 작물입니다.
추위가 가시고 땅이 녹고 따뜻한 기운이 온다 싶으면 바로 옥수수를 심는 겁니다. 그러면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서 매서운 산간의 추위가 닥치기 전에 일찍 수확할 수 있어요. 게다가 옥수수의 줄기는 소도 좋아하는 사료가 되고, 그대로 엮어서 세우면 좋은 담장이 되기도 합니다.
이 사진은 강원도는 아닙니다. 바로 2008년 울릉도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그러나 강원도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런 식으로 옥수수를 수확하고 난 뒤 그 옥수수대는 쭉 엮어서 담장으로 세워 놓는 것이죠. 겨울의 매서운 찬바람을 막아주기에 딱입니다.
옥수수대는 칡줄기로 엮습니다. 칡이 또 이런 걸 하는 데에는 질겨서 제격이죠. 과거 석유화학제품이 나오기 전에는 칡줄기로 다양한 생활용구를 만들어 쓰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울릉도 성인봉에서 불어오는 한겨울의 찬바람을 막는 것입니다. 집 바로 옆쪽에만 설치를 했죠. 마당이야 안 나가면 그만이니.
그렇게 강원도라는 자연조건이 "강원도!" 하면 감자와 옥수수를 떠올리게 만든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 물론 강원도라고 다 똑같지는 않죠. 주로 강원 산간지방에 한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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