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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농업 전반

뉴질랜드의 제스프리를 통해 본 농업, 농산물

by 石基 2013. 5.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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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최대의 키위 농가조합이자 마케팅사인 제스프리의 대표 레인 제이거 씨와의 인터뷰 기사. 조선일보의 능력은 인정해줘야 한다. 


아무튼 이 사람과의 인터뷰에 생각거리가 많이 담겨 있어서 좋다. 


먼저 유전자조작 작물이 탄생하는 이유를 보여주는 이야기... 바로 근대 사회의 최고 가치인 효율성과 생산성 때문이다. 이러한 사회 안에서 새로운 대안을 꿈꾼다면 효율성과 생산성이라는 평가기준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겨낼 것인가?


"(우린) 유전자조작을 하지 않고 자연교배만으로 신품종을 개발한다. 오랜 기간과 돈이 들어가지만 좋은 상품은 3년 정도 지나면 고소득으로 보답하더군요." 


또한 제철과일이 사라지는 이유도 보여준다. 먼저 출하하면 제철에 물량이 쏟아져 나올 때보다 돈이 더 된다. 이를 위해 최대한 출하 시기를 앞당기는 방향으로 농법이 개발되고 실천된다. 그런데 딸기 같은 경우에는 오히려 제철에 출하하는 게 나을 정도로 90% 이상이 하우스에서 재배되어 일찍 출하된다.


"최근 뉴질랜드에 가뭄이 심했어요. 키위 크기가 작아져 농부들 요청으로 좀 더 키운 다음 수확하기로 했죠. 키위 출하가 늦어지면 시장 선점에서 밀려 유통상인들의 반발이 심했지만 농가 의견을 따랐습니다."


마지막으로 산업화된 농업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음식폐기물 문제. 이것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시장의 상황과 작황에 따라 엄청난 양의 음식폐기물이 농장 단위에서 발생한다는 사실. 


 "품질이 기준치에 못 미치면 바로 폐기 처분합니다. 수확량의 30% 이상을 버린 때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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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위(kiwi)는 우리의 참다래다. 비타민C가 많고 다이어트 효과가 높아 최근 부쩍 인기가 높아진 수입 과일이다. 그런데 키위 주산지인 뉴질랜드에서는 정부 지원 없이 농가 노력만으로 수출도 하고, 수익도 창출한다. 우리 농업 현실에서 볼 때 벤치마킹해야 할 나라다.


그 주체는 뉴질랜드 최대 키위 농가조합이자 마케팅사인 제스프리(Zespri). "(믿기지 않겠지만)정부 지원은 전혀 안 받아요. 농가가 주인이고, 농가 수익으로만 회사를 운영하죠." 레인 제이거(Jager) 제스프리(Zespri) 인터내셔널 대표이사 얘기다.

↑ 지난 1일 뉴질랜드 타우랑가시(市)의 제스프리 본사에서 만난 레인 제이거 대표는“조합형 기업인 제스프리는 정부 지원 없이 농가 수익만으로 운영한다”고 말했다. /타우랑가(뉴질랜드)=이혜운 기자

2008년 대표에 취임한 그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한 해 농사 결과가 그의 자리를 지켜주기 때문이다. "제스프리의 존재 이유는 딱 두 가지예요. 농가 이익과 소비자 만족 두 가지뿐이죠. 나도 농가를 위해 고용된 사람이죠. 농가에서 원하지 않을 때는 바로 대표직을 떠나야 합니다."

'정부 지원이 없는데 농가의 이익은 어떻게 확보할까'가 궁금했다. 원래 키위는 4월 초에는 대부분 수확을 끝낸다. 하지만 지난달 30일에도 뉴질랜드 키위 밭에는 키위가 달려 있었다. "최근 뉴질랜드에 가뭄이 심했어요. 키위 크기가 작아져 농부들 요청으로 좀 더 키운 다음 수확하기로 했죠. 키위 출하가 늦어지면 시장 선점에서 밀려 유통 상인들의 반발이 심했지만 농가 의견을 따랐습니다."

요즘엔 신품종 개발에 특히 주력하고 있다. 농가의 수익성을 늘려주기 위해서다. 최근 개발된 품종이 '썬골드'라는 키위다. '골드키위'가 맛은 있지만 끝이 뾰족해 유통 과정에서 모양이 망가진다는 것을 보완해 나온 것이다. "앞으로는 당뇨에도 좋고, 쉽게 손으로 벗길 수 있어 먹기 편한 키위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소비자 만족'은 깐깐한 품질관리로 일군다. 제스프리 키위는 다른 국가의 키위보다 비싸지만 좋은 품질 때문에 오히려 더 후한 평가를 받는다. "품질이 기준치에 못 미치면 바로 폐기 처분합니다. 수확량의 30% 이상을 버린 때도 있어요."

또 신경 쓰는 부분은 연구·개발과 신품종 개발. 제스프리는 R&D 개발 비용으로 매년 100만뉴질랜드달러(약 9억2850만원)를 투자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딸기 맛이 나는 레드 키위를 10년 고생 끝에 탄생시킨 것도 끊임없는 노력 덕분이었다. 제이거 대표는 "유전자 조작을 하지 않고 자연 교배만으로 신품종을 개발한다"면서 "오랜 기간과 돈이 들어가지만 좋은 상품은 3년 정도 지나면 고소득으로 보답하더군요"라며 웃는다.

뉴질랜드는 전체 수출의 57%가 키위 같은 농수축산물이 차지한다. 좋은 수출 여건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뉴질랜드는 인건비가 비쌉니다. 한국의 3배 수준이에요. 다른 나라와의 거리도 꽤 멀죠. 운송비가 비쌀 수밖에 없어요." 뉴질랜드 인구는 430여만명선으로 내수만으로는 생산량을 소화할 수가 없다. "악조건을 해결하기 위해 만든 농가조합형 회사가 제스프리예요. 1997년 설립됐고, 수출을 주도하고 있어요."

농가들엔 연중 생산할 수 있는 기후, 생산 여건이 최대 희망이다. 생산량을 늘려야 소득이 늘기 때문이다. 뉴질랜드 농가 역시 마찬가지다. 제이거 대표는 "뉴질랜드도 한국처럼 사계절이 있기 때문에 키위를 재배해 유통할 수 있는 시즌이 정해져 있다"면서 "시설 개발을 통해 365일 공급하는 체제로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재미난 것은 독특한 상거래와 무역 철학이다. "제스프리는 한국 참다래가 나오는 겨울에는 키위를 (한국에)수출하지 않아요. 한국 농가들을 보호하고 마찰을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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