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농법
제주도의 농기구 - 골갱이
by 石基
2009. 1. 13.
사진은 제주도의 호미입니다. 할망(할머니)이 우녕(텃밭)에서 감자(고구마)를 캐다 잠깐 자리를 비우셨습니다.
이 농기구를 뭍에서는 호미라고 하는데, 제주의 말로는 골갱이라고 합니다.
사실 골갱이의 골에서 'ㅗ'는 아래아로 표기해야 합니다.
이번에 제주도에 가서 아래아 발음을 실제로 들어보니 무척 오묘한 발음이더군요.
이것 말고 진짜 호미가 있는데, 그건 뭍의 낫과 같습니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호미 -> 골갱이, 낫 --> 호미
저는 아마 골을 타는 괭이라는 뜻에서 골괭이가 골갱이로 음이 변한 것 아닐까 추측합니다.
그런데 제주의 호미인 골갱이는 뭍의 그것과 완전히 생김새가 다릅니다.
날이 넙쩍하게 넓지도 않고, 어떻게 보면 바닷가에서 굴 딸 때 쓰는 도구와 비슷합니다.
이는 제주의 흙이 특이하기 때문에 생긴 결과입니다.
제주는 돌이 무지하게 많습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제주 사람이 끼고 사는 것이 제주의 돌, 현무암입니다.
나중에 또 사진을 올리겠지만, 집의 외벽에서부터 무덤의 둘레에까지 돌이 없는 곳이 없습니다.
이것은 또 제주의 특징 가운데 하나인 삼다三多의 바람 때문이기도 하지요.
아무튼 돌이 많은 밭에서 일하려니 날이 넓으면 돌에 걸려 휘어지기도 쉽고, 고치기도 어려우니 아예 날을 가늘게 만든 것입니다.
그리고 또 제주도의 흙은 부슬부슬합니다. 밭에 한 번 들어가 보니 땅이 붕 떠서 밟으면 푹푹 들어가더군요. 흙이 그렇기에 굳이 날이 넓지 않아도 괜찮았을 겁니다.
이런 호미의 생김새를 '낫형'이라고 합니다. 주로 경상남도, 전라남도의 섬과 제주도나 산간에서 많이 쓰지요. 혹시 여행을 다니길 좋아하신다면 이런 호미가 어디에 또 있는지 보세요. 그리고 어르신들께 여쭈면 그곳은 돌이 많은 밭이라고 일러주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