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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2013년 겨울, 때이른 추위가 몰려오더니 연이어 눈이 내리고 기온이 뚝 떨어졌다.

이번 한파의 원인은 북극의 빙하가 많이 녹아서 그렇다고 하는데, 연신 언론에서는 춥다고 호들갑이다.

그러면서 27년 만에 최고의 한파가 찾아왔다고 떠든다.


그래서 한번 찾아보았다. 도대체 1986년 겨울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냐? 


http://newslibrary.naver.com/viewer/index.nhn?articleId=1986010600329207001&editNo=2&printCount=1&publishDate=1986-01-06&officeId=00032&pageNo=7&printNo=12392&publishType=00020


1986년에 나온 신문에 "한파"로 검색어를 넣어 찾으니 위의 결과가 나왔다.

1986년 1월 6일자 경향신문의 기사를 보면, "16년 만의 혹한... 전국이 꽁꽁"이란 제목으로 중부 지역은 영하 20도 안팎, 춘천은 영하 25.6도까지 떨어지고, 전방 지역은 영하 30도 이하로 떨어졌다고 한다. 


과연 춥긴 추웠구나! 그래도 지금이 훨씬 더 따뜻한 편이다.

그런데 당시와 지금의 차이점이라면, 지금처럼 농산물 가격이 급등한다고 난리치는 모습은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겨, 겨울이 제철인 딸기가 하우스에서도 이렇게 안 자라요'라며 이런 사진을 보여준다든지... 가락시장 상인의 울분 http://blog.daum.net/stonehinge/8727423 이란 기사라든지...


물론 한파 관련 기사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오긴 한다. 


"폭설과 함께 몰아친 강추위로 채소과일 수산물 등의 반입량이 크게 줄어 값도 전반적으로 많이 올랐다. 6일 서울 가락동 농수산도매시장에 따르면, 채소와 과일의 반입량이 각각 평소의 10%선에 불과한 1백90여 톤과 3백25톤으로 떨어졌다. 이 때문에 특히 저장성이 약한 채소값이 크게 올라 시금치 상품이 55.5% 오른 4kg당 3500원, 풋고추와 상치는 42.1%와 25.5%가 올라 4kg당 1만3500원 선에 각각 도매됐다."


이런 반응뿐, 큰일났다느니 죽겠다느니 울상이라느니 하는 기사는 이외의 다른 신문에서도 찾아보기가 힘들다.


왜 이런 차이가 나는 것일까? 난 그 원인을 시설하우스 재배면적의 증가에서 찾고 싶다.


현재 전국적으로 시설하우스가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증가했고, 지금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현장의 농민들은 기후변화 등으로 농사짓기가 쉽지 않아지면서 급속도로 시설하우스 재배로 돌아서고 있는 중이다. 노지에서는 잦아지는 폭우, 폭염, 한파, 태풍 등으로 더이상 수지타산을 올릴 수 있는 생산량을 맞추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시설하우스의 장점이라면 인위적으로 환경을 통제할 수 있어서 더욱 안정적으로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러나 단점이라면 역시 '돈'이다. 시설하우스를 시설하기 위한 초기 투자금이 많이 들고, 시설하우스를 운영하기 위한 난방비 등의 운영비가 많이 든다. 따라서 이렇게 올라간 생산비를 뽑기 위해서는 특용작물이나 과수 같은 고부가가치의 돈이 되는 작물을 재배할 수밖에 없다.

시설하우스가 늘어났다는 것은 그만큼 농업 생산환경이 악화되어 조금이라도 돈이 되는 작물을 생산하는 쪽으로 이동했다는 것으로 해석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즉 윗분들이 그렇게도 좋아하는 농업경쟁력 강화의 일환인 것이다. 하지만 그게 쉽지는 않은 길이라는 건 여기서는 더 이상 논하지는 말자.


아무튼 시설하우스의 재배면적이 얼마나 늘어났는지 자료를 뒤져보았다. 이런 농업관련 통계는 찾기가 쉽지 않다. 있더라도 체계적으로 조사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아서 옛날 자료는 구하기가 더더욱 어렵다. 

하나 얻어 걸린 것이 경인지방통계청의 자료다. 경인 지역에서 시설하우스의 재배면적은 아래와 같이 증가했단다.


시설재배면적 : 1990년 8,483 → 2010년 14,889ha(75.5% 증가)


경인 지역은 시설하우스 재배면적의 변화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 다들 잘 알다시피 이 지역은 농사짓는 것보다 건물을 짓는 것이 더 돈이 되기에 제대로 농업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천상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작성되어 나온 통계자료를 찾아보니 이렇다. 2011년 전체 시설하우스의 채소 재배면적이 26만507헥타르인데, 노지의 채소 재배면적은 19만1897헥타르이다. 우와, 바야흐로 시설하우스에서 더 많은 채소를 재배하는 현실이다. 1971년 전국에 시설하우스의 면적은 단 1014헥타르, 곧 304만2000평이었다. 그러던 것이 1986년 1만8822헥타르가 되고, 2011년 4만9537헥타르가 되었다. (왜 시설하우스의 채소 재배면적이 전국의 시설하우스 전체 면적보다 넓냐는 우스운 질문은 하지 말자. 1년에 하우스에서 농사 한 번만 짓는 것이 아니다.) 

