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갠지스강 하구의 삼각주에서는 논에서 주로 벼농사를 짓는다. 그곳은 여름철 우기에는 홍수가 일어나 보통의 벼를 심었다가는 그대로 물에 잠겨 농사가 망쳐 버린다. 그래서 그곳에선 '뜬벼'라는 특화된 벼 품종을 심는다. 이 '뜬벼'라는 놈은 물이 차오르는 것에 맞추어 자신의 키를 쭉쭉 늘이다가 물이 빠지면 폭삭 주저앉아 끝에서 이삭이 패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재밌는 건 이러한 뜬벼가 자라는 논에선 벼만 수확하는 게 아니라, 뜬벼가 한창 물에 잠겨 있을 때에는 그곳에서 여러 물고기들도 잡는다는 점이다. 이걸로 방글라데시 사람들은 영양도 보충하고 내다팔아 수익도 올리고 한다.
그런데 그건 방글라데시만의 일이 아니다. 내가 어릴 적 우리 논도 그랬다. 논에 물을 대는 수로에는 수많은 수생생물, 곤충부터 물고기까지 다양한 것들이 살았다. 그래서 논에 물을 한번씩 말릴 때면 그 수로나 논의 물꼬 근처에 비료푸대나 양동이를 들고 가서, 미꾸라지와 붕어, 심지어 메기 등을 잡아다가 집에서 요리해 먹었다. 그뿐인가 겨울엔 논 한구석에 있는 둠벙에서 얼음을 깨고 물을 퍼낸 뒤에 개구리를 잔뜩 잡아다 먹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의 논은 어떤가? 지금의 논들은 기계가 쉽게 드나들도록 하기 위하여, 관리를 편하게 하기 위하여 자로 잰 듯이 반듯하게 경지정리가 되어 있다. 그리고 흙으로 되어 있던 수로에는 콘크리트를 발라버렸고, 심지어 수문으로 관리하는 곳까지 많아졌다. 그뿐만 아니라 논에다 농약과 화학비료를 치면서 물고기만이 아니라 그 먹이가 되는 여러 생물과 풀들까지 모두 사라졌다. 말 그대로 논에선 이제 벼만 자란다. 이건 마치 우리 사회의 학교에서 모범생만 나오도록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다양성이 전혀 존중되거나 중요시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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