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妙香山行 乘合自動車는 텅하니 비어서
나이 어린 계집아이 하나가 오른다
옛말속같이 진진초록 새 저고리를 입고
손잔등이 밭고랑처럼 몹시도 터졌다
계집아이는 慈城으로 간다고 하는데
慈城은 예서 三百五十里 妙香山 百五十里
妙香山 어디메서 삼춘이 산다고 한다
새하얗게 얼은 自動車 유리창 밖에
內地人 駐在所長 같은 어른과 어린아이들이 내임을 낸다
계집아이는 운다 느끼며 운다
텅 비인 車 안 한구석에서 어느 한 사람도 눈을 씻는다
계집아이는 몇 해고 內地人 駐在所長 집에서
밥을 짓고 걸레를 치고 아이보개를 하면서
이렇게 추운 아침에도 손이 꽁꽁 얼어서
찬물에 걸레를 쳤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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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년에 발표한 백석 시인의 시 팔원.
읽는 순간 가슴이 짠했다.
예나 지금이나 없는 집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고생이다.
지금처럼 좋은 시절에도 없는 집 아이들은 위 시에 나오는 아이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삶을 산다.
민족주의니 뭐니 이런 걸 싹 걷어내고 인간의 삶만 놓고 본다면 지금 시대나 저 시대나 크게 다를 바가 없다.
그게 더욱 가슴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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