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과 의지
'삶은 운명으로 정해져 있느냐? 아니면 자신의 의지로 결정되느냐?' 하는 문제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이야기와 똑같다고 봅니다.
사람에게는 운명이 존재합니다.
마찬가지로 의지 또한 존재합니다.
어느 것 하나에 의해 사람의 인생이 전적으로 결정된다고 할 수 없습니다.
내가 하루하루를 사는 과정을 보면 분명 나의 의지에 의해서 결정을 합니다.
아침을 먹을지 안 먹을지, 잠을 잘지 안 잘지, 학교에 갈지 안 갈지, 친구를 만날지 안 만날지, 말을 할지 안 할지 ... 어느 것 하나 나의 의지와 상관없는 일은 없습니다.
그러면 운명이라는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위와 같다면 나의 의지가 인생을 결정하는 전부인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운명은 하루하루의 일들이 쌓인 결과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내가 아침을 먹거나 안 먹거나 하는 일들을 선택하면 내가 가지고 있는 경향성에 따라서 어떤 일이 결정됩니다.
그 경향성에 따라서 결정된 일이 자꾸 반복되다 보면 일종의 습관처럼 부지불식간에 나에게 남게 됩니다.
그렇게 하여 예를 들어, 아침을 안 먹는 습관이 생기게 되면 자연히 안 먹게 됩니다.
그때는 의지와 같은 것이 아닌 자연히 그렇게 됩니다.
운명을 이와 같은 측면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타고난 경향성과 그것이 축적된 결과물인 습관으로 말입니다.
그리고 중요한 또 한가지, 세상 모든 것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측면을 살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있기에 저것이 있게 되는 불교의 연기법처럼 세상 어느 것 하나 서로 연결되어 있지 않은 것은 없습니다.
이것과 연결된 저것의 영향을 받지 않고 존재할 수 있는 사물은 없습니다.
심지어 그런 것이 가능하다고 하는 신조차도 우리의 관념과 그를 만드는 뇌가 없다면 가능하지 않을 것입니다.
단순히 이것 저것이 아닌 눈에 보이지도, 생각할 수도 없을 만큼 중층적으로 얽혀 있어서 쉽게 알아차리지 못하는 연결들이 무수히 많을 수 있습니다.
그럴 경우 나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어떠한 일이 나에게 벌어질 수 있습니다.
가령 날씨가 흐려서 얼큰한 음식을 찾는다든지, 그냥 집에서 나왔다가 갑자기 비가 내려 기분이 상했다든지, 이러한 예는 일상 속에서 무수히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전지전능한 신이 아닌 이상 나와 연결되어 있는 모든 원인과 결과를 살피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측면 또한 운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정론과 자유의지의 문제도 유치하긴 하지만 이런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철학사에서 항상 대립의 칼날을 세워온 것이 이 결정론과 자유의지의 문제입니다.
인간의 행위 모든 것이 이미 결정되어 있다고 하면 어쨌든 무언가 자신의 의지에 따라 선택을 하긴 하는 자유의지가 무엇인지 설명되지 않습니다.
반대로 모든 것이 자유의지에 의해 결정된다고 하면 인과법칙이 존재하는 물리적 세계와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인간의 행위는 설명하기 어려워집니다.
아직은 정돈되지 않고 조잡한 단상에 불과합니다.
그저 느끼는 바대로 서술했을 뿐입니다.
아직은 공부가 부족함이 여실히 드러날 뿐이여서 부끄럽습니다.