이는 차를 타고 지나가면 보이는 농촌의 그 수많은 비닐하우스들이 증거이다. 이제 농촌의 어느 마을을 가더라도 비닐하우스가 없는 곳이 없을 정도다. 농촌의 일반적인 풍경이 되었다고 할까. 이제 '농촌' 하면 소가 한가로이 풀을 뜯고 막 소똥 냄새가 나고 이런 장면을 상상하지 마시길 바란다. 


비닐은 한국 농업에 혁명을 일으켰다! 이를 일컬어 "백색혁명"이라 한다. 적색혁명은 경계해야 하지만, 백색혁명은 숭배해야 한다.



이런 시설하우스 중심의 농사는 분명 돈이 된다. 작목만 잘 선택하고 시기만 잘 맞춘다면 큰 돈을 벌 기회가 노지보다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에너지 소비라든지 환경이라든지 뭐 이런 이상적인 걸 생각하면 꼭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이상보다 돈이 우선시되는 세상이니, 더 말을 말자. 다른 나라라고 크게 다르진 않겠지만 한국은 조금 심한 듯하다.


그럼 현재 우리가 시설하우스에서 생산하는 채소를 얼마나 소비할까? 이건 입맛에 딱 맞는 자료를 찾기가 힘들다. 간신히 "시설농업 통계"http://goo.gl/Q0QS8 라는 걸 찾았다.

이에 따르면, 85년 이후 시설원예산업 가운데 채소와 화훼의 비율이 1990년 4.3%에서 1995년 9.7%로 증가했는데, 특히 시설채소의 경우 1990년 3.6%에서 1995년 8.5%로 2배 이상 급증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시설하우스 재배면적의 확대에 힘입어 사람들의 채소 소비양식도 변화하게 된다. 이제는 겨울에도 푸릇푸릇한 신선채소를 먹는 것이 당연시되었고, 특히나 딸기 같은 경우는 시설재배가 90% 이상에 달할 정도로 명실공히 겨울이 제철인 과일이 되었다. 마트나 시장에 가보면 겨울에도 풋고추가 나와 있고, 애호박이 있고, 쌈채소들이 즐비하게 진열되어 있는 것이 당연한 풍경이 되었다. 이것이 모두 한국의 농업이 확 바뀐 결과이리다.


마트에 가면 이런 푸릇푸릇한 채소를 한겨울에도 만날 수 있다. 참 좋은 세상이겠지?



잔말 말고 이제 본격적으로 1인당 연간 전체 채소 소비량을 살펴보자. 1985년 1인당 연간 채소 소비량이 190.3kg인데, 그 가운데 시설채소의 비중이 16.7kg으로 8.8% 수준을 차지했다. 이러던 것이 1995년에는 전체 채소 소비량 236kg 가운데 54kg, 약 23%까지 증가하게 된다. 이 자료가 1997년 자료이기 때문에 이후의 소비량에 대해서는 여기서 더 자세히 알 수는 없다. 1995년에서 지금은 벌써 17년이나 지났다. 지금은 어떨까? 모르긴 몰라도 훨씬 더 증가했을 것이다. 한 대학생의 보고서(http://mybox.happycampus.com/doli333/316291)에서는 2004년 시설채소의 소비량을 전체 채소 소비량의 33%로 전망한다. 2004년보다 이미 8년이나 훌쩍 지나버렸다. 지금은 과연 얼마나 소비할까? 절반까지는 아니여도 꽤 많은 양을 소비할 것임이 틀림없다. 농민들이 수익이 되는 농사를 찾아 시설하우스 재배로 급속도로 변화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시설하우스에 첨단기술을 도입하는 단계로까지 나아갔다. 수경재배는 기본이고, 온도며 습도를 자동제어시스템을 갖춰 스마트폰으로 조정하는 그런 기술까지 도입되고 있다. 


겨울에도 시설하우스에서 생산된 채소를 소비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세상에서 우린 어떤 생산과 소비를 해야 하는가? 즉 농업이라는 산업적인 측면 이전에, 우리의 삶은 어떤 방식으로 먹고 살아야 좋을까? 우리는 모두 기후변화를 걱정하지만 온실가스를 펑펑 배출하는 현재의 삶의 양식을 포기할 생각은 없다. 그렇다고 대안적인 삶을 살자니 선뜻 실천할 용기도 나지 않는다. 그렇게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온실가스는 계속 배출되고 기후변화는 더욱 심해진다. 또 나만 환경을 생각하고 세상을 생각하며 살자니 남들은 신나게 먹고 마시고 노는데 나만 바보가 되는 것 같기도 하다. 나 혼자 이런 길을 선택해 가는 게 참 아무 의미없는 바보짓 같아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 바보처럼 사는 수밖에 더 있겠는가. 왜 톨스토이가 바보 이반을 노래하고, 김수환 추기경이 스스로를 바보라 부르고, 전태일 열사가 사람들을 모아 바보회를 조직했겠는가. 어찌 보면 바보들이 판을 치는 세상이 더 나은 세상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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