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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배 역사가 오래되고 환경적응성이 뛰어난 피는 타가수분, 서식환경의 변화, 제초제 처리와 같은 지속적인 스트레스 등의 원인으로 種間잡종과 種內變異가 심하고 다양한 생태형이 존재하기 때문에 분류와 학명 사용에 학자간 견해차가 있는 등 다소 어려움이 있다. 고조선 시대부터 재배되어 오던 다양한 재래 식용피 품종들이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많이 소멸되고 지금은 잡초 또는 사료작물로써 이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식품으로서의 새로운 기능성, 간척지, 척박지 등 한계지에서의 토양 피복과 보호작물로서의 우수성, 생물 다양성에 대한 기여도 등 피에 대한 가치와 평가도 재조명 되고 있다. 우리나라에 분포하는 피에 대한 체계적인 분류는 여러 학자들에 의해 시도 되었는데, 외부형태적 변이(전 등, 1988), 잡초생태학적 분류(이 등, 2004), 종자의 제1포영의 형태(김 등, 1989) 등 다양하게 진행되었다. 또 일본의 Yabuno(藪野; 1975, 1983, 1996)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의 Norris(1996) 등도 피의 분류에 연구한 바 있다.


이 등(2004)이 전국 41개 지역 46종의 외부형태적 특성이 다른 피를 수집하여 분류를 시도한 결과 외부 형태적 특성(초형, 초장, 분얼형태 및 정도, 소수의 형태, 망의 유뮤, 엽장, 엽폭, 화서 형태 등) 만으로는 변이의 폭이 너무 커서 분류가 곤란하여 종자의 제1포영(苞潁)형태와 크기에 따라 분류한 결과 우리나라의 피는 식용 1종(E. utilis), 야생 3종(E. crus-galli var. crus-galli, E. crusgalli var. oryzicola, E. oryzoides) 등 총 4종으로 분류되며, 돌피와 물피의 변종과 일부 생태종들은 종자 제1포영의 형태와 크기로도 분류하기가 곤란하여 피의 분류는 아직도 미완성인 숙제로 남아있다.

 

식생활의 변화, 시대 및 지역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피는 조선시대 까지만 하더라도 오곡(五穀)의 하나였고 재배면적만도 10만㏊에 달했다는 기록이 있다. 피는 벼가 잘 안되는 북쪽지방, 다른 작물이 잘 자라지 못하는 땅이나 계절에 재배가 가능 했기 때문에 중요한 구황작물로 쓰였으며, '피아골(전남 구례)'이란 지명도 피를 많이 재배한 데서 유래한 것으로 보아 피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흔히 재배되고 볼 수 있는 작물이었으나 1960년대 말 이후 급격한 산업화와 쌀 자급으로 인해 식용으로 소비는 거의 없어졌다.


일제 강점기에 개인적인 소신과 열정으로 타카하시노보루[高橋昇]가 집필한 "조선반도의 농법과 농민"에 의하면 제주도, 강원도, 평안도, 황해도, 함경도 등지에서 피의 재배와 이용이 일반화 되에 있고 북족으로 갈수록 피의 이용 비율이 높아지며, 일본으로 2천섬을 수출하고 만주 등지로부터 3천섬을 수입하였다는 기록으로 볼 때 피는 조ㆍ메밀ㆍ옥수수ㆍ귀리 등과 같이 중요한 잡곡(雜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피의 이용도 다양해서 피밥, 피떡(피가루+밭벼가루 1:3), 피엿 등으로 사용할 정도로 우리에게는 중요한 식량자원 이었음을 알 수 있다. 며칠을 굶어 처량한 모양새를 설명하는 속담에 ‘사흘에 피죽 한그릇도 못 얻어먹은 듯하다’속담이 있을 정도로 피는 다른 식량작물에 비해 맛과 영양에 비해 천대받아 온 듯하고, 지금은 식용으로 재배하는 경우가 거의 없으며 논에서는 성가신 잡초로 취급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피가 생육기간이 짧고, 중산간지, 간척지, 척박한 저습지 등 토양을 가리는 성질이 적고 생육에 필요한 물 요구량도 적으며 특히 육종이 덜 이루어진 원종에 가까운 관계로 병충해에 강한 특징과 다른 작물이 가지지 못하는 일부 아미노산이나 광물질이 함량이 뛰어나 현대인의 기능성 식품으로서의 가치도 조금씩 밝혀지고 있다. 또 일부 조류의 우수한 사료로 취급받기도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료작물로서의 잠재성이다. 피는 벼보다 배수나 비옥도에 대한 적응성이 강하고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저습 한계지역이나 홍수 다발지역, 간척지 등 토양을 가리지 않고 잘 자라고 수량, 기호성 및 품질도 높기 때문에 벼 대체 사료작물로 매우 적합하다.

한편, 피는 잡초로 취급 받게 되는 순간부터 사람으로부터 괄시 당하고 보이는 데로 제거 당하는 신세로 전락 했음에도 불구하고 종자가 빨리 성숙되고 익는 데로 탈립되어 물에 떠 다니며 적당한 장소를 만나면 아무조건에서나 발아되는 특성으로 무장하고 꿋꿋이 살아가고 있다. 예를 들어 벼(japonica type)는 북방형 식물, C3)이고 피는 남방형 작물(C4) 임에도 불구하고 벼 재배 논에서 살아 남기 위해 벼를 생물계절학(phenology)적, 형태학적으로 모방하는 생리적 형태로 진화되어(Wilson, 1979), 전 세계에 걸쳐 논 벼 생산에 성가신 잡초로 살아 남았다(Holm 등, 1977). 산소가 없는 조건에서도 발아할 수 있었기 때문에 무논에서 벼와 경쟁하며 살아 남을 수 있었고, 메뚜기가 싫어하는 trans-Aconitic Acid 를 생산하여(Maki Katsuhara 등, 1993) 살아 남은 것을 보면 종족 보존을 위한 실로 눈물겨운 몸부림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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