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綠肥작물이란 것이 있다. 한자어가 참 어렵게 느껴지는 게 싫지만 대개 그렇게 부른다. 

쉬운 우리말로는 풋거름작물이라고 한다. 요즘은 어찌된 것이 우리말을 쓰는 게 더 어려운 시절이 되었지만 말이다.

결론적으로, 말 그대로 푸릇푸릇한 상태로 거름이 되는 작물이란 뜻이다.

무릇 모든 생물은 후세를 낳을 무렵 가장 양분이 풍부해진다.

알이 밴 물고기나 게가 맛있고, 식물의 경우에는 꽃이 피는 그때가 가장 화려하고 양분이 풍부하다.

풋거름작물은 바로 그때 그대로 흙에 갈아엎어 넣어서 인간이 활용하려는 작물의 양분으로 삼는 것이다. 


풋거름작물은 그렇게 갈아엎는 것 말고도 작물과 함께 사이짓기하거나 섞어짓기하는 형태로 이용할 수도 있다. 

모두 형편과 사정에 따라서 선택하면 된다. 

논밭이 놀고 있는 시기라면 풋거름작물의 씨를 뿌려 재배하다가 주요 작물을 심기 전에 꽃이 필 때 갈아엎으면 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작물이 자라고 있는 사이사이에 심어서 작물과 함께 상생 작용을 일으키도록 하면 된다. 

모두 자신이 처한 조건과 상황에 맞춰서 활용하면 되는 것이지 정해전 정답은 없다. 

'정답'이라는 것은 책 속에만 존재한다.


이러한 모습을 보면, 마치 농부는 작은 생태계의 조물주와 같다고나 할까. 

그런데 반대로 농부가 엄청난 파괴자가 될 수도 있다. 바로 화학비료를 뿌려버리면 그렇다. 

화학비료는 과학적으로 식물이 필요로 하는 영양 성분을 분석해 인공적으로 합성한 그 성분만을 공급한다. 

물론 그를 통해 작물은 살이 통통하게 오른다. 우리가 겉보기에도 참 좋아 보이고 먹음직스럽다.

그런데 그뿐이다. 마치 정크푸드를 먹고 비만에 빠진 사람 같다고나 할까? 알찬 내실이 없다.


또한 화학비료는 흙속에서 유기물의 분해를 촉진시킨다. 

그 결과, 토양에 살아야 할 수많은 미생물이 집을 잃고 '철거균'이 되어 땅에서 쫓겨나 버린다. 

흙은 작물만을 위한 적막한 공간이 되어 버린다. 마치 타워팰리스가 서 있는 그 동네처럼 말이다.


흔히 건강한 흙 1g에는 무려 2억 마리의 미생물이 살아간다고 한다. 

그러한 흙에서 농사도 잘 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 그러한 다양성을 파괴한 결과, 즉 화학비료에 지나치게 의존한 결과, 우리의 흙에선 수많은 미생물이 쫓겨났다.


흙과 그에 깃들어 사는 토양 생물들에 관해서 <흙 한 자밤의 우주>를 읽어 보시라.  


또한 <땡큐 아메바>도 좋은 책이다.  


<흙을 알아야 농사가 산다>도 멋진 책이다.  


그 최신판인 <흙, 아는 만큼 베푼다>만 읽어도 좋다.  


흙의 위대함과 인간의 문명이 처한 현실에 대해 고민하고자 한다면 <흙>을 읽어라.  


옛사람들이 흙을 보존하며 농사지은 방법에 대해선 이 책을 읽어라.  


<4천년의 농부>도 재미난 책이다. 

미국의 농학자가 토양 문제로 고민하다 동아시아 3국을 찾아와 그 해결책을 모색하는 답사기이다.



풋거름작물을 심어서 활용하면 흙에 양분과 함께 유기물까지 공급할 수 있다. 

이러한 유기물이 바로 미생물과 같은 다양한 토양 생물이 깃들어 살 수 있는 '집'이자 '먹이'가 된다. 

우리의 흙에서 생물들을 쫓아내지 말고, 그들이 찾아가 함께 어우러져 살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풋거름작물의 재배가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풋거름작물을 흙에 공급하면 매년 0.12%씩 유기물 함량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당장은 미미한 수치일지 모른다. 

그러나 10년을 그렇게 한다고 가정해 보라. 그러면 1.2%이다.

현재 한국의 농토가 함유하고 있는 유기물 함량이 2%대라고 한다. 

보통 건강하고 괜찮은 흙이라 할 때 그 흙이 함유하고 있는 유기물 함량이 5~6%대인 것과 비교하면 절반 정도의 수준이다.

그동안 우리가 흙에서 다양한 생물들을 내쫓는 방식으로 개발해 왔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녹색혁명'이라고도 불리는 근대적 농법이다.

땅을 생명으로 보지 않고 죽어 있는 존재로 파악한 뒤, 그곳에서 최대의 생산량만 뽑아내면 된다는 사고방식에 기반한 농법이다.

지금도 여전히 가장 유효한 과학적 농법이기도 하다.

우리가 현재 누리고 있는 근대 문명은 바로 그러한 농법에 기반하여 이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잊지 마라.

'흙'을 잃어버린 문명에게 미래는 없다. 인간은 먹음으로써 존재할 수 있는 생명이다. 

흙을 살리며 농사짓지 않는다면 우리의 미래도 없다.




풋거름작물에는 다음과 같은 종류가 있다.


(1) 콩과: 털갈퀴덩굴, 자운영, 토끼풀, 살갈퀴 등

(2) 벼과: 보리, 호밀, 들묵새, 수단그라스, 트리티케일 등

(3) 야생식물 : 갈대, 갈퀴나물, 망초, 명아주, 쑥, 자귀풀, 자주황기 등

(4) 기타: 메밀, 해바라기, 유채 , 파셀리아, 코스모스 등



이것은 흔히 헤어리베치라고 부르는 털갈퀴덩굴이다.



이건 다들 잘 아는 자운영.



풋거름 작물을 하나만 심어야 한다는 고리타분한 교과서 같은 생각은 집어치우시길... 이렇게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키워도 된다.

말이 풋거름작물이지 사실 풀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이렇게 활용해도 된다. 풀은 농사의 적이 아니다.  



콩과 풋거름작물이 가진 효과는 뿌리혹박테리아로 인해 질소 성분을 공급하고, 토양의 유기물 함량을 늘리는 데 기여하며, 탄질율이 낮아서(20:1 이하) 분해가 잘 되기에 작물에 나타나는 효과가 빠르다. 그래서 유기물 함량은 높으나 양분이 적은 흙에서 이용하는 편이 좋다.

한편, 벼과 풋거름작물은 토양의 질산태질소가 유실되는 것을 억제하고, 탄질율이 높아 흙의 물리성을 개선하고 양분을 보유하는 능력을 높여준다. 또한 알레로파시라는 타감물질을 분비하여 토양의 병해충 및 풀이 발생하는 걸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유기물 함량이 적어 땅심이 낮은 모래땅 등에서 이용도가 높다.


어떤가, 이 정도면 풋거름작물을 활용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지 않은가?

당장 올해부터 실행해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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