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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래와 같은 기사를 보았다. '포도가 좋다'는 제목으로 농식품부에서 8월의 과일로 포도를 정했다는 이야기. 그런데 나의 눈길을 끄는 건 이 대목이었다. 포도 재배면적이 "꾸준히 줄어 2000년의 절반 수준" 이라고 하는 것 아닌가! 

그러면서 예전에 정부에서 한미FTA를 추진하며 한칠FTA로 포도 농업이 경쟁력을 갖추게 되고 아무 문제도 생기지 않았다. 오히려 더 소득이 높아지고 좋아졌다고 하던 정부의 발표가 말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8월의 과일로 포도를 추천했다. 지난 8일 '2012 포도데이' 행사도 열렸다. 포도는 항암 작용, 콜레스테롤 저하 등 질병 예방에 효과적이다. 특히 포도의 과실, 잎, 줄기에 많은 레스베라트롤은 심혈관 질환에 효과가 크다. 포도 씨에 많은올리고머는 비타민-이(E)의 50배나 되는 강한 항산화 작용이 있고 포도나무 뿌리에 많은 비티신은 피부 미백에도 효과적이다.


포도는 고려시대 이전에 국내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되며 조선시대에 재배법이 널리 소개되었다. 통계청 농업 면적 조사에 따르면, 올해 전국 포도 재배 면적은 1만4590헥타르(㏊)로 여의도 면적의 약 17배에 해당한다. 재배 면적은 꾸준히 줄어 2000년의 절반 수준이다. 지역별 면적(㏊)은 경북(7351㏊), 충북(2261㏊), 경기(2098㏊), 충남(1008㏊) 순으로 넓다.





송규봉/GIS유나이티드 대표




그래서 다시 찾아보았다. 한칠 FTA 이후 정말 포도농사에 아무 문제가 없었는지. 그리고 아래와 같은 기사를 발견했다. 더 뭐라고 할 말은 없고, 정부의 발표가 얼마나 허구적이었는지 아래의 기사를 읽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다. 읽어보시기를... 




▲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하는 국정홍보지 <위클리 공감> 131호 18·19 페이지.
ⓒ 안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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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했던 부작용은 크지 않았다. 칠레와 첫 FTA를 맺을 당시 무엇보다 걱정은 농업이었다. 농업강국인 칠레의 농산물이 한국의 식탁을 집어삼킬 것이란 으스스한 예언이 난무했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비관적인 예측은 큰 차이로 빗나갔다. 포도, 키위 등 특히 우려했던 품목의 경우 한국에서 재배면적이 오히려 넓어졌다. 생산량도 당연히 많아졌는데 가격은 오히려 비싸졌다. 칠레산 돼지고기 수입이 늘어났지만 국내산 돼지의 사육두수도 많아지고 가격도 올랐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하는 국정홍보지 <위클리 공감> 131호 '한국경제의 미래 우리 몫으로 남았다' 제목의 기사에서 한·칠레 FTA가 부작용을 낳기보단 오히려 농업부문 경쟁력 강화로 이어졌다고 설명하면서 한·미 FTA의 비준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한 부분이다. 이 중 특히 '포도의 생산이 늘었다'는 부분은 한·미 FTA 비준을 촉구하는 일부 언론의 사설과 기사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대목이다.  

 

생산량 늘어난 건 시설포도 뿐... 생산·수입증가에도 가격 안 떨어져?

 

그런데 좀 이상하다. 국내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시장을 개방했는데 어떻게 국내 생산량이 늘어났을까? 일단 이 기사에서 말하는 포도는 엄밀히 말하면 비닐하우스 등에서 키워 제철이 아닌 때에 출하하는 '시설포도'다.

 

정부출연 전문연구기관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올해 초 발행한 <농업전망2011>에 따르면, 노지포도와 시설포도를 합친 전체 포도 생산량은 2000년을 기점으로 지속적인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다. 노지포도의 재배면적은 빠르게 줄어든 반면 전체 포도 재배면적 중 약 10%(2008년 기준)를 차지하는 시설포도의 재배면적은 꾸준히 늘었다.

 

시설포도만 놓고 보면 정부가 선전하듯 2004년 한·칠레 FTA 발효 이후 포도의 생산량이 늘어난 게 맞다고도 볼 수 있다. 정부가 포도 중에서 시설포도만 내세우는 건 남반구인 칠레산 포도에는 계절관세(2011년 기준으로 5~10월 45%, 11월~다음해 4월 12.4%)가 적용돼, 주로 2~5월에 수입되는 칠레 포도와 경쟁하는 건 시설포도라고 간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포도의 수입 또한 크게 늘었다. 2004년부터 가파르게 증가한 포도 수입량은 2010년 3만 5000톤으로 2006년보다 102% 증가했다. 이 중 칠레산이 88%를 차지한다. 국내 시설포도 생산도 늘고, 칠레 포도 수입도 늘었는데 포도 가격이 폭락하지 않은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 포도 재배 면적과 생산량(3개년 이동평균, 통계청 자료)
ⓒ 한국농촌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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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경제연구원 "칠레산 수입으로 포도 생산 감소, 딸기·감귤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 2009년 10월에 낸 '농업부문 FTA 이행 영향 및 보완대책 평가' 연구보고서가 그에 대한 답을 제공한다. 

 

이 보고서는 "칠레산 포도 수입으로 포도 생산은 0.2~0.4% 감소하고 가격은 0.3~0.7%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국내 포도 생산액은 FTA 발효 첫 해에 35억 원, 이후 매년 51억~73억 원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었다"고 분석했다. 일단  정부가 선전하듯 '한·칠레 FTA 발효 뒤에도 포도 생산량은 늘었다'는 것과는 배치된다. 

 

이 보고서는 또 대체제와의 연관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칠레산 포도의 수입이 국내산 딸기와 감귤의 생산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 이 보고서는 "칠레산 포도와 소비에서 대체제 관계에 있는 딸기의 생산량이 연 0.0~0.1% 감소하고 가격은 0.4~0.8% 하락한 것으로 추정되어 국내 딸기 생산액은 매년 31억~64억 원 감소한 것으로 분석되었다"며 "칠레산 포도 수입증가로 국내 감귤 생산은 0.1~0.3% 감소하고 가격은 0.4~0.8%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 간접적으로 매년 20억~40억 원의 생산액이 감소된 것으로 추정되었다"고 보고했다.

 

뿐만 아니라 "칠레산 키위 수입 증가로 국내 키위 생산은 0.5% 감소하고, 가격은 1.0~ 1.1% 하락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따라서 키위 생산액은 연간 2.7억~2.8억 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칠레산 돼지고기의 수입으로 국내 돼지고기 생산은 매년 0.3% 감소하고, 가격은 1.0~1.1%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는 매년 343억~352억 원의 생산액 감소를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또 "품목에 따라서는 개방이 이루어진 품목에 미치는 직접적인 피해보다 대체관계에 있는 품목들에 미치는 간접효과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며 "향후 FTA 추진 및 영향 분석에 있어서는 대체작물 및 연관산업에 대한 고려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제언했다.

 

결국 '한·칠레 FTA으로 인한 농업 분야 타격이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고는 할 수 있어도, 정부의 선전처럼 '포도·키위의 생산량이 오히려 늘었다'고 할 순 없는 것이다. 또 포도 농업의 타격이 적은 것은 칠레산 포도 수입의 여파가 대체재인 딸기와 감귤 농업으로도 분산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설포도의 타격이 크지 않다고 해서 FTA로 인한 농업 분야의 타격을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할 순 없는 것이다.

 

한·미 FTA 유언비어 구속수사... 짜깁기 수치 선전하는 정부는 어떡하나?

 

정부는 지난 7일 공안대책협의회를 열고 한·미 FTA와 관련해 허위사실을 퍼뜨리거나 불법 시위를 벌일 경우 구속수사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미 FTA 관련 유언비어는 강력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각종 전문 연구기관이 내놓은 분석 자료를 보유한 정부가, 좁은 분야의 단순 수치만을 내세워 '한·칠레 FTA 이후 포도 생산량이 늘었으니 한·미 FTA 해도 농업 걱정은 없다'고 선전하고 있는 상황은 일개 누리꾼의 유언비어보다 더 위험하다. 누리꾼의 말은 타인들로부터 진위를 의심받지만, 정부의 발표는 아직은 어느 정도 권위를 인정받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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